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피로감에 사랑의 온도탑 '꽁꽁'
상태바
기부 피로감에 사랑의 온도탑 '꽁꽁'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2.23 0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여년 고공행진 모금액… 지난해 2억 8900여만 원 감소
할당방식 연말 순회모금 치중… 지역 업체 연중기부 회피

비리온상 여파 충북도 영향…"고액기부자 개발 신경 쓸 것"

   
▲ 지난 2005년 말 '2006년 이웃사랑 희망 켐페인' 연말 시·군 순회 모금을 앞두고 청주 상당공원에서 열린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 <충청리뷰DB>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위기설 해법은?>요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위기를 말한다. 엄격한 도덕성과 투명한 운영을 요구받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의 감사결과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의 온갖 비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기, 인천지회의 방만한 예산 집행과 공금횡령,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직원 채용 등이 문제가 됐다. 국민과 기업들이 믿고 맡긴 성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쓰여진 것이다.

여파는 연중 모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말순회모금에까지 미쳤다. 비교적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올해 1월말 기준 당초 목표액(41억원)의 87.1%에 이르는 35억 7264만 원에 그쳤다. 이는 전 년 동기 대비 2억 8978만 원 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충북도의 경우 지난 1998년 모금회가 설립된 이래로 지난해 1월까지 40억여 원 대로 모금액이 꾸준히 증가하던 것을 감안하면 위기의식은 더욱 커진다.

여기에 지난 2008년 현 정부 들어서서 모금회 복수화 시도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가운데 최근 비리 논란과 맞물려 모금회를 복지와 의료로 이원화 하는 방안이 보건복지부에서 다시금 논의 중인 것이 알려지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8년 10월 모금회 창립 10주년을 맞아 운영의 비효율성, 회장과 사무총장, 중앙회와 지회간의 관계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계기로 복수화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는 당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와 학계 교수 등의 반발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국회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관치화 논란을 빚었던 일부 조항을 수정 발의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는 표면상 모금회 운영상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및 기부문화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이번 비리논란을 계기로 모금회 복수화 시도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일각의 주장이다.

모금회 복수화 '파이 나누기 불과'
그러나 항간에 모금회 복수화 추진은 보건복지부의 모금회에 대한 직접적 개입욕구, 정부의 감세정책 기조에 따른 사회복지재정의 부족을 민간자원을 동원해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정략적 재원마련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위기의식 속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자정노력에 나섰다. 지난달 말 조직과 관리·운영비를 30% 이상 축소하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에 따르면 기존 16개 지회 중 대구·경북지회, 광주·전남지회, 대전·충남지회를 통합해 전체 13개 지회로 개편 운영하고 현행 16명인 1∼2급 사무처장을 11명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사무처장에 대해 향피제를 통해 비리를 줄이고 중앙회장의 인사권을 강화해 지도관리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이 같은 인적 쇄신안에 따라 지난 14일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도 김효진(41) 전 중앙회 홍보실장이 신임 사무처장으로 부임해 오기도 했다.

김 처장은 "기부 피로감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지난 한 해 동안 모금액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은 지난해 불미스런 일도 있지만 안전성을 이유로 연말 순회모금에서 고속도로 나들목 모금이 중단되고 일부 방송의 대한적십자사 회비 모금활동과 겹친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더 이상 기초 자치단체 할당 방식의 순회모금은 안 된다"며 모금 방식의 개선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모금회가 연말 시·군 순회모금에 집중하다 보니 지역 기업체가 연중 모금에 소홀하다는 것이다. 또 3% 경제권이라 불릴 정도로 약한 도세에서 기업체의 고액 기부를 기대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사실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연중 다양한 모금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공무원과 농협충북본부, 성모병원 등이 참여해 월 급여 중 1000원 미만의 자투리 급여에서 자동 이체하는 '우수리 모금'이 있다.

신뢰회복·고액기부자 개발 관심
또 도내 각 방송사에 성금 접수창구를 개설해 모금하고 있는 '언론사 모금', 기부자와 모금회가 월 기부금액을 약정해 모금하는 '한사랑 캠페인', 지역 중소규모의 자영업체에서 매월 순수익의 일정금액을 내는 '착한가게 켐페인', 지역사회복지발전에 기여한 기관에 모금회 인증현판을 제공하고 협약을 통해 기금을 조성하는 '이웃과 함께하는 기업'등도 있다.

또한 행복해지는 전화(060-700-1212)와 지정기탁성금모금, 물품기탁, 사랑의 계좌 성금모금, 이벤트 성금모금, 경로당 유류보내기, 재가노인을 위한 카네이션 기부 릴레이 등이다. 하지만 이들 연중 모금액이 단위 행사로 연말 시·군 순회모금액을 넘지 못한다면 모금 방식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사무처장은 "갑작스런 모금방식의 개선보다 도민들로부터 신뢰감을 회복하고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즐거운 기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며 "다만 충북 고액기부자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가 1명에 불과한 점 등을 감안해 생활형편이 조금 나은 고액기부자 확보와 고액 연봉자에 해당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퇴직연금 일부를 저소득층을 위해 기부하도록 유도하는 기부 문화 활성화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비가 세지 않으면 지붕을 못 고친다는 옛말이 있듯이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바로 잡을 수 있는 쇄신의 기회가 됐다"며 "기존에 전국 지회의 자율성이 존중되었다면 이제 투명성에 더 비중을 두고 결산자료 공개를 통해 도민 신뢰확보에 신경을 쓰겠다"고 덧붙였다. 충북종합사회복지관협회 관계자는 "공동모금회 복수화는 도세가 약한 지역의 경우 파이 나누기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조직 확대로 인한 예산 낭비의 원인이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시작은?
지난 1994년 지방자치단체의 잘못된 성금모금과 사용을 막기 위하여 공무원의 모금행위 금지와 성금의 용도를 불우이웃사업에 한정하는 내용의 조례가 제정됐다. 당시 감사원의 감사결과 내무부, 경기도등 17개 기관이 기업과 개인들로부터 거둔 성금 중 9억5000여만 원을 기관장 경조사·판공비 등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민간이 주도하는 단체를 만들어 각종 성금 모금과 집행을 맡기기로 했다. 1998년 11월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법이 개정되었고 중앙과 전국 16개 시·도 지회의 통합 모금단체가 설립되면서 국내 유일의 '법정 모금 단체로 출범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가 전국에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배신감과 허탈함에 치를 떨어야 했다. 잘못된 성금모금과 사용을 막기 위해 설립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정작 돈 앞에 무너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