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장과 청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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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장과 청주대 총장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4.09.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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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은 했지만, 가히 충격적이다. 진리의 상아탑 대학을 대표하는 최고 지성인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다. "구멍난 과는 폐과시키고 정원조정해 버리고, 교수 잘라버리라 이거에요. 학교 말아먹는 X들 이니까. 왜 그걸 안하면서 지금 자꾸만 구멍난걸 채우려고만 해요"

청주대 김윤배 총장이 수개월전 보직교수와 일부 교직원이 참석한 공식 회의석상에서 한 발언이다. 심지어 해당 학과를 거론하면서 "그 과같은 경우는 애들을 다 잘라버리고 학점 안주고 해야 한다"고 저주(?)를 퍼부었다. 교수와 학생을 싸잡아 '흑싸리 껍데기'로 여기는 듯한 오만방자가 넘쳐났다. 국립대학 총장의 발언이었다면 곧바로 보직해임될 사안이다.

하지만 사립대는 재단 실권자가 총장까지 맡게되면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될 수 있다. 재단 이사회까지 내 사람을 심으면 '일인천하'와 다름없다. 지금 청주대 총장을 '황제 총장'이라 일컫는 이유다. 보직교수도 재량권 없이 일일이 결제받다보니 공식 회의는 총장님 훈시로 시작해 지시로 끝나기 일쑤다. 총장님 말씀에 그 누구도 반대나 다른 의견을 내놓기를 꺼린다. 결국 4선을 거쳐 총장 취임 13년째를 맞았지만 안하무인의 하대와 막말만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생각있는(?) 교수들은 자신에게 보직 제안이 올까봐 조마조마한 상황이라는 것. 실제로 모 교수는 보직 사표를 내고 수개월간 버틴 끝에 그 뜻(?)을 이루기도 했다. 총장의 호통만 있고 손발이 움직이지 않다보니 마침내 대학 평가지표에 구멍이 생겼고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이란 불명예를 쓰게 됐다.  

교육부의 부실대학 명단발표 이전인 지난 6월 대학 구성원들은 이미 대학의 위기를 알아챘다. 총동문회, 교수회, 교직원노조, 총학생회는 대학발전협의회를 구성하고 김 총장에게 참여를 요구했다. 하지만 대학측과 친재단 성향의 교수연합회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부실대학이란 날벼락이 떨어졌지만 이에대한 수습책은 A4용지 1쪽 분량의 대학 입장을 부총장이 발표한 것이 전부였다.

김 총장이 지난 13년간의 실적으로 내세우는 건 전국 지방대학 중 가장 많은 3천억원의 적립금이다. 교육부에 제출한 적립금 운용계획을 무시하고 편법으로 조성한 것이다. 교육여건 개선과 장학금 지원을 포기하고 돈 쌓아놓기에 매진한 결과다. 결국 하위 15%의 부실대학이라는 오명을 3천억원 적립금과 맞바꾼 셈인가.

역설적으로 청주대의 회생은 3천억원이라는 투자여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다. 편법으로 챙겼지만 적재적소에 사용한다면 대학 평가지표를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합리적 지출을 편법 적립의 주인공인 김 총장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것이 구성원들의 중론이다. 시쳇말로 모을 줄만 아는 사람은 제대로 쓰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hcn충북방송의 보도를 통해 30년전 자신의 교통사고를 허위 운전자를 내세워 은폐한 의혹이 제기됐다. 대역을 했던 당사자의 진술내용으로 보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이제 범죄 혐의까지 드러난 이상 김 총장의 권위는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제2, 제3의 의혹사안이 터질 것이란 뒷담화도 분분하다. 더이상 '과거를 덮고 미래를 얘기하기엔' 위험천만한 인물이 됐다. 지금 청주대는 침몰하는 세월호와 다름없다. 선장이 살고자 하면 수백명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될 것이고, 죽고자 하면 그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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