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구제역 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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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본 구제역 小考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1.05.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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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3월24일 구제역 종식을 선언했다. 발굽이 갈리진 동물들에게 천형(天刑)과도 같은 구제역은 입 주변과 발굽에 물집이 생기고 식욕이 떨어지는 병이다. 우리나라에 구제역의 존재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2000년 이후로 모두 210만4448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됐다. 이 가운데 2000년과 2002년에 처분된 것은 각각 2216마리, 16만155마리라니 93%가 지난해 말과 올해 죽임을 당했다.

구제역의 치사율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5~55%라고 나오지만 가축질병에 관한 국제기구인 국제수역사무국(OIE)의 2007년 통계는 성체를 기준으로 1% 미만이다. 어린가축의 사망률이 높을 뿐이다. 하지만 구제역은 1종 전염병이기 때문에 감염가축은 무조건 죽여서 화근을 없앤다. 이번에 천문학적인 숫자의 가축이 죽임을 당한 것은 여기에 ‘예방적 살처분’이 병행됐기 때문이다.

예방적 살처분은 어른 100명 중 1명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독감의 전파를 우려해 감염된 사람은 물론이고 반경 3km 안에 거주하는 사람을 모두 몰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거 독감이 유행할 때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극장 같은 장소에 가지 말고 외출 뒤에는 손을 깨끗이 씻으라’고 광고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가 문제인 것처럼 소·돼지는 날이 갈수록 좁은 장소에서 집단으로 사육되기에 문제다.

대한민국은 분명 육식국가

지난해 국내 소·돼지 사육두수는 약 1285만1000마리다. 이는 2004년에 비해 소는 무려 77% 돼지는 11%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사육농가는 소 7.4%, 돼지는 40% 이상 감소했다. 기업형 축산이 얼마나 늘어났을지 눈에 선한 통계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채소와 곡류를 많이 먹는 줄 아는데 이는 착각이다. 소고기 소비량은 2008년 기준 5억5000만kg이다. 유목민의 후예로 육식을 위주로 하며 우리보다 인구가 1.5배 많은 터키와 비슷한 양이다. 돼지고기 소비는 2008년 기준 15억5000만kg이며 도살된 돼지는 7750만 마리다. 국민 1사람이 1년에 1마리 반을 먹어치운 셈이다.

밀집된 공간에서 사육하다보니 질병의 전파와 폐사율이 문제다. 이를 막는 유일한 방패는 축산용 항생제뿐이다. 2009년 998톤의 항생제를 사용했다. 덴마크에 비해 돼지는 7배, 소는 2배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수의사 처방 없이도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20억원어치의 육류를 수출한다. 이를 위해서는 살처분을 통해서라도 ‘구제역 청정국’이라는 지위를 유지해야했고 그 결과 2조원이라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올해 편성된 정부의 예비비는 다해야 2조4000억원이 전부다.

구제역과 관련해 가장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은 정부가 소고기를 수입하려고 구제역을 퍼뜨렸거나 키웠다는 루머다. 그런데 살처분이 시작된 2010년 12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미국산 소갈비 수입이 57.7%나 늘었다. 이는 한 달 전보다도 31.3%가 증가한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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