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학원, 현대 향한 끊임없는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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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학원, 현대 향한 끊임없는 '구애'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0.12.2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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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학내분규 오명 씻고 재도약 발판 삼고 싶다"
복수이상 공모절차 생략… 굴욕적 재단인수 목소리도

   
▲ 서원학원이 새로운 재단을 인수해 빠른 정상화의 길을 걷기 위한 학내 구성원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사진은 서원대 미래창조관.
새 재단 영입으로 오랜 학내 분규를 씻고 재도약의 길을 걷고자 하는 서원학원 구성원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지난 23일까지 총학생회를 비롯해 교직원, 조교노조 등 학내 구성원 대부분이 현대백화점의 서원학원 인수를 찬성하는 서명 동의서를 받아 전달했다.

이는 앞서 22일 오후 서원대 미래창조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현대백화점 그룹 경청호 부회장과 교수, 직원, 조교, 학생 등 서원학원 구성원들과의 대화 및 긴급회의가 끝난 뒤 전격 단행됐다. 바로 현대백화점이 제시한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7월 중순께 관선이사 체제로 전환된 서원학원이 빠른 학원 정상화를 위한 마스터플랜(master plan:종합계획)을 제시하는 적어도 복수 이상의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공모 절차를 거치겠다는 당초 계획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어서 굴욕적인 재단 인수란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현대백화점이 서원학원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현대백화점 그룹과 서원학원 구성원 대표자들이 지난해 4월 체결한 합의서 내용 효력 유지 △학원 구성원 인사 문제 미 개입 △교수회 등 학내단체 학교운영 전반에 관여하는 행위 삼가 △학원 인수 전 마스터플랜 제출 미 촉구 등이 학내 구성원들의 무장해제를 시킨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인수조건과 상충되는 합의서 내용?#
더욱이 앞서 지난해 4월 체결한 합의서 내용이 대략 △서원학원 공식부채 전액 해결 △교비 27억 원 무조건 포함 △법인의 자력 경영(인력·예산 사용금지) △매년 대학에 일정금액 전입 △학교운영(학교장 임명) 일임 등 민주적 경영 △학교장 임명권 법인이 행사 △구성원과 합의아래 중장기 발전계획 마련 △서원대 캠퍼스 이전 금지 등으로 일부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서원대학 교수회장 직무대행은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 비정상적인 학원 인수절차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정상적인 공모절차를 거쳐도 현대백화점 그룹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유리하게 서원학원을 인수할 수 있음에도 겁박하는 조급함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학내 게시판에 학내 구성원들의 화합을 촉구하며 학원 인수를 재고할 수 있다는 현대백화점 그룹의 메시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교수회장 직무대행과 차기 교수회장이 유력한 인사 간에 학교 내부 전산망 게시판을 통해 설전을 주고받는 일까지 생겼다. 이를 두고 서원학원의 빠른 정상화를 원하는 학내 구성원들은 큰 우려를 하고 있다. 서원학원이 지난 10여 년 간의 학내 분규를 말끔히 씻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느냐 하는 중요한 기로에서 또다시 이전투구 양상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헤게모니 분쟁 학원정상화 도움 안돼#
사실 서원학원 구성원간의 내부 갈등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서원학원은 청석학원과 더불어 한수이남 중부권 최대 사학으로 자리매김 해 왔다. 하지만 매번 학내 구성원간의 갈등이 지역 뉴스메이커로 등장했다. 서원학원 사태는 설립자 고 강기용 박사의 타계 이후 장남인 강인호 박사와 차남인 강인욱 상무가 경영권 문제로 틈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어렵사리 지역사회의 뜻을 받아들여 장남인 강인호 박사가 서원학원 이사장으로 취임해 잠시 안정을 찾는 듯 했으나 학원 발전이란 미명아래 학원산하 서원대, 운호 중·고, 충북여상, 충북여중, 운호초교 등 모든 학교를 무리하게 성화동으로 이전을 추진하다 200억원 상당의 부도를 내고 미국으로 도피하면서 파행을 걷기 시작했다.

한 때 신라개발이 인수의사를 밝히고 성화동으로 학교 전체를 옮긴 뒤 현 부지에 아파트를 건립해 분양하려 했으나 학원 구성원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인수의사를 포기하기도 했다. 또 가톨릭의대병원이 청주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협의 하였으나 이도 여의치 않아 구 리라병원을 리모델링해 지금의 성모병원이 개원하게 됐다.

서원학원 학내 분규가 지역사회의 이슈로 다시금 등장한 것은 지난 2008년 3월3일 개강과 동시에 총학생회가 부채상환을 촉구하며 이사장 실을 점거하면서다.  구성원들 사이에 수십여건의 고소·고발 이 오가면서 급기야 법정분쟁이 이어졌고 결국 박인목 전 이사장이 실형을 선고 받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런 와중에 2008년 8월 현대백화점이 서원학원 인수를 발표하면서 서원학원은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정상절차 밟지 않으면 부작용"
김성렬(교육학과) 교수회장 직무대행은 "서원학원이 빠르게 정상화 되었으면 하는 충정은 똑같다"며 "다만 민주적으로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전철을 밟게 될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인 공모절차를 밟아도 현대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는데 학내 구성원들을 겁박해 동의부터 얻어내고 있다. 총장 직무대행 체제도 1학기가 다 지났는데 선출을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식 공모절차를 밟아 우선협상 대상자가 박 전 이사장의 동의를 얻어 내야 한다. 이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다"고 주장했다.

최병록(법·경찰학과 교수) 입학취업처장은 "현대백화점은 파행을 걷고 있는 박 전 이사장으로부터 90% 가까운 채권을 인수하면서 학원 정성화에 기여한 부분이 많다"며 "이미 채권 인수를 했는데 공모절차를 밟는 것은 민주적 절차를 가장한 기만행위로 들러리 세우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총장 직무대행 체제가 길어지는 것은 김정기 전 총장에 대한 소청심사 결과가 오는 2011년 1월10일쯤에나 나오기 때문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 전철을 밟기보다 서원학원을 인수한 뒤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솔직함을 오히려 칭찬해 주고 싶다. 인사문제도 소모적인 헤게모니 분쟁보다 각자 제자리에서 본분에 충실해달라는 당부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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