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와 지나친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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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와 지나친 생략
  • 현대HCN충북방송
  • 승인 2011.02.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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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영 현대HCN충북방송 대표이사

좋은 글의 기준을 꼽자면 수없이 많겠지만 그 중 하나가 군더더기 유무라고 생각한다. 기자들은 지면 또는 시간 제약 때문에 문장 압축이 습관화돼 있다. 문장에서 군더더기를 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족 같은 어구가 의외로 자주 눈에 띈다. 의미를 엄밀히 따지지 않고 무심코 관용어구다 싶어 갖다 쓰다 보면 그럴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에 따르면’이다. 일반적으로 ‘~에 따르면’으로 시작하는 문장의 끝은 ‘~다고 한다. ~다는 것이다, ~것으로 알려졌다.’로 마무리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실제 십중팔구는 그렇지 않다. 직접 확인 못한 사실을 인용 보도할 때 출처를 밝혀 쓰는 말이지만, 스스로 확인해 인용할 필요가 없는 것까지도 이런 어구를 사용하는 예도 많다.

때로 주어를 빼먹기도 하는데 모두 잘못된 습관이다. 특히 군더더기일 때가 많다. 충청투데이 2월15일자 16면 <14일 시에 따르면 시가 신청한 ‘청풍호 자드락길’사업이 최근 충북도의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 사업에 선정됐다.>, 중부매일 2월15일자 1면 <도 관계자에 따르면 심지어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한 것에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충청타임즈 2월15일자 1면 <청원군에 따르면 출자금 부족현상과 출자 한도를 위배한 청원제일금고에 대해 14일 설립인가 취소 통보를 했다.>를 보자.

충청투데이 기사는 ‘시는 14일 ~ 선정했다’라는 구문으로 가는 게 좋겠다. 두 번째 것은 ‘도 관계자에 따르면’을 아예 생략해도 좋다. 앞 문장에서 화를 낸 주체가 도지사라는 게 명백하고, 인용 의미는 ‘후문이다’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것은 청원군이 마땅히 주어일 텐데 주어가 빠진 구조다.

따라서 ‘청원군 따르면’을 ‘청원군’으로 바꾸는 게 더 자연스럽다. 통보 사실은 기자가 직접 확인했다고 보아 부족함이 없으므로, ‘~에 따르면’은 오용 사례라 하겠다. 충청타임즈 이 날치 4면 <청주시 따르면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한다.>도 같은 예다.

이는 영어의 'according to'에 해당하는 번역문투다. 모 중앙일간지는 아예 차별화(?)해 ‘~에 의(依)하면’이라는 일본식 표현으로 쓰도록 지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요즘 제한적으로 쓰일 뿐 ‘~(주로 발표기관)은 ~라고 밝혔다’는 형식으로 많이 바뀌었다.

<무상급식 시행을 앞두고 청주시 등 지자체가 현금 지원과 함께 지역 쌀 구입을 요구하는데 대해 충북도교육청이 수용하면서 양 측의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 앉는 듯 했다.> (청주노컷뉴스 2월15일자)에서 ‘수면 아래로’는 사족이다.

또 군더더기 중 관형격 조사 ‘의’도 대표적인데 같은 뜻인 일본말 ‘の(노)’와는 달리 절반은 생략해도 좋은 것들이다. ‘청주시 모든 주민’ 같은 게 그 예다. ‘과반수 이상, 고목나무, 옥상 위, 부상을 당하다’ 등 우리말에는 의미중복의 군더더기 말들이 수없이 많다.

한편, 생략하면 안 될 것들이 종종 실종되기도 한다. <보험에 가입한 대리운전자라도 피해보상이 나에게 있는지 몰랐다.>(동양일보 2월14일자 3면)에서는 피해보상 뒤에 ‘책임’이 빠졌다. 충청매일 2월14일자 4면 <남 전 시장이 당시 재선을 염두, ‘청주시 예산1조원 시대’라는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에서는 ‘염두,(→염두에 두고)’가 잘못 쓰였다. 염두(念頭)는 ‘-하다’가 붙는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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