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정한 교칙 책임감에 더 잘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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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정한 교칙 책임감에 더 잘 지켜"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0.11.2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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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동주초 5학년7반 서울시 교육감에 제안편지

▲ 청주 동주초등학교 5학년 7반 (사진 왼쪽부터)김해인·유승연 양이 지난 15일 학생인권 조례 제정과 더불어 교사의 체벌을 전면 금지시킨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제안편지를 써 눈길을 끌고 있다.
"체벌 안 하면 학생이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급 규칙도 다 같이 토론이나 회의를 통해 정하기 때문에 불만이 없어요"

경기도와 서울시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잇따라 제정하고 최근 교사의 체벌을 전면 금지 시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교권을 위축 시키고 갈수록 학생의 생활지도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다. 실제 22일 제천상고에서는 생활지도 과정에서 여교사가 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충북도교육청은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생권리보장을 위한 법령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어 관련법이 정비되는 대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충북도교육청은 현행법을 근거로 하는 학교생활규정과 교칙 등이 이미 체벌의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고 있고 폭력교사를 징계할 수 있음에도 일부 체벌이 남용된 교사들의 사례만을 갖고 전면 금지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오히려 학교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학생인권 침해 논란의 여지를 없애고 교칙을 제·개정해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체벌 논란을 빚고 있는 학생인권조례가 도내에서도 필요한지 각계 의견을 통해 대안을 찾아보았다.

▲ 김해인, 유승연 양이 서울시 교육감에게 보낸 제안편지.
<교사체벌과 학생인권 논란/서울시교육감에게 왜 편지쓰나?>지난 15일 청주 동주초등학교 5학년 9반 교실에서는 아주 특별한 수업이 펼쳐졌다. 이 반 학생들이 서울시교육청 곽노현 교육감에게 직접 편지를 쓴 것이다. 충북 청주에 사는 학생들이 뜬금없이 서울시 교육감에게 왜 편지를 썼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통해 교사의 학생에 대한 체벌을 전면 금지 시킨 서울시교육청 곽 교육감에게 학생들이 감사의 마음과 함께 자신들의 생각을 적어 보내는 일종의 제안 편지를 쓴 것이다. 이날 수업은 원하는 학생들에 한해 자신이 쓴 편지를 발표하고 친구들의 생각을 듣는가 하면 우편으로 부치기까지 했다.

유승연(12) 양은 "제가 이렇게 편지로 인사드린 점은… 선생님이 체벌을 안 하면 학생이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 학급에서는 STOP제도로 학급 친구들이 다 같이 기분 나쁜 일을 풀어갑니다. 학급 규칙도 다 같이 토론이나 회의를 통해 정하기 때문에 불만이 없어요. 강압적인 규칙이 아닌 학생 한명, 한명의 생각이 녹아든 규칙이기 때문이죠…"라고 발표했다.

유양이 말한 스톱제도는 이 학교가 새롭게 시행하는 일종의 대안수업이다. 학생 간에 서로 생각이 달라 생길 수 있는 갈등을 학교생활 도중 스톱을 외친 학생을 중심으로 같은 반 학생 모두가 토론을 통해 잘잘못을 가린 뒤 사과를 주고받는 수업이다. 이 학급은 학기 초에 학생들 스스로가 1년 동안 지켜 나갈 학급규칙까지 토론을 통해 제정한 바도 있다.

김해인(12) 양은 "오늘 도덕 수업을 받다가 폭력에 대해 토론을 하게 됐습니다. 4학년 때까지 체벌을 하지 않는 선생님은 안계셨습니다. 친구들을 왕따 시키기도 했고 많은 친구들에게 상처를 입혔습니다. 하지만 5학년이 되어서 선생님과 토론하고 친구들의 위로를 받으며 달라졌습니다. 저는 체벌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체벌이 뭘까요? 때리는 것만 체벌일까요? 아니요 체벌은 혼내는 것으로 그 학생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김 양은 "저는 옛날에 잘못을 하면 당연히 체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아니에요. 자신의 마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이 잘못을 인정하고 다음부터 절대 안하겠다고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겁니다. 거기에서 이기면 끝난 겁니다. 체벌을 안 한다고 생각하면서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명심보감을 쓰게 하는 선생님입니다…(생략)"라고 전했다.

김 양이 말하는 '명심보감 쓰기'는 학생들이 경고장을 받은 횟수에 따라 분량이 틀려진다. 문제는 학부모들로부터 경고장마다 서명을 받아 제출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반발심까지 생긴다고 한다. 비슷한 경우로 벌점제도인 그린마일리제, 칭찬스티커 등이 있다. 학생들은 벌점을 없애기 위해 수업시간에도 봉사에 나서고 칭찬 스티커를 받았다가 빼앗기면 상실감에 빠지는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국어사전에서 체벌(體罰)은 '몸에 직접 고통을 주어 벌하는 것'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즉 직접 회초리를 드는 것 이외에 얼차려를 주는 행위, 언어적 폭력이나 심리적 압박, 관계적 폭력이 모두 체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례로 교사의 단체 기합이 학생 간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tip>-(體罰):몸에 직접 고통을 주어 벌함. 또는 그런 벌.
-권도(勸導):타일러서 이끎, 가르쳐 인도함.

<tip>-학생인권조례란?
학생들이 인권주체로 학교에서 존중받도록 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12월 17일 내 놓은 것으로 초안은 총 5장 48조와 관련 부칙으로 구성돼 있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 및 위험으로 부터의 자유, 교육을 받을 권리, 사생활 비밀과 자유 및 정보의 권리, 내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자치 및 참여의 권리, 복지에 대한 권리, 징계절차에서의 권리 등 9개 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인권교육 및 실천계획, 상담 및 구제 장치도 담겨 있다. 후에 최종안이 발표되면서 일부 내용은 변경되거나 삭제되었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제정 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곽노현 외 12명이 참여했으며 곽 위원장이 6.2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학생인권조례를 채택했고 교사의 체벌을 전면 금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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