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정우택 대신 홍문표 택한 2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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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정우택 대신 홍문표 택한 2가지 이유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1.08.2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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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안배에 홍성·예산서 이회창 겨눈 ‘창끝’ 갈기

▲ 정우택 전 충북지사는 내년 총선으로 가는 구름판으로 한나라당 지명직 최고위원을 염두에 뒀을 법 하다. 그러나 당은 계파안배와 이회창 견제라는 두 가지 이유로 정우택 카드를 집어 들지 않았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결국 정우택을 버리고 홍문표 카드를 택했다. 홍 대표는 18일 취임 후 한 달 보름 동안의 장고 끝에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홍문표 한국농촌공사 사장과 초선 비례대표인 김장수 의원을 임명하기로 했다.

충남 홍성 출신인 홍 사장과 광주가 고향인 김 의원을 택한 것은 충청 및 호남 대표성을 인정한 것이다.

당초 홍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를 모두 충청권 몫으로 하겠다”고 말했다가 친박계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 이를 철회한 바 있다.

당시 홍 대표가 염두에 둔 충청권의 두 명은 알려진 대로 이번에 지명을 받은 홍 사장과 정우택 전 충북지사다. 결국 정 전 지사 대신 친박 성향이자 호남 출신인 김 의원에게 ‘한 자리’가 돌아간 것이다.

1. 가장 명료한 분석은 ‘계파안배’

그렇다면 충청권의 한 자리를 둘러싼 대결에서 정 전 지사가 홍 사장에게 밀린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단순하고 명료한 분석은 계파 안배다. 친이와 친박이 사이좋게 나눠 갖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참여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을 지냈고 18대 총선을 통해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한 김 의원은 친박계 인사다. 따라서 충청권 몫으로는 친이계인 홍 사장이 선택을 받은 것.

정 전 지사는 도지사 출마를 위해 2005년 입당하면서 당시 박근혜 대표가 영입한 시·도지사 후보 1호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이후 계파에 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나 2010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후 총선 출마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국민희망포럼의 고문을 맡는 등 박 전 대표에게 줄을 섰다.   

물론 충청권 몫으로 정 전 지사를 내세우고 대신 호남에서 친이 카드를 낼 수도 있었다. 정 전 지사와 추종자들은 정 전 지사와 홍준표 대표가 막역한 사이라는 점에서 상황을 낙관했던 것일까? 정 전 지사는 15대 국회에서 홍 대표와 함께 환경노동위에서 활동하면서 친구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안상수 대표 체제에서도 충청 몫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당시 홍준표 최고위원의 추천을 받았을 정도.

그러나 지나친 낙관이 예기치 않은 결과를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정 전 지사는 지난 7월 초 충청리뷰와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보고 알 뿐 나는 모른다. 누구에게 부탁한 적도 없고 바깥에서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다만 충청권을 맡긴다면 할 일이 있다. 당에서도 선거를 치러야하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 (내가) 담당해야할 역할이 분명이 있을 것이다”라고 담담하게 밝힌 바 있다. 
 
2. 내년 총선서 충청권 맹주 저격

또 하나의 이유는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표를 잠식할 수 있는 이회창 전 대표를 미리 저격하기 위해서다. 홍 사장의 고향은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지역구인 홍성(홍성·예산)이고, 여기서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따라서 이 전 대표와 맞붙을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최고의원이라는 훈장까지 달아줌으로써 이 전 대표를 겨눈 창끝을 벼리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이 이 전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이 전 대표가 JP에 이어서 대전·충남지역의 맹주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16명 가운데 12명이 선진당 소속(그외 민주당 2명, 한나라당 1명, 무소속 1명)이다.

선진당은 자민련에 이어 대전·충남을 영토로 지역정치의 계보를 잇고 있다. 한나라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전·충남을 흔들어야한다. 더구나 이 전 대표는 한나라당 후보로 두 차례 대선에 나섰고 지난 대선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며 내년 대선에서 4수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정가의 한 소식통은 “충북은 지난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밑바닥까지 반(反) 한나라 정서가 지배적이라는 게 확인됐다. 대전·충남 역시 선진당의 영향 하에 있지만 대선은 지형이 다르다. 변웅전 전 선진당 대표가 최근 ‘이회창 전 대표를 대선에 출마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사전에 저지하기 위해서는 이 전 대표를 총선에서부터 돌려세워야한다. 또 선진당이 대선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이 되거나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지 못한다면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이 대전·충남을 장악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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