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알고 내리는 비처럼, 찾아온 사랑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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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알고 내리는 비처럼, 찾아온 사랑의 기억
  • 충북인뉴스
  • 승인 2014.06.20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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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好雨時節)’
   
유현주
청주시립도서관 사서담당

나무들이 하늘 높이 향하고 푸르른 가지마다 햇살이 곱게 걸렸다. 싱그러운 바람도 나뭇가지에 와서는 햇살에게 쉴 새 없이 ‘세세’ 거린다.

‘봄이 가네~ 아쉬운 봄이 가네~’

바라보고 있노라면 하늘까지 초록빛으로 빛나는 눈이 부신 유월이다. 이 사랑스러운 계절에 제대로 어울리는 영화가 한 편 있다. 나온 지는 꽤 되었지만 오래도록 가슴이 기억 하는 영화!

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好雨時節)’이라는 영화이다. 허진호 감독하면 원래 허진호식 로맨스라고 부를 만큼,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사랑 이야기를 잘 풀어내기로 유명한 감독이다.

중국 두보초당에서 촬영

   
▲ 호우시절 好雨時節, 2009 한국 | 로맨스/멜로 | 2009.10.0815세이상관람가 | 100분
감독 허진호
출연 정우성, 고원원, 김상호, 마소화
그의 데뷔작인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 그리고 ‘행복’ 등에서도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런 저런 사랑에 대하여 잘 보여주고 있다. 달콤한 사랑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을 섬세한 영상으로 그려 냄으로써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짜 남녀 사랑이야기를 보여주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영화에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역시나 ‘호우시절’도 지극히 허진호식 다운 영화이다.

‘호우시절’이라는 영화 제목은 중국 최고의 시인 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當春乃發生(당춘내발생)
隨風潛入夜(수풍잠입야) 潤物細無聲(윤물세무성)…’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니 내리네.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소리 없이 촉촉이 만물을 적시네…’ 라는 뜻인데 영화를 보다보면 왜 이 구절로 제목을 정했는지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의 촬영 배경도 중국 사천 성도에 위치한 두보의 고택 ‘두보초당’에서 올 로케이션 촬영되었다고 하여, 시끌벅적한 우리네 일상에서 벗어나 무성한 대나무 숲 사이를 가르는 잔잔한 바람을 맞으며 고요한 초당의 담장 길을 산책하고 싶은 소망을 더불어 품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큰 줄거리로는 대학 유학시절 친구였던 동하(정우성)와 메이(고원원)가 사랑인 줄 모른 채 헤어졌다가 몇 년 후 우연히 만나 그 시절을 떠올리다가 진짜 사랑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사랑은 여러 가지 이유들로 시작되는 것 같다.

   

어떤 사랑은 뜻밖의 우연에서 시작되고…
어떤 사랑은 작은 오해에서 시작되기도 하고…

어떤 사랑은 언제 시작됐는지 모르다가 가랑비에 젖듯이 어느새 충만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음을 문득 깨닫기도 한다.

그렇다면 동하와 메이의 사랑의 시작은 과거일까. 아니면 우연히 만난 현재일까. 혹, 월하의 노인 이야기를 아는지?

월화노인이란 중국설화 속 부부의 인연을 맺어준다는 중매쟁이 노인을 말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월하의 노인이 아이 새끼손가락에 빨간 실을 묶는다고 한다. 그 아이의 운명의 상대에게도.

그렇다면 동하와 메이의 사랑은 각자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것은 아닐까. 이러한 논리라면 동하와 메이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연인들의 사랑도 그러할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운명적 사랑!

혹자는 코미디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고 말한다. 그건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사랑에서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얼마나 서로에게 적절한 시기에 등장하는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인연으로 귀결되어지는 크나 큰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서로가 죽도록 끌리고, 미친 듯이 사랑해도, 서로에게 적절한 시기가 아니고 기가 막힌 타이밍이 아니라면 어쩔 수가 없다.

두려워 말고 사랑하라

이렇게 서로에게 기가 막힌 타이밍에 서로의 인생에 자연스럽게 나타나 주는 것, 그래서 서로의 반쪽이 되어 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운명’이자 ‘인연’이다.
이 영화 속 동하와 메이처럼.

지금 사랑을 처음 시작 할 때와 그 끝이 같지 않아서 상처 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두려워 말고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서 이 주인공들처럼 사랑을 통해 불행한 삶을 치유하고 위로 받기를 바란다. 또한 아직은 사랑 때문에 이 세상이 밝고 희망적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시인의 시이다. 살아가면서 삶의 그늘에 가려 무심코 지나쳤던 내 소중한 사랑의 기억이 간절하게 내가 돌아봐 주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내 지나간 사랑에게 따스한 안부를 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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