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회비 모금, 안바꾸나 못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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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회비 모금, 안바꾸나 못바꾸나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4.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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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충북본부, '실적비교로 구걸행정 부작용 초래' 개선안 제시

대한적십자사가 일선 통 반장을 통한 기존 회비모금 방식에 대한 개선 대안을 마련치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공무원노조충북본부와 일선 시군 담당공무원들은 지난 12일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관계자들과 만나 적십자회비 모금방법 개선을 요구했다. 공무원노조의 이같은 요구는 수년전부터 계속됐으나 적십자사는 인력부족과 납부율 저조 등을 이유로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공무원노조측에 제기한 기존 모금방식의 문제점은 행정업무에 대한 지장과 주민들과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한다는데 있다. 현재 모금방식은 적십자사지부에서 시군별로 목표액을 정하고 기업, 단체, 개인별로 고지서를 만들어 전달하면 다시 읍면동별로 통 반 리장을 통해 가가호호 배포하게 된다. 과거에는 통반리장이 직접 회비수금까지 했으나 부작용이 적지 않아 고지서 전달만 하고 있다. 적십자사는 행정기관과 통 반 리장의 협조를 받는 대신 모금액의 4%를 ‘회비모금업무지원금’ 명목으로 되돌려주고 있다는 것.

적십자사충북지사는 2003년 목표액을 14억1000만원을 잡았고 최종 실적은 12억9471만원으로 91.82%의 납부율을 보였다. 과거에 연초 2개월 동안 목표액을 집중모금했던 것에 비하면 연중 모금결과로는 미흡한 수준이다. 특히 제천, 충주, 청주 흥덕구등 시지역의 납부율이 83~85%로 저조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행정기관의 읍면동 조직을 통해 통반리장의 모금업무를 지원하기 때문에 평균 90%대의 납부율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대해 청원군공무원노조 김상걸부지부장은 “목표액을 정해 시군별로 동면별로 납부율이 공개돼 서로 비교가 되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본연의 업무가 아니면서도 적지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실적이 저조하면 할 수없이 공무원들은 통반리장을 독려하는 ‘구걸행정’을 하게되고, 그러다보니 농촌지역에서는 아예 마을기금에서 빼서 주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적십자사의 성격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모금제도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무원노조충북본부측는 적십자사에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상자 전원에게 우편발송할 경우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에 일단 통반리장(도내 4800여명)까지 소포로 부쳐주고 이들이 개별 가정에 전달하는 방법이다. 아울러 기관, 단체, 업체의 경우(2만개소 추정)에는 개별적으로 우편발송을 하는 방법이다. 공무원노조측은 이럴 경우 우편비용이 약 3500만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적십자사충북지사가 지난해 총모금액 12억9471만원 가운데 4%인 5200여만원을 모금업무지원비로 지출한 것으로 감안하면 오히려 2000만원이상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비용산출액까지 제시하고 있다.

또 하나의 대안은 적십자사가 체신청과 협의해 적십자 회비납부 지로용지에 대해서는 감액 우편물로 분류해 지원받은 방법이다. 이럴 경우 통반리장의 손도 필요없기 때문에 모금에 따른 부대업무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 특히 회비모금 실적에 따라 읍면동으로 분배되는 모금업무지원금은 지출내역이 모호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에서 통장직을 맡고 있는 A씨는 “어떤 동에서는 통장협의회에 전액 전달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회식자리 마련하고 음식값으로 지불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동별로 100만원 안팎 수준일텐데, 지원금을 어떻게 쓰라는 지침이 없다보니 저마다 실정에 따라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대한적십자사충북지사측은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시군별 동면별 고지서 배포나 모금홍보 활동을 하기가 곤란하다. 고지서를 전부 우편발송할 경우 비용부담도 만만치않다. 그래서 행정조직을 통해 최소한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인데, 공무원들이 업무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적십자사가 업무 일체를 맡을 계획이다.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고지서 배포까지만 협조를 받기로 양측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적십자사측이 내심 우려하는 것은 통반리장이 현장에서 모금독려에 나서지 않을 경우 납부실적이 급전직하로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실제로 행정기관에서도 대체로 이같이 예측하고 있다. 현직 청주시 공무원 B씨는 “우리가 통반리장을 독려해도 1년동안 90%가 안되는데 자율납부 방식일 경우 실적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봉사와 박애라는 적십자 단체 본연의 취지를 생각하면 잘못된 관행은 하루속히 고쳐야 한다. 또한 정부에서도 적십자 활동의 필요성을 감안한다면 직접적인 예산지원이 아니라도 우편요금 감액 등의 간접 지원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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