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장관-육군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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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장관-육군대장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4.11.0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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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출신인 신현돈 전 1군사령관의 전역을 둘러싼 논란이 종편방송 덕분(?)에 핫 이슈가 됐다. 방송패널들의 추측성 발언이 난무한 가운데 오모 교수가 마침내 언론을 향해 입을 열었다. "술을 마신 것은 사실이지만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인사불성 상태는 아니었다. 싸움이나 말다툼은 없었다" "헌병에게 업혀 갔다느니, 군화 한쪽을 벗었다느니 하는 얘기도 사실이 아니다"

오 교수는 오창휴게소에서 신 전 사령관과 부관의 행동을 보고 군부대에 신고했던 장본인이다. 현장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다. 화장실 출입구 한쪽을 막아선 부관과 민간인간에 실랑이가 있었다는 보도도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대통령 해외순방 중 위수지역을 벗어나 과음했다'는 것이 4성 장군의 옷을 벗긴 이유인가? 특히 신 전 사령관은 언론사에 보낸 메일을 통해 '(위수지역을 벗어난)모교 방문도 육군본부 승인을 얻은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이 정도 사유로 군 최고위급 지휘관을 대뜸 내쫓을 수 있는 나라는 북한말고는 없을 것이다.

지난 4일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방송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얘기를 던졌다.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9월초) 보고를 받아 격노한 대통령께서 '전역시키세요' 했고 이 말씀 한 마디에 전역이 된 것이다” 6월에 벌어진 일이 뒤늦게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즉각 경질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과연 보고내용이 목격신고자 오 교수의 진술과 일치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격노해 육군대장을 곧바로 목을 치라고 지시했을까? 박 의원은 이 대목에서 “부실보고? 편집보고 한 사람을 청와대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과장된 보고가 대통령의 성급한 결정을 이끌냈다는 분석이다.

또한 오 교수는 자신이 군부대에 신고한 것은 맞지만 "의원실이나 언론사에 따로 제보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회에서 문제제기한 김광진 의원과 추측성 보도를 내보낸 언론사는 누구로부터 제보받은 것일까? 군부내의 세력싸움에 신 전 사령관이 희생양이 됐다는 소문에 대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역시 충북 출신인 한민구 국방부장관의 처신도 아쉬움이 크다. 신 전 사령관 전역 당시(9월 2일) 국방부가 발표한 '음주추태'는 사실이 아니었다. 더구나 신 전 사령관이 전역한 지 열흘 뒤 국방부 재조사를 통해 자신들의 발표가 틀렸다는 걸 파악했다. 하지만 쉬쉬하고 있다가 뒤늦게 신 전 사령관이 언론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는등 진실규명에 나서자 입장을 바꿨다. 3일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당시 수행원이 과도한 경호를 했으나 화장실 이용객과의 신체적 접촉이나 실랑이는 없었다" "복장이 흐트러진 모습을 노출했으나 추태는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상황이 반전해 신 전 사령관에 대한 구명여론이 나돌자 다음날 한 장관은 "과도한 음주 행위가 있었던 것은 틀림 없다" "전역을 안 시켜야 할 사람을 전역시킨 것은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한 장관의 오락가락 행보는 자칫 청와대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동향의 고교 후배인 육군대장 명예보다는 군 통수권자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것인가. 한 장관은 청원 출신 한봉수 의병장의 손자다. 부디, 자신의 명예도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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