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박종분 부부의 경쟁, 용암동 뒷골목이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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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박종분 부부의 경쟁, 용암동 뒷골목이 후끈
  • 오혜자 기자
  • 승인 2014.10.0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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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고 소문난 특별한 식당 ‘표고랑 밥이랑’, ‘엄마손 밥상’ 얘기
청주 원봉중학교와 영운천 사잇길에 눈에 띄는 식당이 있다. ‘표고랑 밥이랑’과 ‘엄마손 밥상’. 각각 청주지역자활센터와 청남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고 있다. 주택가와 인접해 활성화된 상권은 아니지만 점심식사를 위해 이곳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 식당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자립기반 마련을 위해 생겼다. 거리상 인접해 있어 밥맛으로 경쟁하는 관계이나 알고보니 두 식당의 운영책임자는 부부다. 그래서 그런지 김종석 센터장과·박종분 관장 부부의 ‘맛있는 경쟁’이 뒷골목 상가 지역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시작은 박종분(52) 관장이 먼저했다. 박 관장은 복대카리타스 노인요양원을 운영하던 중 올 초 개관한 청남시니어클럽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러 노인일자리창출 사업을 기획하면서 손만두와 두부를 만드는 ‘백세할머니 손만두’ 사업과 연계해 ‘엄마손 밥상’ 사업을 시작했다.

용암동의 ‘엄마손 밥상’은 지난해까지 ‘손큰할머니 만두가게’가 있던 곳이다. 기존 설비를 사용할 수 있는 이점과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동네에서 건강한 일자리를 만들자는 취지를 잇는 의미도 컸다. ‘엄마손 밥상’의 밥상은 집 밥 그대로다. 손맛이 살아있는 푸짐한 반찬들이 모두 맛있다는 입소문이 났다.

직장생활하다 사회복지사가 된 부부

김종석(55) 센터장은 박 관장이 떠난 복대카리타스 노인요양원을 운영하다 얼마 전 청주지역자활센터를 맡았다. 자활사업장인 웰빙식당 ‘표고랑 밥이랑’은 ‘엄마손 밥상’과 200m 거리에 있다. 계획된 것은 아니지만 박 관장을 따라가는 모양새가 됐다. 김 센터장은 “청주교구천주교재단에서 일하다 보니 서로 옮겨 다니며 마주치는 일이 많다”며 허허 웃었다. ‘표고랑 밥이랑’의 주재료인 표고는 버섯을 재배하는 자활공동체 금광농산에서 공급한다. 표고돌솥밥에 간장을 넣어 비벼먹는 별미와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다.

부부는 결혼 후 각자의 직장생활을 하던 중 차례로 사회복지사가 됐다. 김 센터장은 혜원장애인복지관에서 물리치료사로, 박 관장은 산남종합사회복지관 회계책임자로 일하던 중 기관의 특성상 사회복지현장에 발을 깊숙이 넣게 됐다. 병원이나 기업과 급여차이가 많은 복지관을 선택한 것부터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는 것 등 삶의 방식에 공통점이 많다. 특히 웃는 모습이 닮았다.

   

김 센터장은 “다른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일 이야기는 집에서 많이 나누지 않는다. 업무상 회의나 행사에 동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며 고유의 기관운영방식에 관여하지 않는 나름의 원칙을 갖고 있다고 알렸다.

하지만 사회복지 업무의 특성상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서로 이해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느 현장에서나 초심을 잃지 않고 이어가기가 어려운 만큼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이 힘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의 모습은 가족의 건강한 삶을 기반으로 사회가 건강해 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였다. 김 센터장은 “신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는 분들이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것이 자활센터의 역할이다.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마음을 다잡고 일어서도록 힘든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열정과 협업, 취약계층자립에 기여

그리고 부인 박 관장은 “노인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업아이템을 계속 개발해 나가고 있다. 정성이 담긴 할머니 손맛으로 사람들에게 다가 가겠다”고 했다. 둘 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자립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청주 남부권 지역 사람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 넣는 일에 사회복지 분야에서 보여주는 부부의 열정과 협업이 단단히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유사한 현장에 있다보니 하는 일과 방식을 잘 안다고 생각해 왔지만 익숙한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박 관장은 “남편은 호수같다. 사람을 이해하는 습성이 몸에 배어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싸울 일이 없는 것이 부부 사이에서는 문제가 된다”며 알콩달콩 다투며 살아가는 작은 재미가 아쉽다고 했다.

반면 김 센터장은 “위로의 말을 듣고 싶은 보통남자다. 나약한 모습도 미안한 마음도 표현하도록 애 쓰겠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지향하면서 지금처럼 어려움들을 헤쳐나가자”며 못했던 마음 속 말을 꺼냈다. 기다림 끝에 만난 연인들처럼 끈끈한 감정의 눈길을 주고받는 이 부부의 행복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널리 확산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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