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놔두고 살아 나왔어도 괴로워서 그 아인 견디지 못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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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놔두고 살아 나왔어도 괴로워서 그 아인 견디지 못했을 겁니다”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4.04.2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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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고 남윤철 교사 20일 청주 장례미사, 부친 남수현씨 2대 독자 아들 의연하게 보내
여객선 세월호 침몰 당시 학생들을 먼저 대피시키다 목숨을 잃은 고 남윤철 교사(35)가 고향 땅 청주에 묻혔다.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발인한 뒤 오후 2시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주교좌성당에서는 남 장례미사가 엄수됐다.

   

이날 장례미사에는 가족, 제자, 동료 교사 등 500여명 참여해 남 교사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남 교사는 긴박한 상황에서 학생 20여명을 구하고 자신의 구명동의까지 벗어주는 등 마지막까지 구조작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허리까지 물이 차오르는 와중에도 학생들을 돕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지난 17일 세월호 후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청주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남 교사는 국민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재학중 교원 임용시험에 합격했다. 2007년 첫 발령을 받았고 작년에 단원고에 부임해 올해 2학년 6반 담임을 맡아 수학여행을 인솔하게 된 것.

고인의 부친 남수현씨는 안산 빈소부터 추모미사, 발인, 청주 장례미사, 장례식에 이르기까지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미혼인 남 교사가 부친에 이어 2대 독자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인을 보내는 주변 사람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청주에서 치과 개원의로 일하다 7년 전부터 청주 C대 치기공과 교수로 재직 중인 부친 남씨는 언론인터뷰에서 “아들이 교사로 임용될 때 나도 교수가 됐는데 아들이자 좋은 동료를 잃었다”며 흐느꼈다. 이어 “지식만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닌 아이들을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스승으로 남으라고 했는데 학생들을 살리다 결국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부친 남씨는 서울에 혼자 사는 아들 집에서 사고나기 3일전 주말을 함께 보내고 월요일인 14일 아침 출근길에 나서는 아들의 모습이 마지막이었던 것. 장례미사에서도 “끝까지 학생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다 목숨을 잃은 아들이 자랑스럽다” “아이들을 놔두고 살아 나왔어도 괴로워서 그 아인 견디지 못했을 겁니다. 윤철인 그런 아이였다…”고 말해 주위를 더욱 숙연하게 했다. 고인의 유골은 청원군 가덕면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장됐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1일 고 남윤철 교사와 고 박지영 승무원 등 세월호 참사 속에서도 살신성인을 실천한 희생자에 대한 의사자 지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자로 인정되면 유족보상금 지급과 국립묘지 안장 등이 가능하다.

지난 1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에서 후배들을 구하다 사망한 고 양성호씨도 지난 3월 의사자로 지정된 바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22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 및 유가족에 2억원의 성금을 기부하며 고 남 교사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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