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충북도의회, 앞이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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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 충북도의회, 앞이 안보여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4.09.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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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연 교섭단체구성 조례제정 제안에 새누리 ‘진정성 의심’
“많이 가진 다수당이 양보하고 대화 시도해야” 여론 비등

충북도의회에 드리운 먹구름이 좀체 벗겨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제10대 도의회는 지난 7월 야심차게 문을 열었건만, 새누리당의 의장단 싹쓸이라는 사상 최악의 원구성을 하면서 ‘불통의회’가 지속되고 있다. 이언구 도의장은 지난 8월 26일 최선을 다해보고, 안되면 이대로 간다고 밝혔다. 이 의장의 말대로 전반기 의회는 이대로 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도민들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이 갈등하는 과정을 계속해서 볼 수밖에 없다.

   
▲ 개원 이후 양 당의 반목이 심해진 충북도의회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개원식이후 기념사진 찍은 도의원들.

9월 이후 지금까지 일어난 변화라면 박봉순 정책복지위원장의 사퇴 선언밖에 없다. 나머지는 양 당의 공방에 불과했다. 이 선언이 별 소득없이 끝난 뒤 새정연 의원들은 교섭단체 구성을 제안했다. 새정연은 처음부터 줄곧 부의장 1+상임위원장 2석을 요구해왔다. 새정연은 “이언구 의장과 새누리당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안을 제시한 후 이를 거부하자 더 이상 원구성 협상은 없다며 문을 닫았다. 이제 우리는 이 의장과 새누리당의 의회직 독식 욕심이 재차 확인된 이상 원구성을 재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간 교섭단체 구성과 운영을 협의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교섭단체 구성을 조례로 명시하고 이를 실천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타협의 물꼬를 트기 위해 의회직 배분 요구를 중단했지만 의회운영 협력은 교섭단체 조례가 통과되는 시점이라고 못 박았다.

이광희 원내대표는 “소수당도 의회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게 교섭단체 구성이다. 일정한 숫자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되는 것이다. 숫자는 정하기 나름이다. 교섭단체는 의회 운영 전반에 관한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처음부터 교섭단체가 있었다면 다수당 싹쓸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서울·부산·경기·전남·전북·경남·충남·제주 등 광역의회와 성남·안양·용인 등 기초의회에 교섭단체가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의회에서는 지역에 따라 상임위원장 배분과 상임위원 선임 협의권, 도정질문자 수와 질문자 배정 협의권, 의사일정 변경 협의권 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잘하면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 제안을 거부했다.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이종욱 의원은 15일 “원 구성 갈등에 대한 실타래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새정연의 교섭단체 제안은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새정연의 의도는 교섭단체 구성 문제로 갈등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라며 “새정연은 대화·협력에 대한 입장부터 표명해야 한다. 연찬회, 해외연수, 의장 주최 행사에 참여해야 교섭단체 구성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양 당은 여기서 또 브레이크가 걸렸다. 새누리당은 의회운영 협력을 먼저 약속하고 교섭단체를 얘기하자는 것이고, 새정연은 소수당의 권리가 보장되는 장치가 마련된 뒤에야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부딪친 양 당은 말싸움만 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이언구 의장의 리더십이 나오는 것이나 이 의장은 새누리당 의원으로서의 역할 이상도 이하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양 당의 대화 물꼬를 트려면 많이 가진 다수당 쪽의 양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게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이다. 한 지역인사는 “의장단 싹쓸이라는 다수당의 횡포를 자행한 새누리당이 소수당에 권한을 양보하고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데 이것이 안되고 있다. 양손에 떡을 가진 사람이 내놔야지 빈손인 사람이 무엇을 하겠나. 이 과정에서 의장의 리더십이 발휘되는 것이다. 이 또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인터뷰/ 이언구 충북도의장
사상최악의 '불통의회'..."잘 돌아가고 있으니 걱정마"

   
▲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 참석한 이언구 도의장.  사진=도의회 홈페이지.
이언구 도의장은 지난 8월 26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8월 말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안되면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현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새정연은 처음부터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2석을 달라고 했고, 지금도 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의장단 구성을 원위치 시키자며 새누리당 의원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꺼냈다.

이 의장의 8월 말 결론 발언으로 한 때 ‘히든카드’가 있는 게 아니냐며 기대감이 높았으나 결과는 아무 것도 없었다. 박봉순 정책복지위원장의 사퇴선언도 별 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도민들은 박 위원장 사퇴가 다른 위원장의 사퇴를 불러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마중물’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 이었던 것이다.

이 의장은 지난 16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9월 정례회가 열리기 전 해결하려고 8월 말이라고 못박았던 것이다. 나는 양 당 원내대표에게 8월말까지 합의안을 가져오라고 했다. 못 가져오면 이대로 간다고 했던 것이다. 그래도 늦으면 9월 10일까지는 합의안이 나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박봉순 정책복지위원장의 사퇴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의견이지 당의 의견이 아니다. 나도 언론보도 보고 알았다. 박 위원장에게는 고맙고 미안하다. 이것이 계기가 돼 물꼬가 트일 줄 알았으나 그것도 안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15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새정연이 박 위원장 자리 1석을 받지 않아 더 이상 방법이 없는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설명했다. 새정연이 1석이라도 달라고 해놓고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광희 새정연 원내대표는 “박 위원장 사퇴, 이 1석부터 시작하자고 했다. 말이 와전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또 다른 의원들의 사퇴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새정연의 교섭단체 구성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하자 이 의장은 “원구성 문제를 매듭짓고 이 걸 논의하자는 얘기다. 나는 벌써부터 야당이 얘기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여야대표 각각 2명씩에 사무처장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게 교섭단체 아니냐. 그런데 새정연은 연찬회·의장주최 행사·해외연수 등 정상적인 의회 참여에 대한 입장표명은 하지 않고 교섭단체를 들고 나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론적으로 이 의장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말을 맺었다. 하지만 도민들은 벌써부터 피로감에 젖어 도의회 얘기만 나오면 외면하려 든다. 이 점에 대해 “걱정하지 마라. 의회는 잘 돌아가고 있다. 의원들이 의정활동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상최악의 ‘불통의회’를 보고 ‘잘 돌아가고 있으니 걱정마라’는 건 납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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