정치개혁 원년,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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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원년, 희망은 있다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12.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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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총선, 국가운명 갈림길...성숙한 유권자정신이 관건
무관심은 “또 도둑놈들 당선 불러”

올해 17대 총선은 우리 앞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 올까. 참여정부 출범 이후 끝간데없이 이어지는 ‘정쟁(政爭)’이 17대 총선과 어울려 만들어 낼 그 ‘날이 궁금한 것이다. 역대 정권 때마다 소리 높여 외쳐졌던 정치개혁은 참여정부에서도 여전히 공허한 메아리로만 번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2004년 4.15 총선에 대한 가치평가는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여전히 반신반의다. 차떼기로 상징되는 천문학적인 불법 대선자금이 국민들을 혼돈스럽게 하더니 ‘깨끗함’을 내세워 집권한 참여정부의 도덕적 치부가 급기야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부패정치의 악순환, 17대 총선은 이를 단절시켜야 할 과제를 다시 안고 있다.

2004년은 불행하게도(?) 또 ‘정캄로 문을 열었다. 갑신년 원단(元旦)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정치권의 총선 레이스로 첫 단추를 꿰게 된 것이다.
그 속내가 어떻든 총체적 개혁요구에 봉착한 정치권의 물갈이 분위기가 한껏 달아 오르고 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외부 인사를 파격 기용하는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으로 여론의 기선을 잡는가 하면 ‘과거 굴절된 역사와의 단절’을 이유로 인적 청산의 기미까지 흘리고 있다. 그러나 정치개혁의 발목을 잡는 복병은 여전하다. 당장 주목되는 것은 각 정당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로의 회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구체적 움직임이 당선권 위주의 인물 사냥에서 나타난다. 내년 총선에서 다수당 쟁취가 지상과제인 보수 정당들이 최근 외부 인사 영입에 전력하면서 자칫 정치개혁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을 조짐이다.

이들 정당들이 궁극적으로 집착하는 것은 오로지 당선 가능성.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치적 신념이나 자질보다는 외형의 지명도 및 인지도가 후보 선택의 결정적 잣대로 급부상하고 있다. 당연히 고위 관료를 지냈거나 정치판에 얼굴을 내민지가 오래된 인사들이 상대적으로 선호되고 있고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두드러질 추세다. 비공식적으로 실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정치 신인들의 지지도가 하나같이 한 자리수를 맴도는 반면 기성 정치인들의 사정은 그들의 자질과는 상관없이 훨씬 낫게 나타나고 있다. ‘현실정치의 한계’가 말 그대로 현실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각 정당들이 현재 ‘이름 값’을 할 수 있는 구 인물들의 물색에 기를 쓰고 있다. 정치권 스스로의 변화가 여전히 요원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치가 바뀌기 위해선 우선 사람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그 반대 현상이 되레 두드러지는 것이다. 한 신인 정치인의 고뇌는 이런 분위기를 잘 대변한다.

“총선 정국 초창기만 하더라도 17대 총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국민들로부터 부여되는 의미가 남다랐다. 당연히 정치개혁에 대한 욕구가 폭발할 것으로 보였고, 이를 근간으로 하는 유권자 의식의 변화도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됐던 것이다. 참여정부 이후 하루도 쉼없이 계속된 낯뜨거운 정쟁, 거기다가 유사이래 처음으로 엄청난 불법 대선자금이 백일하에 드러남으로써 국민들이 느끼는 부패정치에 대한 체감지수는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개혁의 물꼬로 이끌 계기가 절대적으로 막혀 있다. 측근비리로 불거진 참여정부의 부도덕성이 그나마 남아 있던 정치신뢰에 치명타를 안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되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상실감과 패배주의가 유권자들에게 아예 탈정치 현상을 부추기지나 않을까 겁난다. 새로운 인물들이 전면으로 부상하고 또 그들에 의해 총선정국이 주도돼야 하는데 지금의 지역분위기는 오히려 구태정치, 한물 간 인사들에게 더 집착하는 것같다.”

그러나 ‘희망’은 이런 비관론에 훨씬 앞선다. 과거처럼 집권 말기가 아닌 집권초기에 대통령마저 알몸을 드러내는 지금의 정국이 오히려 정치개혁을 앞당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공감대’ 또한 확산되기 때문이다. 특히 충북지역에선 이번 신행정수도 특별법 관철을 계기로 유권자의식을 확신하는 분위기가 눈에 띄게 감지되고 있다. 당연히 그동안 결집됐던 도민들의 역량을 차제에 내년 총선의 ‘개혁 드라이브’로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싣는다. 충북은 올 17대 총선에서 정치적으로 두가지의 과업을 이루어 내야 한다. 하나는 국가적 과제인 개혁을 위해 ‘깨끗한’ 정치인을 뽑아야 하고, 또 하나는 중앙정치권에서의 발언권을 높이기 위해 ‘역량있는’ 국회의원을 선택해야 한다. 이의 관건은 결국 변화의 필요성을 온 몸으로 느껴야 할 유권자들의 냉정한 심판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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