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병준선생 기리는 ‘동범상’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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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병준선생 기리는 ‘동범상’제정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4.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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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동안 최고의 활동펼친 올해의 시민운동가 선정… 제1회 수상자는 박완희·송재봉씨

충청리뷰와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우리 고장 시민운동의 최고 어른이셨던 故 동범 최병준 선생을 기리는 의미에서 ‘동범상’을 제정했다. 그리고 지난 7일 제1회 수상자로 송재봉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과 박완희 생태교육연구소 터 사무국장을 선정 발표했다. 이들에게는 상금과 상패가 주어졌다.

동범상 제정위원회(위원장 주서택)는 “이 상은 몇 년전부터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 사이에서 시민운동가상을 제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동범 선생도 생전에 올해의 시민운동가상을 만들자는 뜻을 밝혀 제정됐다. 명칭도 ‘동범상’으로 하자는 쪽으로 자연스레 모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정위원회는 각계로 구성된 ‘100인 추천인단’으로부터 2003년 한 해 동안 우리지역에서 돋보이는 활동을 펼친 최고의 시민운동가 추천을 받아 6명을 뽑고, 다시 그 중에서 2명을 최종 선정했다. 선정 기준은 활동경력·사회적 영향력·활동실적·헌신성. 수상자 외에 본선에 진출한 후보는 이두영 청주경실련 사무처장, 박창재 청주환경련 사무국장, 염우 충북환경련 사무처장, 장민경 충북평화통일연대 사무국장 등이다.

수돗물불소화중단 이끌어낸 운동가
박완희 생태교육연구소 터 사무국장(33)은 회원수 163명의 작은 조직을 이끌어가면서 열악한 재정형편에도 불구, 항상 밝고 힘찬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청주시가 수돗물 불소화 중단 결정을 내린 데에는 박 국장의 힘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제인 생태교육연구소 터 대표는 박 국장에 대해 “2001년 청주수돗물불소화중단시민행동을 결성한 이래 도청 앞 릴레이 1인시위, 성안길 캠페인 및 서명운동, 충북도와 청주시 청원운동, ‘멈추시오 수돗물 불소화’ 책자 발간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수돗물 불소화중단 결정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원흥이두꺼비마을생태문화보전시민대책위 사무국장으로 2003년 청주를 떠들썩하게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박국장은 원흥이두꺼비마을의 존재를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산남3지구의 생태문화보전운동에 앞장서 이 공로도 인정받았다. 원흥이두꺼비살리기운동은 단순한 두꺼비살리기 차원이 아니라 친환경적인 도시개발을 촉구하는 운동으로 발전한데 이어 2003년 최고의 시민운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제인 대표는 “박국장은 평상시는 따뜻하지만 운동에 있어서는 원칙적이고 강건한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국장은 충북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지역사회에 대한 남다른 헌신성 돋보여
송재봉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37)은 지난해에도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충북정치개혁연대 공동집행위원장·직지포럼 사무국장·청주화상경마장반대시민대책위 사무국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송처장은 지역사회에 대한 남다른 헌신성으로 더불어 함께 사는 지역공동체 만들기를 비롯해 낡고 부패한 정치문화 개혁, 시민이 주인되는 사회, 소외받는 계층에 대한 권익증진과 인권보호운동에 힘 쓴 공적을 인정받았다.
또 다양한 이슈를 개발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현안사업에 대해 순발력있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조직내에서도 탁월한 리더십과 회원간의 유대를 꾀해 시민운동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참여연대 이선영 부장은 “송처장은 전문성과 운동에 대한 열정으로 불합리한 민생관련 사안들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정책적 대안을 찾아내 이슈를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운동으로 발전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대활동 측면에서 그는 포용력과 공동체정신으로 다양한 사안에 민첩하게 대응, 시민사회운동단체내 공공의 과제를 풀어가는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창립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연대회의의 사무국장을 맡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화상경마장반대시민대책위를 이끌어가면서 수많은 단체들을 규합해내고, 문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밀고 나가는 불요불굴의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게 이선영 부장의 말이다.

동범 최병준 선생은 누구인가?

충북문화인협회·청주시민회 창립 주도한 시민운동계의 ‘큰 어른’

지난 2001년 10월 11일 71세로 눈을 감은 동범 최병준 선생은 지역 예술계와 시민사회계에 초석을 마련한 인물로 누구에게나 존경을 받았다. 진천군 초평면에서 태어난 선생은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청주로 내려와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57년 1월 충북문화인협회를 발족한 데 이어 59년 종합예술제의 효시인 충북예술제를 만들었다. 이후 그는 청주문화원장과 충북예총회장으로 재직하며 충북문화예술발전에 크게 일조했다.

그러나 71년 선생은 공명선거 파동으로 큰 고초를 겪는다. 8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부정선거가 극에 달하자 지역인사 11명이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공명선거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이 일 때문인지 청주에서는 야당출신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이변을 낳았다. 하지만 선생은 정치적 보복을 받고 관계기관으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찍혀 모든 직책을 다 내놓은 채 오랫동안 칩거생활에 들어갔다. 이 때 받은 시련으로 동범은 쓰러져 78년 대수술을 받았다. 가슴에 인공 심장박동기를 단 그는 여러차례의 대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규제 속에서 풀려난 선생은 이후 충북참여연대의 전신인 청주시민회를 앞장서 만들고 청주경실련 공동대표, 호남고속철오송역유치추진위 부위원장, 문장대용화온천저지도민대책위 부위원장, 충북실업극복시민사회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충북총선시민연대 공동대표, 충북참여연대 대표 등 시민사회운동단체의 어른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지역에 크고 작은 현안이 있을 때마다 마다하지 않고 힘을 보탠 그는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상이었다. 말년에 김영세 전 교육감과 관련된 후원금 사건으로 큰 고역을 치렀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물욕없이 공익을 위해 청렴결백하게 살다 간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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