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서커스 공연, 관객을 들었다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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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서커스 공연, 관객을 들었다 놨다
  • 오혜자 기자
  • 승인 2014.09.2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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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동춘서커스’ 순회공연 성황, 한국 정통서커스 맥 이어
동춘서커스가 왔다. 지난 20일 충북민예총 20주년 기념으로 열린 공연예술축제에서 추억 속의 공연을 펼쳤다. 어린 시절 마을을 찾아온 서커스단의 펄럭이는 깃발과 화려한 의상을 기억하는 중년층과 어린이들이 일찌감치 공연장을 찾았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가을 뙤약볕을 받으면서도 설레이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연이 시작되고 몸집이 작은 예인들이 번갈아 무대에 올라 자신의 기예를 뽐냈다. 단체나 짝을 이루어 공연을 할 때는 혹여 한사람이라도 실수하지 않을까 손에 땀을 쥐며 긴장했다. 남녀노소 없이 공중곡예의 장면마다 탄성을 쏟아내며 아낌없는 박수로 응원했다. 줄에 매달린 예인들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현장의 긴장감을 더했다.

‘비천’이라는 이름의 공연은 서커스에 빠지지 않는 묘기다. 하늘에서 내려온 줄 하나에 의지해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며 공중에서 회전했다. 예인들은 중력을 느끼지 못하는 듯 바닥에서처럼 자유롭게 줄을 타며 허공을 오르내렸다. 맑은 하늘을 지붕으로 둔 야외공연장의 장점이 잘 살아난 시원하면서 체증을 내려주는 공연을 선보이고 땅으로 내려왔다.

이어 공중에 걸린 링 위에서 여성단원이 묘기를 펼쳤다. 발끝을 링에 걸고 거꾸로 매달린 예인의 몸은 손끝에서 머리카락까지 긴장감이 흘렀다. 가까이서 표정과 눈빛을 마주하며 관객들은 예인과 저절로 호흡을 맞췄다. 안도의 한숨과 노고에 대한 안쓰러움이 묻어나는 박수가 이어졌다. 보기에도 무게가 상당해 보이는 도자기를 번쩍번쩍 들어 허공과 머리위에서 돌리는 ‘단지돌리기’ 묘기에도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의자로 탑을 쌓으며 물구나무서기’ ‘공중에서 천을 이용한 아크로바틱 무용’ ‘발레와 서커스를 결합한 퓨전 서커스’ ‘비보이 체조’ 등 숨 막히는 곡예가 이어졌다. 공연을 관람한 한 가족은 “ TV로 보던 것과 느낌이 전혀 다르다. 아이들도 내내 집중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동춘서커스단은 89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서커스공연단이다. 1925년 일본 서커스단 직원이었던 동춘 박동수가 창단했다. 1960년대 배삼룡, 이주일, 허장강, 장항선, 서영춘, 남철, 남성남 등의 스타배우를 배출하는 등용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후 TV 시대가 열리면서 희극 배우들과 악극단 등은 방송사로 흩어졌고 서커스단은 점차 잊혀졌다. 활동 중단의 위기를 겪던 중 동춘서커스단을 살리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동춘서커스 살리기 모금운동’이 벌어진 것이 회생의 계기가 됐다. 현재 문화관광부에 전문예술단체로 등록되고 기부금을 공개 모금할 수 있는 지정 기부금 단체가 되면서 2기 서커스전성시대를 꿈꾸고 있다.

동춘서커스단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대적 예술감성을 결합한 기획을 시도 중이다. 특히 ‘NEW홍길동’ ‘동방의 신기비천’ 등 서커스의 장르를 살리면서 이야기를 결합한 창작프로그램이 순회공연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추억 속에서 당당히 걸어 나온 동춘서커스단이 한국적 서커스의 맥을 잇는 정통 서커스공연단체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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