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출과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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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과 접수
  • 현대HCN충북방송
  • 승인 2011.06.0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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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영 현대HCN충북방송 대표이사

개념이 상반된 말을 동의어로 착각해 쓴다면? 꼬마들 일기에서도 찾기 힘들 법한 얘기 같지만 어엿한 언론보도에도 비일비재한 일이다. A라는 말이 들어갈 자리에 그 반대말인 B를 A의 뜻으로 사용하는 거다.

제출과 접수가 바로 그것. 이 둘은 동작의 주체와 방향을 보면 반대되는 말이다. 그런데도 5월30~31일자 서원학원 인수희망자 공모 결과 관련 보도에서 지역 내 다수 매체가 뜻 구분 없이 섞어 쓰는 우를 범했다.

단언컨대 인수의향서를 내는 건 제출(提出)이지 접수(接受)가 아니다. 접수는 그 반대 입장에서 받는 것을 말한다. 이를 모르진 않을 텐데, ▷뉴시스통신(접수한 결과 4곳이 접수했다) ▷충청매일(접수결과 모두 4곳이 접수했다) ▷KBS(공모한 결과 모두 4곳이 제안서를 접수했습니다/제안서를 접수한 것으로~)의 기사가 ‘접수’를 ‘제출’ 의미로 썼다.

그런가 하면 이어진 2개 문장에서 제출과 접수를 혼용한 기자들도 있다. 이 역시 두 단어 뜻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썼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중부매일(공모에 모두 4곳이 접수했다./ 접수한 결과 4곳이 제출했다며~) ▷동양일보(4곳에서 제안서를 제출했다./4곳이 접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충청투데이(4곳이 접수했다./4곳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4곳이 제안서를 제출했다./참여제안서를 4곳에서 접수해) ▷청주노컷(4곳이 접수했다./ 접수한 결과 4곳이 제출했다.) 등 5군데가 그러했다. 충청일보는 첫 문장에선 <공모에 4곳이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썼다가 두 번째 문장에서 <4곳이 접수됐다>라는 피동문으로 표현했는데, 이것도 어색하다.

그러나 완벽하게 구분해 쓴 기자들도 많았다. ▷CJB(4곳이 인수전에 뛰어들어/공모 결과 4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HCN(공모에 4곳이 참여/4곳이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MBC (4곳이 제안서를 냈다/접수 결과 4곳이 참여한 것으로) ▷충청타임즈 (공모한 결과 4곳이 제안서를 제출/서원학원은 접수했다) ▷충북일보(4곳이 제안서를 제출/ 서원학원은 접수했다/ 모두 4곳이 서류를 제출했다) 등 5군데는 ‘제출’이라는 상황과 뜻을 정확이 알고 쓴 듯했다.

한자어든 고유어든 간에 낱말의 뜻을 똑바로 알고 쓰는 것이 중요하다. 무심코 쓰다 보면 이런 실수는 언제든지 범하게 마련이다. 또 발음이 비슷한 한자어의 경우 뜻과 표기가 맞는지 확인해 볼 일이다. 지난 호에 지적했던 외각(↔외곽), 적재(↔적치), 축출(↔추출) 같은 것들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또 아주 자주 헷갈리는 것으로 결재(↔결제) 곤욕(↔곤혹) 미미(↔미비) 유래(↔유례) 재연(↔재현) 등을 꼽을 수 있다. 개발(↔계발) 게재(↔기재) 공포(↔공표) 반증(↔방증) 반출(↔방출) 운영(↔운용) 전력(↔진력) 지양(↔지향) 진영(↔진용) 체계(↔체제) 합의(→협의) 혼돈(↔혼동) 등도 종종 실수하는 것들이다.

또 여자한테만 쓰는 재원(才媛)을 남자에게도 쓰는 경우, 부정적인 데만 쓰는 말인 장본인, 빌미, 탓 등을 ‘긍정 단어’인 주인공, 계기, 덕분 대신 쓰는 일도 바로잡아야 할 ‘개념 없는’ 글쓰기다. 신문에서 한자를 표기하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동상이몽의 ‘상’을 床대신 相으로 쓰고, 신사를 信士(→紳士)로, 요주의를 要注擬(→要注意)로 잘못 표기한 것은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충북일보는 5월26일자 1면에서 향연(饗宴)의 한자를 향 연기를 뜻하는 香煙으로 병기하는 실수를 보였다. 작년 12월16일자에서는 멸문지화를 멸지화로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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