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이 두려운 초등생 속내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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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이 두려운 초등생 속내 들여다보니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1.1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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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일짱·백·양 언니·양 자매'… 충격적인 학급내 카스트
교사 "무관심속 공공연한 비밀"…학생 "드러나 사라져야"

   
▲ 충북도내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진 일선학교 학급내 카스트가 다양한 유형의 폭력사태로 번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사진=육성준기자.
'일진, 일짱, 이짱… 양 언니, 양 자매, 백, 백전, 빵 돌이' '양'이 있고 '백'이 있다. 도대체 말만 들어선 알 수 없는 이 말들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바로 충북 도내 학생들 사이에 통용되는 일종의 은어인 셈이다.  '양'은 양 언니, 양 자매의 줄인 말로 언니나 친자매처럼 힘이 되어 주는 존재를 말한다. 춤, 음악, 공부, 컴퓨터 게임 등 뭐든지 잘하면 친구가 되어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백(back)은 양 언니와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 흔히 뒤를 봐주는 우월적 존재로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일진은 이 같은 '백'을 많이 갖고 있는 학생을 일컫는다. 백은 남다른 춤 솜씨, 음악·공부 실력, 게임 능력, 싸움이나 운동을 잘하는 모든 친구들이 될 수 있다. 일짱은 한마디로 싸움을 제일 잘하는 친구를 말한다. 같은 반 친구일수도 있고 학교 나아가 학원, 지역의 한 학생이 될 수도 있다.

학급 내 힘이 비슷한 학생들이 서열을 정할 때엔 때론 백전을 통해 결정짓기도 한다. 백들이 싸워서 이기는 쪽이 학급 내에 일진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은 학급 내 일명 카스트(계급사회)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교사들이 이를 알려고 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집단 따돌림이나 폭력사태로 이어진다.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 폭력예방 활동 일환으로 분기별 카스트 조사를 통해 공개를 하고 있지만 학생인권 논란의 여지가 있어 확대여부는 미지수다.

카스트 공개 학생인권 논란도
자칫 낙인(주홍글씨)을 찍어 예비 문제아 취급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해당 교사는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만으로 학생들이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해가 거듭할수록 다층 피라밋 구조의 계급사회가 존재했던 학급은 복층 피라밋 구조나 원형의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 간에 힘의 논리는 존재하지만 어느 정도 평등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자체 분석을 내 놓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여전히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학급 내에 존재하는 일명 카스트(계급사회)는  일명 '빵 돌이'라 불리는 학생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빵 셔틀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던 빵 돌이는 학급 내 일진이나 일짱이 간접적으로 학생들에게 빵 심부름을 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일짱 아래의 이기주의 집단(도표)에 의해 간접적으로 지시된다. 일종의 보호비 차원의 상납고리인 셈이다.

또 평소 내성적이고 공부만 하는 학생도 양 언니 또는 백을 잘 두면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기 때문에 편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는 그릇된 편견까지 심어주고 있다. 이 같은 학급 내 카스트는 성별에 따라 다양한 폭력의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신체적, 언어적으로 이뤄지는 직접적인 폭력, 간접적으로 이뤄지는 관계적 폭력이 있다.

교사 관심, "폭력 예방효과 크다"
직접적 폭력은 말 그대로 학생 간에 때리고 욕을 하는 것이다. 관계적 폭력은 뒷담화 하기, 안 좋은 소문 퍼트리기, 쪽지 돌리기, 따돌리기(왕따) 등이 있다. 여학생들 사이에선 주로 관계적 폭력, 남학생들 사이에선 직접적인 폭력이 자행되고 있지만 요즘 남학생들 사이로 관계적 폭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실례로 관계적 폭력은 다른 학생이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처럼 음해해 학생간 폭력을 유발하는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이 같은 학급 내 카스트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있고 동 학년과 학교를 넘어 학원과 지역사회로 확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도내 한 초등학교 학생은 "학교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친구 간에 양 자매를 삼거나 양 언니를 두기도 하고 남학생들은 백을 두지만 그릇된 길로 빠져 들수 있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관계를 정리했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개학이 두려워진다는 도내 한 중학생은 "그룹화 되어가는 학급 내 카스트 문화는 언론을 통해서라도 세상에 드러내어 없어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도내 한 고등학교 학생은 "백이란 것이 공부나 취미생활에 보탬이 되기보다 학생들 간에 힘  겨루기나 파벌 싸움으로 번지는 듯해 없어져야 할 문화라고 생각 한다"고 전했다. 충북도교육청 생활지도담당 김흥준 장학사는 "수시로 설문조사를 통해 폭력예방 활동을 하고 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아 파악하지 못했다"며 "Wee센터 등을 통한 상담활동을 하고 있지만 학생들 스스로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찾아오기 전까지는 해결이 어려운 형국이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카스트제(신분제)는? 세계의 수많은 전근대 사회에서 나타났던 문화·사회적 현상으로, 일정 신분계층집단의 지위를 자손 대대로 세습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은어(隱語)는? 어떤 계층이나 부류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자기네 구성원들끼리만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 상인·학생·군인·노름꾼·부랑배 따위의 각종 집단에 따라 다른데, 의태어·의성어·전도어(顚倒語)·생략·수식어 따위로 그 발생을 나눌 수 있다.

-백(back)은? 등 뒤, 뒤의, 배후의, 뒤로, 본래 자리로 , 후원하다, 후진시키다 등의 사전적 의미.

-양 언니는? 동성(同性)의 손위 형제를 이르는 말로 일종의 의자매를 일컫는 말. 학생들 사이에선 양 자매란 말로도 통한다.

-백전(後戰)은? 뒤에서 대신 싸워주는 배후, 양 언니, 백 등을 일컫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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