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때만 변호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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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때만 변호사죠”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4.06.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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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여성 변호사 권은희 씨
15평 아파트 살며 물건 주워다 쓰는 평범한 주부

   

                                               사진/박규동 시민기자

구속, 피고인, 기소, 선고...
듣기만 해도 섬뜩한 법률 용어다.
누구나 자신과 관련해 이런 말들이 나온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다.

이런 말들을 입에 달고 사는 직업이 변호사.
그래서 변호사는 만나기 어렵고 권위 있고 돈 잘 버는 전문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권은희(31) 변호사.
그러나 그녀에겐 섬뜩한 법률 용어가 어울릴 것 같지 않다.
앳된 얼굴에 나긋나긋 하기 까지한 말투.
평범한 신세대 주부의 모습이다.

지난 2월 남편을 따라 무작정 올라온 청주. 아직까지는 낯설지만 소록소록 충북사람으로서 재미를 느껴간다.

“처음에는 불편한 게 많았어요. 이제는 일에 재미를 붙여가며 충북인이 돼 가고 있답니다”
권변호사 사무실은 언제나 북적거린다. 사무실을 연지 4개월 밖에 안돼 아직은 어수선한 탓도 있지만 일일이 변호사가 직접 상담하는 바람에 가슴에 묻어 뒀던 억울한 사연을 털어 놓는 의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

“변호사는 권위를 부리는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뢰인들에게 최상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직업이죠”
그래서 권변호사는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의 다짐으로 하나라도 빠뜨릴세라 철저히 서류를 검토하고 분석한다.
일에서 만큼은 완벽주의자라는 게 주위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을 떠나면 금새 외모에 어울리는 평범한 주부로 돌아간다.
시장 다니기 좋아하고 특히 청주 성안길은 사람 구경하는 재미로, 아이쇼핑 하는 재미로 자주 걷는 장소란다.

인텔리 층이라고 여겨지는 변호사지만 권변호사는 20년이 다돼가는 15평 아파트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처음에는 ‘새댁’이라고 부르던 이웃 아주머니들이 깜짝 놀라 되묻곤 한단다.
“변호사는 그냥 직업일 뿐인데 주윗분들이 많이 놀라세요. 특히 세탁소 아저씨가......”
말하다 말고 혼자 씨익 웃어버린다.

이런 자신을 권변호사는 소유욕이 별로 없는 철없는 주부로 소개한다.
“집은 사는데 불편하지 않으면 되고 물건은 사용하는 용도에 충실하면 제일 좋은 물건 아닌가요? 넓은 집, 비싼 물건으로 자신을 치장한다면 정말 내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아요”

집안에 사야할 물건이 있으면 생활정보지를 먼저 뒤지는 평범한 주부다.
한번은 길에서 예뻐 보이길래 대나무 바구니를 주워 왔다가 남편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일일이 이뢰인을 직접 상담하는 신세대 여성 변호사, 소탈한 권 변호사야 말로 도움을 기다리는 약자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는 든든한 기둥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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