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국립현대미술관 협약 2년 만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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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국립현대미술관 협약 2년 만에 ‘흔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4.09.0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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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예산보다 늘어나자 현재 KDI에서 사업 적정성 검토 중
청주시, 수장고+전시실 설치 요구…실현까지는 ‘산 넘어 산’
옛 청주연초제조창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분관은 제대로 안착될 것인가. 민선5기 때 한범덕 청주시장은 연초제조창내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분관 유치를 확정했다. 분관의 성격은 전시·교육·수장·보전 기능. 거기에 샤울라거(Schaulager)라는 기능을 더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독일어로 ‘보는 창고’ 또는 ‘보는 전시형 수장고’라고 해서 수장고 작품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유럽에서는 보편화 돼있다고 한다.

▲ 옛 청주연초제조창은 2011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개최 장소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감탄을 자아냈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분관 유치가 결정되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현재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진은 국제공예비엔날레 개막식.

그런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분관 건립이 흔들리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올 10월 수장센터가 완공돼야 하나 현재 공사는 시작도 못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전에는 396억원과 용역비 2억원 등 398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시설계용역을 하니 74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3층짜리 식당동 리모델링비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서 일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관 측은 식당동을 훼손된 미술품을 복원하는 미술품수복센터로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미술관에서 기재부에 예산 증액 요청을 했고, 기재부는 KDI(한국개발연구원) 측에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의뢰했다는 게 청주시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검토과정 중 청주분관에 수장고만 설치할 경우 484억원, 수장고+전시실을 함께 설치할 경우 636억원이 들어간다는 조사가 나왔다. 그런데 수장고+전시실은 예산이 500억원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타당성재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 절차가 복잡해지고 시일도 훨씬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들어가는 공공건설사업일 경우는 사업 전 예비타당성조사를 받게 돼있다. 대형 신규사업의 신중한 착수와 재정투자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지난 1999년 도입했다. 사업의 경제성과 투자 우선순위, 적정 투자시기, 재원조달 방법 등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분관 사업은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가 아닌 타당성재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청주시에 1)안 수장고만 설치, 2)안 전시실+수장고 설치 중 어떤 것을 택하겠느냐는 의견을 물었다는 것이다. 전체는 4가지 안이 있었으나 나머지 두 가지는 검토대상이 아니었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7월 중순, 2)안 전시실+수장고 설치를 원한다는 공문을 국립현대미술관에 보냈다. 이것을 보고 미술관 기획운영단장이 청주에 내려와 2)안대로 추진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게 중론.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지금 KDI에서 당초 사업비보다 늘어난 부분에 대해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하는 중이다. 이 결과는 9월 중순경 나온다. 결과가 나와야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있다”며 “청주시에 의견을 물은 것은 검토과정에서 필요해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범덕·이승훈 시장의 시각차

청주시민들은 처음부터 수장고만 오는 것은 반대했고, 반드시 전시실+수장고가 설치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수장고만 오면 그 좋은 옛 연초제조창 건물의 상당 부분을 국립현대미술관 측에 창고로 내주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한범덕 전 시장도 전시관이 반드시 와서 시민들이 수준높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 때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수장고만 올 경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유치 반대운동을 벌이겠다며 분위기가 냉랭했으나 청주시가 미술관 측과 협약한 내용을 보고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청주시민 요구대로 된다는 보장이 없다. 때문에 분관 설치가 백지화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다.

옛 청주연초제조창은 지난 2011년 처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장소로 쓰이면서 꽤 쓸모있는 공간으로 인식됐다. 청주시민뿐 아니라 비엔날레를 보러 온 외지인과 외국인들에게도 탐나는 공간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 곳을 유용한 공간으로 쓰기 위해 고심했던 청주시는 2011년 배순훈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장에게 선보였고, 배 관장은 많은 칭찬을 했다는 후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수장고 포화상태로 적정한 공간을 찾던 중이었다.

옛 연초제조창은 최근 문광부가 선정하는 지역문화브랜드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열리고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이 예정돼 있는 등 지역 문화예술 공간으로 큰 역할을 하는 게 점수를 땄다는 후문이다. 한 공무원은 “이 곳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이 올 때와 안 올 때 차이는 매우 크다. 현대미술관이 와야 문화예술복합단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활성화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이승훈 시장은 한 전 시장과 이 공간을 보는 시각차가 크다. 건물 활용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한다는 계획이나 이 시장은 이 공간을 문화예술만으로 채우지 않고 경제분야를 접목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미술관 분관이 안 오면 경제적인 공간으로 쓰겠다”는 게 이 시장의 생각이다. 때문에 시장이 바뀌어서 흔들리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들도 많다.

▲ 옛 청주연초제조창 건물 중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분관 예정지.

‘최초 수장형 미술관 건립’ 발표, ‘김칫국’이었나
협약식 열었던 2012년 분위기 어땠기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분관이 들어설 구체적인 장소는 옛 연초제조창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본전시장 오른쪽 건물. 총면적은 1만9855㎡, 5개 층이다. 한 개 층이 정확히 3971㎡이고, 여기에 식당과 후생동이 별도 포함될 예정이다.

민선5기 때인 지난 2012년 2월 22일 청주시와 국립현대미술관은 시청 대회의실에서 ‘옛 연초제조창내 국립현대미술관 수장·보존센터’ 건립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협약식에는 한범덕 전 시장과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 지역예술인들이 참석했다.

당시 현대미술관 측은 2012년 23억원을 들여 공간과 운영에 대한 기본계획을 세우고 설계공모를 통해 기본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후 건물 리모델링을 추진해 올해 10월 완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청주시는 “분관이 건립되면 수준 높은 미술품의 전시는 물론 수복·보전 아카데미 운영과 지역학교 연계 미술교육 등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앞으로 청주시민의 문화예술 욕구 충족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새로운 문화 향유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형민 관장도 “2014년까지 국비 396억원을 들여 미술품의 수장·보존·전시 센터인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을 건립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이 공간을 국립현대미술관 측에 무상임대하고 필요한 경우 주변 터와 건물을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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