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이콧, 해도 국민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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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보이콧, 해도 국민이 한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4.04.1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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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표 객원기자
   
▲ 이재표 기자
먼저 글 쓰는 사람의 정체성을 밝혀두고 시작한다. 나는 기초를 포함한 모든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에 찬성한다. 다만 선거가 대의민주주의에 가장 적합한 제도인가에는 회의가 있다.

선거는 직접민주주의가 절차와 비용 등에서 비현실, 비효율적이라서 전체를 대신할 심부름꾼을 뽑는 것인데, 현실 선거는 표본추출에 있어서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민이라는 전체 국물은 단맛인데, 선거를 통해 숟가락에 담긴 그 한 술은 쓴맛이라는 얘기다.

정당명부에 따라 비례대표의 비율을 높이든지 아예 연령별, 계층별 비율을 정해 추첨민주주의로 보완하지 않으면 유권자는 앞으로도 전체 국민을 대표할만한 심부름꾼을 뽑을 수 없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유권자들은 돈과 조직이 지배하는 선거라는 프레임에 말려 스스로 대표성이 없는 사람들을 뽑아놓고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 ‘지방선거가 필요하냐’ ‘그것도 시·군의원까지 뽑아야하냐’는 정치타령을 한다.

정치권은 이같은 정치 허무주의를 이용한다. 투표율이 높고 낮은 것은 문제가 아니다. 당선이 되냐, 마느냐만 중요하다. 지역감정을 탓하면서도 결국 지역감정에 편승해서 나라를 갈라먹는다. 그러면서도 국민의 개혁요구를 듣는 척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난 대선에서 들고 나온 것이 ‘기초선거에 대한 공천폐지’ 공약이었다. 정치구조의 모든 모순을 힘없는(?) 기초선거로 떠넘긴 것이다. 정화하려면 윗물부터 정화해야하는데 말이다.

그래도 반향은 컸다.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먼저 치고나온 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였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마뜩치 않았지만 서둘러 이 공약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 6개월 만에 실시되는 선거에서 여당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식이다. 선거판을 뒤흔든 공약이 백지화됐는데도 당사자는 말이 없다. 대변자를 통해 나온 얘기가 “그건 국회에서 논의할 일”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안철수 의원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하면서 ‘지방선거 무(無)공천’이라는 깃발을 들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그에 대한 해명조차 하지 않는 대통령을 향해 여론을 밀고가기 위한 전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니 그런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과 여당이 꿈쩍도 하지 않고 여론도 들끓지 않자 다시 당원과 국민에게 공천여부에 대한 판단을 맡기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공천을 하지 않으면 무소속 후보인데도 ‘기호가 불리하다’며 흔들릴 때 그들의 진정성은 이미 드러났던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새누리당 충북도당이 낸 성명이다. “기초공천폐지는 통합을 위한 꼼수였고, 대국민사기극이었다. 새민련(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은 새 정치는커녕 구태정치의 기네스북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도당의 주장은 표현이 지나칠 뿐 영 틀린 얘기는 아니다. 다만 그렇게 준엄한 잣대를 스스로에게도 들이대길 바랄뿐이다.

새정치연합이 공천여부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지방선거를 보이콧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선거를 보이콧해도 유권자가 한다. 이번 선거부터 전국 어디에서나 자신의 지역구 선거에 미리 참여할 수 있는 ‘사전투표제’가 실시된다.

따라서 투표율이 높아질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거대 여당과 야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투표의 기준을 상실케 한다. 투표를 해야 할 지, 투표소에 가더라도 7장의 투표용지에 모두 기표를 해야 하는 건지 고민하는 유권자가 늘어날 것 같다. 만약 투표율이 낫더라도 유권자의 무관심만 탓하지 말라. 분명히 선거를 보이콧한 유권자의 무리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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