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제자들이 준비한 어떤 노교수의 팔순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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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제자들이 준비한 어떤 노교수의 팔순잔치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4.10.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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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 법학과 80년대 동문, 오선주 전 교수를 위한 팔순 기념식 미담
매년 5월 15일 ‘스승의 날’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 스승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각박해지면서 일부 초중고는 그 날을 교사들의 휴일로 정하기도 했다. 취업학원으로 변질된 대학은 사제지간의 정이 사리진 지 오래다. 학생이 교수 강의평가를 하고 학점에 대해 이의신청할 때만 마주보기가 가능하다. 끊임없는 신자유주의 경쟁사회 속에서 스승과 제자 모두 제자리를 잃어버린 세상이다.

이런 세태속에 지난 9월 20일 청주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한 퇴직교수의 팔순잔치는 작은 드라마였다. 지난 2003년 객원교수를 끝으로 청주대를 떠난 오선주 전 교수(80)를 위해 제자들이 팔순기념식을 준비한 것.



지난 80년 청주대 법과대학 최초의 여교수로 부임한 오 교수는 대구 출신으로 여성 학자로는 드물게 형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을 떠날때까지 유일한 여교수로 최초의 여학장으로 이름을 남겼다.

이날 팔순잔치는 오교수의 대형 브로마이드 현수막을 내건 행사장에서 일대기를 사진으로 엮은 동영상으로 시작됐다. 이어 참석한 제자들이 일일이 자기소개를 하며 스승의 팔순을 축하하는 인사를 올렸다. 한 제자의 색소폰 공연도 우레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중년 제자들의 정성어린 환대에 감동받은 노스승은 결국 눈시울을 붉히며 감사인사를 마쳤다. 또한 자서전과 여행기행문 등 자신의 저서에 일일이 사인을 해 제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특히 오 교수로부터 박사학위 지도를 받은 권태호 대구고검 검사(60)와 송영래 주성대 평생교육원장이 참석해 축하인사를 나눴다. 80년대 공부한 50대 제자들이 주축이 돼 기념식을 준비했고 50여명의 학과동문이 직접 참여했다.

청주라마다호텔 대표인 송관휘 동문은 행사장 사용에 최저가(?)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81학번 최병록 회장(대전교정청 사회복귀과장)이 깃발을 들었고 84학번 강연성 회장이 짐을 맞들었다. 특히 최 회장은 ‘오사모’(오선주 교수를 사랑하는 모임)를 운영할 정도의 열성(?) 제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우리들이 ‘스승의 은혜’를 합창할 때 눈물 흘리시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딱딱한 법학대학에서 제자들에게 늘 위안을 주신 산소같은 분이었다. 오사모에선 매년 스승의 날 점심 한끼 모시는 게 고작이었다. 이번에 동문 여학생회와 동문 박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로 의미있는 행사가 가능했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아름다운 우리 전통이 사라지지 않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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