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공사가 폭설피해 불렀다”
상태바
“부실공사가 폭설피해 불렀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4.04.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원군 농기계보관창고 붕괴 예정된 결과

자재비 줄이려 H빔 대신 C형강 사용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항상 뒤따라 나오는 말이 ‘인재(人災)’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막을 수 있는 재난을 막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지난 3월 폭설대란으로 도내 많은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 충북도 재해대책본부 집계결과 충북지역 피해액은 1792억원으로 집계됐다. 엄청난 적설량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사람들의 안전불감증도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농기계 보관창고 총사업비 39억소요

정부는 1995년부터 1998년까지 농촌경쟁력강화에 중점을 두고 집중 지원했다. 전업농육성책 기계화사업과 연계하여 농기계 고장을 줄이기 위한 농기계보관창고건설사업을 시행했다. 그 결과 청원군에 총 129개의 창고가 건설됐고 총사업비 39억1647만원이 소요되었다.

농기계보관창고는 사업당시부터 거품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 농업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영농규모가 작은 농업현실에서 무리한 기계화는 오히려 농가에 부채를 늘리는 역효과를 일으키고,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곳에 쓰여야할 예산이 형식적인 사업에 쓰여졌다는 점에서 거품논란이 일었다.

농기계보관창고의 건축자금은 국가보조금 80%와 농민 자부담금 20%로 이루어졌다. 정부는 50평형 창고를 기준으로 하고 실공사비를 2900만원으로 책정, 2320만원을 농기계보관창고 신청농가에 지원했다. 나머지 580만원은 신청농가의 부담이었다. 이 과정에서 농민들이 자부담금을 내지 않고 순수 국가보조금만으로 농기계보관창고를 짓는 편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1998년 본지에서 밝힌 적이 있다. 이 내용은 3월 폭설피해가 예정된 수순임을 알려주었다.

1998년 건설 당시 농기계보관창고를 시공한 건설회사 대표 A씨는 “내가 창고공사를 하던 98년에는 이미 많은 곳에 창고보급이 되어 있었다. 보조금만으로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그 비용으로는 부실공사가 될 수밖에 없어, 2900만원을 고스란히 받았다.”, “기존의 창고들을 보고 이해할 수 없던 부분은 힘을 많이 받지 않는 벽면엔 75mm판넬을 사용하면서 지붕은 50mm의 얇은 판넬을 사용한 점이다. 또한 H빔이 들어서야 할 기둥이  C형강으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군청에서 제시한 표준설계도면에는 분명히 H빔(300×150×6.5)을 사용하도록 명시되어 있지만, 부족한 공사비용(국가보조금) 안에서 이득금을 남기려는 건설회사는 자재비를 줄여 부실시공을 한 것이다. G철강회사 K모씨는 “H빔과 C형강의 톤당 가격은 같지만 H빔이 들어갈 자리에 C형강을 사용하면 총중량 차이가 많이 난다.

상식적으로 H빔자리에 C형강(100×50×2.3)을 사용하는 것은 이해가 안되는 일이다. 만일 C형강을 사용한다면 H빔과 같은 중량만큼 사용해야 같은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바닥 콘크리트 속은 철근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한 시공법인데 반해 대부분의 업체들은 와이어빗을 사용했다.

부실시공 피해액 6억 넘어

이러한 부실시공이 이번 폭설피해의 원인이 되었다. 청원군 129개 농기계보관창고 중 20개의 창고가 무너져 내려 그 피해액만 6억1144만원을 넘었다. 이는 다시 피해복구비용의 손실을 불러온다. 결과적으로 두 채 값으로 한 채를 짓는 꼴이 되었다. A씨는 “건설업자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무너질 줄 알면서도 손해를 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알면서도 시행한 건설업자에게 책임이 있지만, 농민에게도 책임이 크다. 돈은 한 푼도 안들이고 국가보조금으로 창고만 하나 얻겠다는 것 아니냐. 손도 안대고 코 풀려는 심보다.” 서로가 이득을 취하려는 생각이 부른 인재다.

1998년 당시 보조금은 준공검사를 받은 후에 지급되었다. 다시 말해 관할관청의 확인절차가 있었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창고가 유실된 미원면사무소의 관계자는 “우리지역이 눈이 워낙 많이 왔다. 기상청 발표와는 차이가 크다. 우리가 확인한 측정치는 90Cm이상이다. 주위에서 인재라고들 하지만 이렇게 많이 내린 폭설에 버틸 수가 없다.”며 인재임을 부인했다.

농기계 보관창고 주차장 전락 

충북지방에 큰 눈이 내린지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하지만 아직도 복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이고, 현실에 맞지 않는 법적용 때문에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농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취재차 둘러본 농기계보관창고에는 약간의 농기계와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많지않은 농기계를 보관하기에는 공간이 너무 넓은 탓인가? 농기계보다는 자동차가 창고의 주인인 듯 싶다. 복구가 시급한 상황에서 이미 개인주차장으로 용도변경(?) 돼버린 농기계보관창고의 복구자체가 필요한 일인지조차 의심스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