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종업원이지, 할머니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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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종업원이지, 할머니 어디 있어?”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4.04.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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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물점 이야기 쓰는 정연도 괴산느티나무통신 기자
   
괴산지역의 협동조합언론 느티나무통신에서 맹활약하는 정연도 기자가 있다. 느티나무통신은 괴산지역의 농부들이 발기인이 돼 2013년 2월21일 조합설립신고필증을 발부받았다. 월급을 받는 정식기자는 없다. 1860만원에 이르는 출자금을 모았고 매달 5000원~2만원의 조합비를 내는 조합원들이 직접 기사를 쓴다.

농사짓는 얘기가 인터넷 느티나무통신을 이끌어간다. 이른바 ‘생활 글’이다. 그런데 정연도 기자는 철물점 이야기를 쓴다. 자신을 철물점 종업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1년 전에 사간 수도 부품을 바꾸러온 촌로의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낸다. ‘철물점에 무슨 종업원이 있어. 작은 철물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이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정말 종업원이다. 괴산 시장통에 있는 ○○철물점이 그의 근무처다. 다만 도시민들은 직접 눈으로 보기 전에는 ○○철물점의 규모를 짐작조차하기 어렵다. 57년의 역사를 지닌 이 철물점의 창업주는 백 모 할머니, 지금은 외손자가 3세 경영을 이어간다. 300평은 족히 되는 면적에 주인과 종업원은 무전기로 소통을 한다.

경상북도 경주가 고향인 정 기자는 7년 전에 서울생활을 접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괴산으로 왔다. 성공회(聖公會)라는 종교에 접하면서 ‘땅을 접하며 살아야한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6년 동안 방치돼 있던 밭을 일구면서 귀농의 꿈도 자랐지만 주인이 땅을 팔아치우면서 4년 전 찾게 된 생계수단이 철물점 직원이다.

“농사는 고독한 시간입니다. 이제와 생각하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도 예정된 일 같습니다. 지금에 만족하지만 아이가 우리로부터 독립하면 다시 농사를 지을 생각입니다.”

그의 글은 ‘삶과 나눔>살아가는 이야기’코너에 연재되고 있다. 철물점에서 만나는 촌로들과의 실랑이, 정규교육을 박차고 나온 아들과의 품격 있는 신경전이 그의 내공을 미뤄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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