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금괴 세탁 사기에 5500만원 날려
상태바
청와대 금괴 세탁 사기에 5500만원 날려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2.23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서 영국 황실 금괴 발굴 사칭사기 유사 '황당 사건'
"5억원 입금된 통장보고 믿었는데"…원금상환 차일피일

   
▲ 전직 대통령 금괴 및 경제부처 고위공직자 비자금 세탁 투자 사기를 당했다는 김관장(45·가명)씨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15일 영국 황실 경호실장과 국정원 직원을 사칭하며 엘리자베스 여왕 금괴와 영국 파운드화 발굴 명목으로 모두 3명으로부터 1억 5000만원을 받아 챙긴 일당이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검거됐다. 세상을 놀라게 한 비슷한 황당 사건이 우리 지역에서도 벌어져 경찰이 추적에 나섰다. 

경찰이 청와대와 경제부처 고위공직자의 비자금 세탁을 빌미로 상습적으로 돈을 편취해 달아난 40대 남성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청주에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관장(45·가명)씨. 그는 당구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방망이(43·가명)씨로부터 지난해 초 귀가 솔깃한 사업 제안을 받았다.

자신이 전직 대통령의 금괴와 경제부처 고위공직자의 비자금을 세탁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돈을 투자하면 한 달 안에 무조건 원금의 2배로 되돌려 주겠다는 것이다. 김 씨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 일단 거절을 했지만 5억 원이 입금된 통장을 보여주며 서울 현지에서 투자자들까지 소개를 하는 바람에 속는 셈 치고 지난해 5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모두 5500여만 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 달 안에 2배로 갚겠다던 투자금은 2달이 넘도록 감감 무소식이었다. 김 씨는 이자 수익은 차치 하더라고 투자 원금만이라도 되돌려 받으려고 같은 해 8월부터 상환 독촉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루며 대신 갚아줄 것이라며 정대위(67·가명)란 사람을 소개했다. 김 씨는 그해 10월 방 씨가 소개한 정 씨를 청주 봉명동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정씨 "1억5천만원 대신 갚겠다"
김 씨는 정 씨가 방 씨에게 갚을 돈이 있는데 25일까지 정신적 위자료 등을 포함해 1억 5000만원을 갚겠다는 이행각서를 써주겠다고 해서 이를 받았다. 이행각서는 또 다른 피해자 홍관련(40·가명)씨에게 갚을 600만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대신 갚겠다던 정 씨가 기한이 다 되도록 갚지 않았고 또 다시 같은 해 11월초까지 갚겠다고 했지만 이 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김 씨는 지난해 말 방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리고 대위변제를 주장했던 정 씨도 올해 2월초 마찬가지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정 씨는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방 씨가 자신을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이행각서를 써 줬고 자신도 피해자라며 최근 방 씨를 고소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 정 씨는 "방 씨가 5억 원이 입금된 통장을 보여주며 이를 기한 내에 제 3자에게 전달하면 이자를 합쳐 7억 원을 벌 수 있다고 했다"며 "하지만 방 씨가 말한 제 3자는 만날 수 없었고 이를 전달하지 못한 죄를 물어 자신에게 7억 원을 대신 갚으라며 협박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방 씨가 붙잡히면 사건이 해결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 보은이 고향인 방 씨는 한 때 사회적 문제가 됐던 전화사기 일명 보이스 피싱 (중국 현지)범죄 일당에게 차명 통장 500여개를 팔아넘긴 혐의로 보은 경찰서에 현재 지명 수배가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로소득 유혹·믿을만한 근거 제시
또 건축 시행업을 한다며 고향 주민들에게 상습적으로 돈을 빌려 쓰고 갚지 않아 고희(70)가 넘은 아버지가 대신 수감생활을 하다가 '대신 갚겠다'는 조건으로 풀려나는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인 김관장씨는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방 씨가 경찰에 검거되어야 한다"며 "투자금에 2배로 되돌려 주겠다는 말만 믿고 주변사람들로부터 무리하게 돈을 빌려 투자한 것인데 하루아침에 신용도 잃고 빚쟁이가 됐다. 특히 어머니 명의로 발급한 신용카드로까지 현금을 인출해 전달한 상황에서 뵐 면목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지명 수배되어 있는 방 씨가 김 씨에게 보여준 5억 원이 입금되어 있는 통장은 아마도 사칭 사기를 위해 서울 사채업자들로부터 빌린 돈으로 김 씨가 수차례 전달 한 돈은 사채 이자를 갚는데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황당 사기 피해의 1차적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또 "계획적인 사기행각에 쉽게 휘말리는 것은 상대가 믿을 만한 근거 자료를 보여주기 때문이다"며 "영국 황실 경호실장 사칭 사기의 경우 '광양제철소 인수 허가증'을 보여 줬다면 이번 사건의 경우 5억 원이 입금된 통장을 보여 줬다. 그러나 알고 보면 방 씨는 사채업자에게 임시로 돈을 빌려 5억 원이 입금된 통장을 만들었고 사채 이자는 김 씨가 대신 갚은 셈이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그동안 연락 두절이었던 방 씨가 최근 연락을 해 왔다"며 "빌린 돈 갚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기 위한 수법이라 생각하지만 경찰은 지명수배 되어 있는 사칭사기범이 전국을 활보하며 또 다른 사기행각을 벌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검거에 소홀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삼으면 고소 사건의 경우 한정된 경찰 인력에 직접 검거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며 "전국에 지명수배 되어 있으면 음주단속이나 목 검문 단속에 적발될 경우 신병이 관할 경찰서에 자동으로 인계된다는 말만 들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