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선택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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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선택의 오류
  • 현대HCN충북방송
  • 승인 2011.04.0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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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영 현대HCN충북방송 대표이사

소설가 이문열이나 저명한 문필가의 글을 읽다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무엇이든 표현하고자 하는 대로 어쩌면 그렇게 적확(的確)한 말을 잘도 끄집어내 풀어 놓고 있는지….사실 청주 지역에도 상당한 필력의 기자들이 없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눈에 거슬리는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예를 종종 보게 된다. 맞춤법은 그렇다 치고, 단어의 개념을 정확히 익히는 훈련을 게을리 한 경우다. 아니라면 멋을 부리려다 ‘오버’한 경우가 아닐까. 물론, 그다지 문맥을 해치지 않고 의미전달에 문제없는데 지나친 주장을 또 늘어놓는 것 아니냐는 반박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사관’들이 용어의 뜻도 잘 모르고 썼다면?

청주노컷뉴스 4월4일자 <조개는 2천300원에서 4천600원으로 뛰었고 계란도 평년의 천 500원보다 25% 오른 2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에서 ‘평년’이 잘못 들어갔다. 이는 ‘풍년도, 흉년도 아닌 해’를 말하거나 일기예보에서 ‘지나간 30년 간(평균)’을 의미할 때 쓰인다.

아니면 ‘윤년이 아닌 해’를 뜻하는데 여기선 과연 어떤 의미로 쓰였을까. 설마 ‘작년’과 같은 말로 쓴 거라면, 극히 초보적인 ‘모호화’ 실수다. ‘작년’ 또는 ‘20XX년’으로 분명히 밝히거나 아니면 ‘최근 ○년 평균’이라는 식으로 최대한 구체적으로 써야 하는 것 아닌가.

<금고 수가 오히려 1개 줄어든 강원지역과는 그 편차가 더욱 심하다.>(충청투데이 4월5일자 5면)에서 ‘편차’는 그냥 ‘차이’로 족하다. 편차는 ‘기준에서 벗어난 정도’를 말하는데, 여기서 비교대상(충북의 금고 수)과 기준은 다르기 때문이다.

‘두려워할 구(懼)’자가 들어있는 ‘의구심(疑懼心)’도 의외로 자주 등장한다. 다른 뜻인 ‘의문’이 들어갈 자리에 마구 갖다놓는 것이다. 충청일보 4월5일자 1면 <충북도청 고위 공직자들의 역할론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에서 보였다. 문맥상 ‘뭔가 갸우뚱해하는’ 상황인데도, 말 그대로 의심스러워 두렵거나 께름칙할 때 쓰는 의구심으로 표현한 건 오버한 거다. 국어사전은 이의 순화어로 ‘의심’을 쓰도록 제시하고 있다.

CJB 4일자 뉴스 <비상대책위원회는 과학벨트 위원회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도 필자는 위와 같은 사례로 본다. 뭔가 전문(법률)용어가 동원된 듯한 느낌이 있긴 하다. 언제부턴가 보도문 등에서 ‘담보’가 ‘보장’을 대체하기 시작했지만 남한말에서 그 개념적 의미는 서로 다르다. 아마도 북한의 성명문건을 보면 담보를 보장의 뜻으로 쓰기도 하는데 그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흔히 혼동하는 단어 가운데 ‘체제’와 ‘체계’가 있다. 충청일보 4일자 1면 <이 계획은 해당 지역별 물류와 교통망 체제 개편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에서는 ‘체계’의 오용이 보인다. 그런가 하면 <‘형님벨트’로 분리되는 포항은 지진지역에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역이어서 ~>(동양일보 4일자 1면)에서 ‘분리되는’은 무슨 말인지 개념이 모호하다.

기자라면 사전적 의미에 구애되지 않고 내포적, 비유적 의미까지 자유자재로 쓸 줄도 알아야 하겠다. 하지만 표현에서 명확성이 무너져 있다면, 그런다고 문장력이 저절로 올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금주에도 ‘받아쓰기’ 하면 틀릴 기자가 많았다. 높고(→높이고,CJB), 높야(→높여야 MBC), 과부(→과부하,충청일보), 활착(→활착률,CBS), 정성 (→정성껏,중부매일), 그렇 밀어부쳐(→그렇지 밀어붙여, 중부매일), 들어낸 채(→드러낸, 충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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