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이 다시 빛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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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이 다시 빛난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4.02.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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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정…또 한 번의 매국에 대한 역사의 복수
글: 이재표 그림: 옆꾸리

   
 “내 평생,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제8대 아달라왕 즉위 4년인 정유년(서기 157) 동해 바닷가에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연오가 바다에 나가 해초를 따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바위가 나타나 연오를 싣고 일본으로 갔다. 그러자 이를 본 그 나라 사람들이 말하였다.

“이 사람은 매우 특별한 사람이다.”
그리고는 연오를 세워 왕으로 삼았다.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세오는 남편을 찾아 나섰다가 남편이 벗어놓은 신발을 발견하고 역시 그 바위에 올라갔다. 그랬더니 그 바위도 예전처럼 세오를 태우고 갔다. 그 나라 사람들이 이를 보고 놀라서 왕에게 아뢰었다. 이리하여 부부가 다시 만나게 되었고, 세오는 귀비(貴妃)가 되었다.

이때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어버렸다. 일관이 말하였다.
“해와 달의 정기가 우리나라에 내려와 있었는데, 지금 일본으로 갔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괴이한 변고가 생긴 것입니다.”

왕은 사신을 일본에 보내어 두 사람에게 돌아오라고 하였다. 그러자 연오가 말하였다.
“내가 이 나라에 도착한 것은 하늘이 시켜서 그렇게 된 것이오. 그러니 이제 어찌 돌아갈 수 있겠소. 그 대신 왕비가 짠 고운 비단이 있으니, 이것을 가지고 가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오.”

연오가 비단을 내려주었고 사신은 돌아가 이 일을 아뢰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자 해와 달이 예전처럼 빛이 났다. 그 비단을 임금의 창고에 보관하고 국보로 삼았으며 그 창고의 이름을 귀비고라고 하였다. 하늘에 제사 지낸 곳을 영일현 또는 도기야(都祈野)라고도 하였다.
<삼국유사 제1권 기이 제1 중에서>


그때 비단을 놓고 연오를 데려왔어야

융희라는 연호를 쓰던 황제가 죽고 동생은 이왕(李王)의 지위를 계승했으나 일왕가의 데릴사위가 됐다. 소화 16년(1941), 양아버지를 따라 베이징으로 간 동생 학순과 언니 금화가 있었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일본 군인이 학순을 강제로 트럭에 태우고 밤새 달렸다. 일본 장교가 말했다.

“이제 그런 옷은 여기서 입지도 못한다.”
그리고는 옷을 찢어버리고 몹쓸 짓을 했다.

금화도 학순에 이어서 트럭에 실렸다. 그 트럭도 학순을 태운 트럭과 마찬가지로 한나절을 달렸고, 도착한 곳은 소위 위안소였다. 이리하여 자매가 다시 만나게 되었고, 학순은 아이코, 금화는 에미코가 되었다.

이로부터 자매는 해가 뜨나 달이 뜨나 일본군을 맞아야했다. 일군이 말하였다.
“너의 나라에 있었던 해와 달의 정기는 일본으로 왔다. 그러니 하루에 일고여덟 번이고 우리의 몸을 받아야한다.”

일군이 모두 토벌을 나간 어느 날 동포 장사치가 위안소에 숨어들었다. 학순이 말하였다.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하늘도 무심해 이리 된 것이오. 가다가 죽어도 좋고 못 따라가면 내버려도 좋으니 여기서 나를 데려가 주시오.”

그 남자를 따라서 상하이에 정착해 딸도 낳고 아들도 낳았다. 1945년 해방이 되면서 반겨주는 이 없는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큰 아이는 콜레라에 걸려 죽고, 남편은 무너진 건물에 깔려죽었으며, 어린 아들은 수영을 하다 심장마비로 죽었다. 해와 달은 예전처럼 빛나지만 흘러간 인생은 돌아오지 않는다.

1991년 위안부 피해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고 김학순(1997년 작고) 할머니의 인생을 간추린 것이다. 2월22일 일본 시마네현에서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열렸다. 이날 이들의 광기는 독도보다 일본군의 성노예였던 위안부 문제에서 폭발했다.

일본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문제를 성실히 해결하라’는 의견서를 채택한 시마네현의회 의장이 연단에 오르자 “매국노” “할복하라” 등의 야유가 쏟아졌다. 이에 반해 다른 의원이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발언을 할 때는 환호가 터졌다.

대한민국 정부가 배상금도 아닌 무상 경제협력자금 3억달러(차관 포함 8억 달러)에 모든 청구권을 포기한 것에 대한 역사의 복수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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