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하고 학대하고 회초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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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하고 학대하고 회초리까지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0.11.24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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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 고친다며 지우개 빼앗고…야자시간 존다고 웃통 벗겨
도내 학교 29.3% 생활규정에 체벌 허용… 현행법 피소되기도

▲ 교편을 잡고 있는 교사가 인상적인 가운데 아직도 도내 초·중·고 471개교중 29.3%에 이르는 138개교는 학교생활규정에 체벌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현행법과 상충되어 학부모가 체벌교사를 고소하는 사태를 빚기도 한다.
<교사체벌과 학생인권 논란/다양한 체벌 사례는?>도내 일선 학교의 학생인권 의식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일부에선 체벌에 대한 개념 정의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지난 8일 오후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떠들고 졸았다'는 이유로 이 학교 교사가 1시간가량 창문을 열어 놓은 채 야간 자율 학습을 진행해 논란이 됐다.

이 학교 1학년 부장교사는 6반 학생 28명의 상의를 모두 벗긴 채 자율학습을 진행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한 학생이 인터넷 유명 포털사이트에 올리면서 지역 뉴스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당시 청주지역 기온은 영상 7도 안팎을 기록했지만 학생들의 체감온도는 상당히 추웠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명 '상의탈의 교사' 사진을 포털사이트에 올린 학생은 "이런 체벌을 내린 것은 우리를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반문을 하기도 했다. 논란이 된 K교사는 "학생들이 심하게 떠들고 졸고 있어 정신 차리라는 의미에서 웃옷을 벗겼을 뿐 체벌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이 신체적 고통을 직접적으로 받은 모든 행위는 바로 체벌에 해당한다.

얼마 전 청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분임토론 수업을 하던 중 일명 지우개 똥을 갖고 장난치는 학생을 훈계하던 지도교사가 지우개를 빼앗아 다른 학생에게 주면서 학생 간 싸움으로 비화된 사건도 있었다. 학교 측이 쉬쉬하면서 등교를 거부한 학생을 학부모가 대안학교에 보내기로 하면서 일단락 된 이 사건은 지도교사의 편애로 학생이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비롯된 불안한 심리 표출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학년 갈수록 체벌허용 높아져

앞서 지난 7월에는 충주의 한 여중학교에서 낙서를 하는 버릇이 있는 여학생의 생활 지도를 하던 교사가 학교생활규정에 따라 엉덩이를 5대 때렸다가 학부모로부터 피소를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이 학교 교사는 알코올을 챙겨다 학생에게 책상위의 낙서를 지울 것을 지시했으나 교사가 건넨 알코올이 담긴 용기를  학생이 집어 던지면서 매를 들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체벌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직접적으로 회초리를 들거나 간접적으로 신체적인 학대를 가하는 것에서부터 심리적으로 무시하고 흔히 말하는 왕따를 당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 도내 초·중·고등학교 471개교 중 29.3%에 이르는 138개교가 아직도 학교생활규정(교칙)을 통해 체벌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은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체벌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도내 학교생활규정은 고학년으로 갈수록 체벌을 허용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초등학교는 258개교 중 16.7%에 이르는 43개교만이 체벌을 허용하고 있지만 중학교는 131개교 중 44.3%에 이르는 58개교, 고등학교는 전체 82개교 중 무려 45.1%에 이르는 37개교가 허용하고 있다. 이는 연령과 학교 유형에 따라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란 것이 일선학교 교사들의 설명이다.

감정 이입되고 폭력교사 양산 우려

그러나 도내에서 학생인권조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의도로 체벌을 가한다고 해도 결국은 교사의 감정이 이입되고 반복적인 체벌로 인해 폭력적인 아이들을 양산하게 된다"며 "가르쳐 인도하는 교사의 권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도내 한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A군(16)이 최근 써낸 청소년 인권에 관한 논문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학교 규칙이나 생활규정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지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 학생은 "학생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인권 침해를 받고 있다. 두발을 규제하고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체벌을 한다. 자신을 표현하고 꾸미고 싶은 청소년기의 학생들을 두발로 규제하고 체벌하니 교사들과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대립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A군은 청주에서 일반 중학교를 다니다가 현재 대안학교에 잘 적응해 발굴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학교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학생인권 침해 사례를 들고 있다. 두발규제와 학교체벌, 그리고 학교폭력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례다. 우선 두발 자유화가 학생들 간의 안전이나 위생, 수업 분위기 등에 방해가 된 구체적인 사례가 없음에도 어른들의 잣대로 규제를 하고 체벌을 가하면서 반발을 산다는 것이다. 이는 헌법(12조)이 보장한 신체의 자유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신뢰감과 인권의식 신장 필요

또 회초리나 야구방망이, 심지어 각목으로 맞았던 기억을 더듬으며 한 언론이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 고등학교 교장을 인터뷰했던 사례도 들었다. "이 학교가 어떻게 명문이 된지 압니까? 간단해요 아이들 새벽에 불러서 밤늦게 보냈어요. 아침에 지각하는 아이들 교문에서 몇 대 패고, 교실에서 담임이 또 패고, 공부시간에 졸면 또 패고… 사실 90년대 후반까지 다 그렇게 해서 대학 보냈어요. (중략)대학 진학률 떨어지면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 패주세요!' 할 겁니다."

A군은 "한국 학교는 입시학원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며 "학생들의 인권보다는 학교가 명문이 되고 대학을 보내는 것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학교 폭력과 관련해서는 "선배들이나 일진이라 불리는 학생들에게 돈을 바치려 부모님의 지갑에 손을 대거나 집단 따돌림으로 자살을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며 "반항심과 호기심에 음주와 흡연을 하다가 선생님에게 적발되어 부모에게 알리면 혼나기 싫고 학교가 불만스러워 가출을 결심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전했다.

A군은 "학생들 인권의식이 높아지면 학교폭력도 없어질 것이다"며 "학생들 스스로가 학교의 낡은 규칙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만 어른들의 믿음과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 등에 대해 어른들이 존중해 주고 학생들 서로가 인권을 존중해 준다면 행복한 학교생활이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TIP>체벌금지 관련 법규 및 판례
-초·중등교육법 제 18조 1항: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 31조 7항: 학교의 장은 법 제 18조 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한 지도를 하는 때에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행하여야 한다.

-형법 제 20조 정당행위: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헌법재판소 판례(2006.7.27):징계방법으로서의 체벌은 허용되지 않으며 기타 지도 방법의 훈육·훈계가 원칙이고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은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 예외적으로만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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