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려면 지금하라, 좋은 순간은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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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려면 지금하라, 좋은 순간은 너무 짧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4.06.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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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만추>
   
손순옥 화가

비와 안개의 도시 시애틀을 떠나가는 버스가 달리는데 ‘동행’이라는 기타 연주곡이 빠른 듯 잔잔한 선율로 들숨 날숨 느린 호흡을 잔잔한 특유의 음악과 색감이 오감을 더욱 슬프게 만든다.

담담하고 조용하다. 그러나 영화 만추(晩秋)는 4계절의 모습을 모두 갖고 있다. 봄날의 아지랑이 연기처럼 낯모르는 사람과의 짧은 데이트에 묻어나는 설렘, 여름날 쏟아지는 햇볕같이 따뜻한 온기, 쓸쓸하고 고독한 가을, 시리고 차가운 겨울바람을… 그윽한 향기와 진한 감성이 무엇인지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두 느끼게 한다.

삶이 안개처럼 스산하고 고독해져 길을 떠나고 싶을 때 여행을 통해 풍성한 감성을 채우고 위로가 필요할 때 권하고 싶은 영화다. 시애틀을 배경으로 촬영된 이국적인 영상미와 서정적인 음악의 힘을 느끼게 하며 여주인공 ‘탕웨이’가 돋보이는 여성영화다. 섬세한 표정과 눈빛을 통해 더 많은 감정과 이야기를 담아낸다. 깊은 가을같이 ‘나에게로’ 향해 가슴으로 전하는 말을 담는다.

4번 리메이크 된 영화

그간 영화 만추는 네 번에 걸쳐 리메이크 제작되었다. 1966년 이만희 감독이 연출하고 신성일과 문정숙이 주연을 시작으로 1972년 ‘약속’이란 제목의 일본영화 1975년 故 김기영 감독의 ‘육체의 약속’ 1975년 김수용 감독에 김혜자와 정동환 주연의 ‘만추’ 2011년 김태용 감독의 영화 ‘만추’는 탕웨이와 현빈 주연으로 한국 영화의 클래식으로 재탄생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 만추 Late Autumn , 2011한국, 미국, 홍콩 | 로맨스/멜로2011.02.17 | 15세이상관람가 | 113분 감독 김태용 출연 탕웨이, 현빈, 김준성, 김서라
<만추>는 수감된 지 7년 만에 특별 휴가를 나온 여자 애나! 사랑의 큰 상처로 마음을 닫은 여자에게 다가온 선물 같은 남자 훈의 이야기다. 3일의 시간을 가진 여자와 낯선 남자가 단 하루라는 시간 동안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다시 사랑의 마음을 열게 된다. 문화와 언어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을 보여준다. 짧고 강렬한 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고 인생의 굴레에서 통제와 감시에서 벗어나 철저히 나라는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자유를 향한 존재에 관한 이야기다.

수인번호 2537번 애나. 어머니의 부고로 3일간의 휴가가 허락된다. 장례식에 가기 위해 탄 시애틀행 버스, 쫓기듯 차에 탄 훈이 차비를 빌린다. 사랑이 필요한 여자들에게 에스코트 서비스를 하는 그는 누군가로부터 도망치는 중이다.

7년 만에 만난 가족도 시애틀의 거리도, 자기만 빼놓고 모든 것이 변해 버린 것 같아 낯설기만 한 애나. 돌아가 버릴까? 발길을 돌린 터미널에서 훈을 다시 만난다. 그리고 장난처럼 시작된 둘의 하루. 시애틀을 잘 아는 척 안내하는 훈과 함께, 애나는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애나와 선물같은 남자 ‘훈’

시종일관 어둡고 무표정하던 애나가 훈을 통해 짧은 순간의 미소를 짓게 되고 말문을 튼다. 놀이공원에서 오리 버스를 타고 남녀가 대화하는 듯하다가 왈츠를 추면서 인형극으로 변하고 그녀와 독백을 주고받으면서 펼쳐지는 두 주인공의 표정과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성장한 배경도, 국적도, 미국에 온 이유까지 모든 것이 다른 애나와 훈. 극 중 훈은 겉으로는 밝은 친구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불쌍한 처지다. 슬픔이 내면에 존재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준다. 애나는 못 알아들으면서도 귀 기울여 들어주는 훈 덕에 처음으로 자신의 과거와 상처를 똑바로 바라보고 털어 낼 용기를 낸다. 훈과의 하루로 인해 인생을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되며 찰나의 기억이 평생 이어질 수도 있음을,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만추>는 영화 내내 스산하다. 비가 계속 내리고 안개 자욱한 시애틀은 영화의 분위기가 주인공 탕웨이의 심리와 잘 맞아 떨어진다. 가을의 쓸쓸함이 배어 나오되, 하루를 다채롭게 채워줄 풍경을 갖춘 도시. 고즈넉한 시애틀의 거리거리는, 쓸쓸하면서도 때로는 로맨틱하게 둘의 감정에 굴곡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여운 가득한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우리는 때로 살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모른 채 각자의 유배지에서 우는 법도 웃는 법도 잃어버린 채 마음을 닫고 멈춰버린 세상을 맞이한다. 안개가 짙기에 햇빛이 소중하듯 누군가는 속삭인다. “배신과 상처 가득한 도시에 햇빛을 즐기세요. 안개가 다시 끼기 전에. 인생에서 좋은 시절은 후딱 갑니다. 마음을 열고 지금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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