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파동 장기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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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값 파동 장기화 조짐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0.12.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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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상치보다 60%가량 비싸게 거래… 농민·소비자 모두 불만

지난 9월 전국을 강타한 배추 파동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한때 1만 5000원을 호가하던 배춧값이 하락하자 11월부터는 배추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러나 지난달 가락동 도매시장 기준 배추 가격은 평균 상품 기준으로 10㎏ 당 8790원에 달했고, 소매가는 1만 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상품 10㎏ 당 5500원을 예상했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전망보다 3290원, 즉 59%나 비싸게 거래된 것이다.

한파 피해 등 겨울철에 예상되는 자연재해도 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연구기관이 발표한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가격대에 배춧값이 형성된 것은 정부의 농산물 가격 예측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음을 의미한다. 또 배추 등 채소류의 생산, 유통, 소비 구조가 심각하게 왜곡됐음을 반증한다.

▲ 11월부터는 배추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정부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배춧값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충청리뷰DB
주부 김영희 씨(42)는 지난 13일 “요즘 연평도 긴장 상황과 국회 날치기 여파 등 대형 이슈에 묻혀 생활 물가가 뒷전으로 밀려서 그렇지 대부분의 가정이 김장을 끝마친 현재까지도 배춧값은 여전히 비싸다”며 “배추 한 포기 값이 전주보다 거의 1000원 가까이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배춧값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것은 산지 유통인의 포전 가격, 즉 밭떼기 가격이 예년보다 높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당분간 배춧값의 안정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제천 지역 채소 재배 농가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추의 상당량은 배춧값 파동이 한창이던 9~10월에 포전 거래된 물량이라는 것. 당시 포전 가격은 3.3㎡ 당 1만~1만 5000원이었다.

생산·유통·소비 구조 왜곡 심각

문제는 이 같은 배추 파동이 올해에 국한된 이례적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배추 등 채솟값이 오를 때 정부는 손쉽게 중국산을 수입해 가격 하락을 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민간업자가 아닌 정부까지 직접 나서 중국산 배추로 강력한 가격 인하를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당량의 물량을 쏟아내고서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배추 시장이 더 이상 소비와 공급이라는 자본주의 원리에만 의존할 수 없는 복잡한 구조에 빠져 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배추 재배농은 “농가의 입장에서는 물건을 제값에 출하할 가능성이 높은 장마철이나 김장철에 맞추어 배추를 재배하지만 그렇다고 소망한 대로 가격이 형성된 적은 거의 없었다”며 “이번 배추 파동 때에도 시장에서는 포기 당 1만 5000원까지 가격이 올랐지 실제 현지 거래 가격은 시가의 30% 수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왜곡된 현상은 하늘과 유통업자만을 바라보고 농사를 지어야 하는 한국 채소농업의 특수한 생산, 유통 시스템에서 기인한다”며 “정부와 농협이 현재 5% 수준인 계약재배 물량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려 농가는 마음 편히 재배에 전념하고 소비자는 상인의 상술에 놀아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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