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군경 박상범씨 집 고치는 재미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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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군경 박상범씨 집 고치는 재미엡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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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범씨 “군복입고 싶어 저체중 속이고 군입대”
부인 이옥순씨 “형편때문에 아이들 공부 못 시킨것이 한이 돼”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지난 6일 전국 각지에서는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그 숭고한 의미를 기리는 행사들이 열렸다. 하지만 정작 나라를 위해 청춘과 목숨을 바친 주인공들인 전상군경 및 전몰군경유족은 여전히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우리사회의 응당한 관심과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들에게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되는 때에 청주보훈지청이 지역의 건설회사의 도움으로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주택 개·보수’사업이 유공자 가족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이른바 ‘보훈의 러브하우스’가 지어지고 있는 것이다.

   
▲ 박상법(74), 이옥순(65) 부부
문의에서 회남방향으로 15km, 다시 외길을 따라 10km 남짓 가다보면 대청호가 훤히 보이는 진사골이 나온다. 인적조차 드문 이곳에 노부부가 텃밭을 일구며 한가히 내려앉는 노을을 맞이한다. 노부부는 연신 웃음 띤 얼굴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문살에 풀먹인 창호지를 붙이고 있다. 박상법(74), 이옥순(65) 부부의 집이다.

얼마전까지 빗물이 새고 온통 그을음으로 도배를 한 남루한 집이 어엿한 새집이 된 것이 믿기지 않는 듯 노부부는 마냥 즐겁다. “70평생에 처음으로 집같은 집이 생겼다”며 웃는 노인의 얼굴은 백만장자도 부럽지 않은 듯 하다.

20여년전 전국을 떠돌다 50만원을 주고 처음으로 마련한 집, 겨울엔 찬바람과 동숙하고 장마때면 스뎅(?) 대야를 옆에 끼고 자기 일쑤지만 불평할 수 없는 노부부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러던 것이 청주보훈지청이 주관하고 건설업체가 후원하는 ‘노후주택 개보수’사업의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부끄럽지 않게 손님을 맞을 수 있는 모습으로 환골탈태했다.

열다섯 나이에 부모를 잃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박상범씨는 열아홉이 되던1948년 이념도, 사명감도 모른 채 단지 군복이 입고 싶어 체중미달인 50kg의 몸으로 자원 군입대를 하게 된다.

1950년6월25일 하나의 민족이 두패로 갈려 서로 총구를 겨누는 무모한 전쟁이 시작됐다. 국방경비대 소속이었던 박상범 이등병은 최전방 전쟁의 한복판에서 6개월간 사투를 벌였다. 일반 사병으로는 기록적인 일이었다.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충원되고 그만큼이 또 죽어 나갔다. 애틋한 전우애를 말하는 것조차도 사치였다. 전우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1951년6월10일, 박씨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한국군이 다시 북진을 하고 있을 무렵, 임진강을 건너 고랑포에서는 박씨가 속해있던 부대가 북한군에 3중으로 포위가 되어 진퇴양난의 상태가 되었다. 한참 교전을 하던 중 박 이등병은 시간이 멈추는 듯한 아찔함을 느꼈다. 총탄이 옆구리를 관통한 것이다. 하지만 워낙 부상자가 많던 때라 인근 국군병원은 더 이상 부상자를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결국 마산 2육군병원으로 후송된 박씨는 6개월간의 치료를 마치고 다시 군에 복귀해 1955년 4월8일 일등중사로 전역했다.

박씨의 전역 후 삶은 고단했다. 성치않은 몸으로 딸 셋을 장성시켜 시집을 보냈으니 그 생활을 짐작케 한다.

부인 이옥순씨의 친정이 있는 이곳으로 이주해 밭을 일구며 산지 25년, 전쟁이 끝나고 35년이 지나서야 무공훈장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국가유공자에게 주어지는 연금을 받은 지는 채 3년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국가유공자로 선정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자식들에게 교육을 못 시킨 것이 항상 가슴 한 켠을 무겁게 누른다. 좀 더 일찍 혜택을 받았더라면 좋았을텐데...”라며 좀 더 일찍 알지 못했던 것을 안타까워했다.

현재 박씨는 한달에 50만5000원의 연금을 받는다. 두 식구가 생활하기에 넉넉하지는 않지만 이조차도 못받았을 때를 생각하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제는 제대로 된 집도 있고 두 식구 오순도순 살 수 있게 되었다”며 행복해 하는 노부부에게서 오랫동안 기다려온 평온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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