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소모적 논쟁만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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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소모적 논쟁만 벌였다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2.1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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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반년 지나도록 예산 분담률·현물 지원 놓고 갈등 '허송세월'
더 늦기 전 전담기구·유관단체 참여 공동 논의기구 설치해야

   
▲ 도내 무상급식이 시행 보름여를 남겨 놓고 있는 가운데 유관기관들이 소모적 논쟁만 계속하면서 급식의 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담부서 설치하고 사업 일원화 해야>우여곡절 끝에 오는 3월 개학부터 충북 도내 초·중학교 16만 4805명에 대한 전면 무상급식이 실시 된다. 도 단위 전체로 시행되는 것은 전국 16개 시·도 중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도지사와 교육감의 중점공약사항으로 시행시기와 방법론이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반년이 다 지나도록 예산분담률과 현물 지원 여부를 두고 기관 간 갈등 양상을 빚으며 허송세월을 보낸데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충북도와 교육청은 지난해 11월7일 이시종 도지사와 이기용 교육감이 조찬회동으로 '2011년 도내 초·중학교 무상급식 예산 분담액'을 확정하기 까지 이미 한 차례 예산 분담률을 놓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특수학교 학생 포함과 급식종사자 인건비, 시설 교체비용을 부담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다행히 전체 무상 급식 예산을 740억 원으로 정하고 충북도가 340억원, 도교육청이 400억 원의 예산을 분담하기로 하면서 일단락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달부터 청주시가 무상급식비 일부를 현물로 지원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도교육청은 물론 충북교총, 영양사들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무상급식 시행 보름여를 남겨 놓고 이미 예산편성까지 다 해서 일선학교에 내려 보낸 도교육청의 입장에선 예산을 재편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란 일각의 지적도 있지만 학교 영양사들은 구제역 파동이란 특수한 상황으로 식자재 전반의 물가가 대폭 인상되어 예산운용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부 의견이 반영되면서 지난 11일 청주시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학교 급식지원 심의위원회에서는 지역 농민단체와 농협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차후 교육청-청주시-농협이 협약을 통해 지역 쌀을 학교급식에 이용하고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 때까지는 보조금으로 지원한다는 조건부 수용으로 매듭을 지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은 전담기구 설치와 공동 논의의 장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계속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전남 나주시 사례 본 받아야
무상급식의 본질은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제공하고 지역 농가들의 수익증대에도 도움을 주는가이다. 따라서 충북도가 일찌감치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유관단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성해 사전에 충분히 논의 했더라면 이 같은 소모적인 갈등은 빚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현재 충북도는 무상급식 업무는 기획정책과 교육지원팀, 지역 친환경 농업기반 조성사업은 농산지원과로 이원화 되어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충북도가 업무의 이원화로 현안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의미에서 전남 나주시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찌감치 지역우수농산물 지원 업무와 무상급식을 비롯한 학교급식업무를 농산물유통과로 일원화 하고 13개 단위농협이 연합사업 법인을 구성해 운용중인 농산물지원센터를 통해 각 학교에 지역 우수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사실 전남 나주시는 지난 2004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고 외국산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위기의식을 느꼈다. 이에 지역 친환경 농산물 산지를 중점 육성하고 이를 유통하기 위한 센터 건립을 본격 추진해 왔다. 국비를 포함해 200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농산물유통센터를 건립했다. 이듬해인 2005년 학교급식시설을 포함한 설계변경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남 나주시 농산물 유통과 형남열 담당은 "지자체마다 우수농산물 식자재 지원업무와 무상급식 업무가 이원화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며 "이 모두가 학교급식 업무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일원화 되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농산물 판로 확보나 경비 절감차원에서 물류 유통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는 지역 단위 농협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며 "유관기관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논의의장도 필요하겠지만 정책자문 이상의 역할은 어려울 것이다"고 덧붙였다. 충북도 기획정책과 정성엽 교육지원 팀장은 "유관단체가 논의하는 기구 설치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한정된 인력, 업무량 등을 고려할 때에 전담기구 설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제역 파동, 무상급식 식단에도 영향
당초 물가 인상분 3% 기준 단가계산… 현재 10배 이상 인상
 
구제역 파동은 무상급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내 초·중·고 73개교 3313명이 오는 3월초 예정이었던 등교가 중지되고 무기한 연기됐다. 구제역 확산과 교차 감염을 우려한 조치지만 수업일수에 지장을 주게 됐다. 더욱이 지난해 충북도와 교육청이 급식비 분담률을 놓고 협상을 할 당시 물가 인상분 3%를 고려해 초등학생 1인당 1800원, 중학생 2500원으로 계상했으나 최근 구제역 파동으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일선학교의 식단 짜기 또한 만만치 않게 생겼다.

실제 청주 농협물류센터에 따르면 도내에서는 지난해 12월 28일 충주에서 첫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될 당시 소매가 기준으로 배추 1통에 2000원 안팎 하던 것이 지난 10일 현재 4980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삽겹살도 100g을 기준으로 1290원 하던 것이 100%가 오른 2580원으로 육가공·유제류와 야채류 대부분이 대폭 인상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주시의 갑작스런 현물 지원은 아마도 도교육청 입장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청주시에는 도내 무상급식 대상 학생의 절반에 해당하는 8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물론 청주시는 학교급식지원조례 5조 1항 지역의 우수 농축산물을 현물 또는 현금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지역 농산물의 판로 확대와 농가 수익증대란 명분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초 보조금 지원에서 갑작스럽게 현물 지원으로 돌아선 것은 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일정 추진에 지장을 줄 뻔한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유관기관의 갑작스런 정책변화로 갈등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생산적인 논의를 할 만한 공동 논의기구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교육청 김규완 학교급식담당은 "이번 청주시 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 결정은 합리적이다"며 "장기적으로 충주를 비롯한 도내 12개 시·군 자치단체가 일정 부문 현물 지원 방식으로 가겠지만 이번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선 당초 계획대로 보조금 지원방식으로 가는 것이 맞았다"고 말했다. 충북학교급식운동본부 김수동 집행위원장은 "청주시는 청원군과의 통합을 대비한 지역거점 방식의 학교급식지원이란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또 유관기관과 단체가 함께하는 거버넌스를 하루 빨리 구성해 무상급식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보다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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