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선배 전여옥
상태바
기자 선배 전여옥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1.03.23 1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은 가리어진 진실이 파헤쳐지기를 원한다. 슬프지만, 죽어서 더 유명해진 배우 장자연 사건에 대해서도 그랬다. 장씨가 2009년 3월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에 대해 세상은 ‘우울증 때문이었다’고 결론지었다. 그렇다면 그를 죽음으로까지 내몬 우울증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유서에는 5명의 신상이 거론됐다. 유족들은 이밖에 7명을 더 고소했다. 모두 언론과 연예계의 큰손들이었다. 장씨가 속해있던 강남의 연예기획사 사무실은 와인바와 샤워실까지 갖춰져 술과 노래, 성접대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는 곳임이 언론에 의해 폭로됐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법원은 기획사 대표 김 모씨에게 장씨를 페트병으로 때리고 해외골프여행에 장씨를 동반한 혐의만을 인정해 1년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을 폭로한 전 매니저 유 모씨에게도 김 대표와 죽은 장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역시 1년형을 선고했다. 죽음으로 밤의 권력을 겨눈 여배우의 저항은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의 갈등으로 폄훼되고 만 것이다.

사건 발생 후 2년이 지나 다시 불편한 진실이 땅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장씨의 지인을 자처한 전 모씨가 SBS를 통해 공개한 230쪽 분량의 편지 50통을 통해서였다. 이 편지에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가 담겨있었고, 인터넷을 통해 그들의 구체적인 신상이 급속히 퍼졌다. 이 가운데는 1차 조사 때도 관심을 끌었던 조선일보 대표가 포함돼 있었다. 세상의 이목이 집중됐고 경찰은 ‘진실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오보를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재빠르게 손을 쓰기 시작한 곳은 경찰보다도 조선일보였다. 먼저 현재도 수감 중인 전씨가 과대망상증 환자임을 부각시켰다. 이어 조선일보는 지난 9일 기사를 통해 “장자연씨 문건에 나온 ‘조선일보 사장’은 조선일보 계열사인 스포츠조선의 전 사장인 것으로 명백히 확인됐다. (중략) 기획사 대표 김 모씨만 제대로 조사하면 상당수 전모를 파헤칠 수 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수사기관은 그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서둘러 종지부를 찍었다. 필적에만 집착했던 경찰은 장씨의 필적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20년 전 필적감정 하나로 “전민련 간부였던 강기훈씨가 동료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해주고 분신자살을 사주했다”고 판정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를 유력한 근거로!(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강기훈 사건으로 민주화 운동진영은 ‘목적을 위해 동료를 죽음으로 내몬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됐다. 또한 강씨는 3년을 옥살이했으나 16년 만에 국과수의 감정결과는 번복됐다.)

이때 KBS 기자 출신의 전여옥 의원이 등장했다. 전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언론과 기자들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기자출신인 나도 참담하다. 기자는 늘 의심하고 오보를 두려워해야 하는데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 책임을 어떻게 지겠다는 것인지, 오보를 낸 언론계로서는 이보다 더 끔찍한 지진참사는 없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참담한 것은 맞다. 세상이 바라는 것은 필적감정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에 대한 접근이었는데, 수사기관도 언론도 겉돌고 있으니. 어쨌든 우리는 기자출신의 정치인 전여옥을 반면교사로 삼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