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는 알쏭달쏭 교복가격 거품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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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는 알쏭달쏭 교복가격 거품논란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1.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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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소비자 선택권 차원 사실상 협의구매 지원
충북은 공동구매 불모지, 인근 전북과 확연한 차이

   
▲ 입학철만 되면 논란을 빚는 교복 거품가격 논란이 이번에는 구매 방식을 놓고 업체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교복 구매방식 놓고 이견>도내 교복 '거품가 논란'이 해마다 입학철만 되면 되풀이 되고 있다. 이번에는 구매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적정한 가격에 교복을 구매할 수 있도록 공동구매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도교육청이 유명브랜드 업체에게 유리한 협의구매방식을 사실상 지원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한 것'이란 도교육청·청주교육지원청의 주장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디자인의 질 높은 교복을 구매할 수 있는 공동구매 방식을 포기하는 처사'라는 일각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지난해 12월22일 청주·청원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와 지역 16개 교복판매업체들이 모여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입학이 시작되는 3월말까지 '협의된 가격에 교복을 판매 한다'는 것이다. 우선 유명브랜드 업체는 동복의 경우 21만원∼22만 원대, 일명 비 메이커는 13만원∼18만 원대에 판매하고 전년도 이월상품은 20%∼50%까지 할인을 약속했다.

하복은 비 메이커 4만원∼5만 원대, 유명브랜드 8만 원대에 판매하고 마찬가지로 이월상품에 대한 할인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과열경쟁을 막기 위한 별도의 홍보물 제작과 사은품 제공은 일절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유명 브랜드 업체인 아이비클럽, 엘리트, 스마트. 스쿨룩스가 동·하복 90벌씩을 기증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역의 일부 교복업체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란 얘기다. 지난해 판매가보다 너무 비싼 가격에 책정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유명브랜드 교복업체 판매 가격은 19만원∼21만 원대로 물가 인상분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1∼2만원 높게 책정됐다는 설명이다.

"서비스 품목 '0' 25만 원 이상 호가"
흔히 말하는 지역 일반 업자가 판매하는 비 메이커 가격도 지난해 11만 원대에 비해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7만원까지 더 비싸졌다는 얘기다. 더욱이 2∼3만 원대 할인 가격에 제공하던 와이셔츠나 사은품 제공도 안 되는 것을 감안하면 협의구매 가격은 25만 원대를 상회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 청주·청원 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 교복구매협의체(이하 교복구매협의체)는 사전 시장조사를 하지 않은 것일까. 충북도 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 백선희 사무처장은 "사전 시장 조사를 통해 천안과 충주·제천 보다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1만5000원까지 낮은 가격에 책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일반 업자들은 "교복 시장에 대해 몰라서 하는 소리다"며 "충북 북부권인 충주·제천 등지는 가족경영체제로 일반업자와 브랜드 업자가 가족인 경우가 많다. 당연히 독과점이 형성되고 전국에서 교복 가격이 비싼 지역 중의 하나다. 더욱이 유명브랜드 업체들이 판매영역을 늘리기 위해 고안해 낸 협의구매 방식이 자리 잡힌 전국 유일무이한 곳이다"고 꼬집었다.

또 일각에서는 교과부의 교복공동구매 업무 지침을 어기고 협의구매를 사실상 종용한 교육청의 잘못을 꼬집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청주교육지원청은 지역 교복업체들에게 협의구매 방식에 참여할지 여부를 묻는 의견수렴을 했다. 이에 대해 일부업체에서 이의를 제기하자 청주시학교운영위원회에서 재차 의견수렴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지난해 말 청주·청원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는 교복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이를 지역학교에 가격 고시를 하면서 사실상 협의구매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실제 청주의 일부 학교들은 이 기간 공동구매를 추진하다가 협의구매 방식으로 돌렸다. 그것도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한 채 말이다.

"학운위원장, 교복구매 참여 지침위반?"
청주의 한 중학교는 지난해 9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교복공동구매 결정이 내려졌다. 그해 10월 교복선정위원회가 구성됐고 11월초까지 시장조사를 통해 업체선정을 위한 경쟁 입찰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청주·청원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의 협의구매 결정이 내려지고 청주교육지원청이 이를 일선학교에 안내를 하면서 공동구매를 포기하고 협의구매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사전 비리를 차단하는 차원에서 학교운영위원회위원장 등이 교복선정위원회 등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장이 협의구매에 참여하는 것은 관련 지침을 어기는 행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주교육지원청 박종원 장학사는 "학운위의 부탁으로 교복업체의 의견수렴을 했을 뿐이다"며 "공동구매를 해도 이탈자는 발생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부여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충북도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 백선희 사무처장은 "단위학교 학교운영위원장이라면 교복공동구매에 참여할 수 없을지 몰라도 지역차원이라 문제될 것이 없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충북도교육청 이경복 장학관은 "협의구매도 넓은 의미에서 공동구매로 보기도 한다"며 "지난해까지 공동구매를 추진해 봤지만 유명브랜드를 선호하는 학생들의 일탈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협의구매 방식으로 전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교복공동구매 지침을 어겼다는 것은 보기에 따라 그럴 수도 있지만 학부모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본다면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학부모 연합 공동구매 가격인하 가능"
전북지역의 사례는 타산지석으로 삼을만 하다. 백숙현 교복공동구매 전북추진위원장은 "협의구매와 공동구매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며 "협의구매가 도입된 것은 불과 5년 전이다. 유명 브랜드업체들이 시민사회단체를 필두로 해서 교복 거품가격을 빼기 위한 공동구매 붐이 일면서 설 곳을 잃게 되자 일종의 가격 담함을 통해 가격제시를 하고 정해진 가격에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백 위원장은 "요즘 교복원단의 질 차이는 거의 없다. 학부모가 원단을 선정하고 학교가 학생의 의견을 물어 디자인을 선정한 뒤 최저가 경쟁 입찰로 업체를 선정하다 보면 유명업체와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교복을 동·하복 합쳐 16만원 안팎에 구매가 가능하다. 비 메이커의 경우 하복만 4∼5만원이니까 상당히 저렴한 것이다"며 "이런 이유에서 전북 익산 지역의 200여개가 넘는 단위학교 학부모단체들이 모여 교복공동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공동구매가 85%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한 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충북 청주, 제천, 충주 지역에서만 협의구매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단 가격인하로 소비자에게 접근하지만 광고료, 부가세 마진율을 고려해 해마다 인상폭이 커질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이미 유명브랜드를 선호하는 학생들 때문에 교복공동구매를 통한 가격 거품 제거는 어려워 질 것이다"고 말했다.

전북 교복공동구매추진위원회는 지난 2003년 지역 5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구성해 현재는 지역 200여개 단위학교 학부모단체가 연합회 차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자녀가 입을 교복의 원단을 부모가 직접 고르고 학생과 학교의 의견을 존중해 디자인을 선택한 다음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 입찰로 철저하게 적정가를 찾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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