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과 생존의 차이
상태바
득점과 생존의 차이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3.10.11 15: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이재표 · 글씨: 김재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밀어내기’는 야구용어다. 주자가 만루인 상황에서 타자가 사사구(四死球), 즉 포볼이나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밀어내기를 국어사전에서 검색하면 씨름용어로 나온다. ‘씨름에서 상대편을 씨름판 밖으로 밀어 내어 점수를 따내는 일’이라는 뜻의 명사다.

그런데 사회에서도 밀어내기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쓰인다. 밀어내기로 뉴스검색을 하면 ‘남양유업 밀어내기’가 압도적으로 많이 검색된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남양유업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전 대리점주 박 모씨에게 2086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금액은 원고 박씨가 청구한 배상금 전액에 해당한다. 여기서 밀어내기란 대리점주가 주문한 금액 이상을 떠안기는 불공정 행위를 말한다.

소설가 공지영이 쓴 르포르타주 <의자놀이>도 밀어내기에 대한 고발이다. 쌍용자동차가 중국 상하이치처와 인도 마힌드라에 거듭 매각되는 과정에서 노조원들이 밀어내기의 희생양이 됐다. 인원수보다 부족한 의자 주변을 돌다가 호루라기를 불면 앉는 게임을 한다. 수건돌리기와 함께 단체게임의 고전(古傳)이다.

밀어내기도 가지가지다. 야구나 씨름에서는 밀어내기가 득점이지만 사회의 밀어내기는 생존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