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에 노출된 기자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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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에 노출된 기자의 기도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1.09.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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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음주사고를 냈다’거나 ‘검사가 파출소에서 난동을 부렸다.’ 혹은 ‘이름난 정치인들이 망발을 했다’면 국민들이 한심해할지 몰라도 기자들은 좋아할 수도 있다. 꺼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당연히 제목도 자극적으로 뽑을 것이다. 혹여나 경찰간부, 부장검사, 국회의원 정도라면 그야말로 대서특필이리라.

역으로 기자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망신살이 뻗쳤다면 누가 좋아할까? 헷갈린다. 언론사에 광고를 주는 ‘갑’의 관계에 있으면서도 ‘을’의 대접을 받는 공무원들일까? 가끔 밥까지 사면서도 혼쭐이 나기 일쑤니 말이다. 사실 위에 언급한 모든 사례들은 건강한 사회라면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다.

그런데 정말 대박이다. 기자 출신 고위공직자, 정치인들이 거액의 뒷돈을 받는 등 대형비리에 연루되거나 연루된 의혹을 받아 연일 ‘빵’ 터뜨리고 있다. 이쯤 되면 어느 누구도 좋아할 사람이 없다. 국민들도 어이가 없고, 일선 기자들은 더욱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들을 중용한 인사권자도 속이 쓰릴 것이다. 사실 이름깨나 날렸던 왕년의 기자들이 권력의 실세가 되는 것은 이를 바라보는 기자들에 따라 부러울 수도, 부끄러울 수도, 화가 나는 일일 수도 있다. 부러워서 화가 나는 경우를 포함해서 말이다.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소서”

뉴스의 장본인들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두우, 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MB정부의 실세들이다.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김두우 전 수석은 27일 현재 구속여부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고,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10년 동안 10억원이 넘는 돈을 건넸다’고 폭로한 신 전 차관은 어마어마한 진실게임의 중심에 있다. 홍 전 수석 역시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해 1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 전 차관은 한국일보 사회부장을 거쳐 조선일보 편집부국장을 지냈으며, 김두우 전 수석은 중앙일보 정치부장 출신이다. 충북 보은이 고향인 홍 전 수석은 YTN 보도국장, 상무이사를 역임했다. 홍 전 수석은 4.11 총선 주자로 지역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터였다.

한국기자협회가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23일 성명을 냈다. 기자협회는 “MB의 언론참모였던 신재민, 김두우, 홍상표씨가 모두 기자출신이란 사실에 국민들 앞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언론인 출신 MB측근들은 더 이상 악취를 진동하지 말고 잘못이 있으면 국민들 앞에 고해성사하고 석고대죄하기 바란다. 아울러 검찰은 이들 3명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기자는 크고 작은 유혹이 많은 직업이다. 그들이 정치판으로 간 것도 일종의 커다란 유혹에 넘어간 셈이다. 그리고 그들은 권력의 실세가 되어 거침없이 유혹을 탐했다. ‘神이여 더 이상 기자들을 시험에 들지 말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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