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곳 하지않는' 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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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곳 하지않는' 도의회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4.12.0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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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 편집국장

출범 6개월도 안된 제10대 도의회가 바람 잘 날 없다. 원구성부터 다수당 '싹쓸이'로 도민들의 원성을 사더니 전국 최고 인상율의 의정비 인상을 강행했다. 폐지를 들먹이던 재량사업비까지 챙길 기세여서 주민 여론은 안중에도 없다는 모습이다. 필자 또한 도의회 비판 칼럼을 연거푸 올리기가 민망할 지경이다.

그런데 이번엔 전대미문의 '괴문서 사건'이 벌어졌다. 2일 도의회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임헌경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예결위가 진행되기도 전에 의회 안에서 특정사업비를 무조건 삭감하라는 내용의 지시문과 같은 괴문서가 발견됐다"고 폭로했다. 임의원이 공개한 괴문서는 제목부터 괴이했다. '아랑곳하지 않고 삭감해야 할 사업'이란 제목인데 시쳇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얘기다.

제목아래 열거된 사업은 충북순회음악회, 충북문화예술아카데미, 서예학술발표회 등 충북민예총이 추진해온 사업이 눈에 띄었다. 또한 충북NGO센터의 NGO리더 양성교육비도 포함됐고 이시종 지사가 추진하는 세계무예마스터십 준비비 등 7∼8개 사업이 대상에 올랐다. 결국 진보적 예술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이 지사의 역점사업을 '아랑곳하지 않고' 칼질하자는 뜻이다.

임 의원의 추궁에 새누리당 소속 예결위원장은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하자"고 만류할 뿐 '괴문서'의 정체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 삭감 목록 사업을 보면 괴문서의 진원지가 어디인 지 삼척동자도 알만 하다. 하지만 문서의 존재가 드러난 이상 도의회의 신뢰와 권위를 세우기 위해 진상은 밝혀져야 한다. 우선 도의회 내부인지 외부인지부터 가려야 한다. 내부라면 자체 윤리위원회를 가동하고 외부라면 수사기관을 통해 공무에 대한 불순한 개입여부를 조사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방자치제 부활 20년을 맞은 도의회의 퇴행을 막고 위상을 바로할 수 있다.

최근 지역의 중견 미술가인 이홍원 작가의 대통령 풍자화가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대해 작가는 "통합의 정치를 선언했던 박 대통령은 독하게 정권을 운영하며 사람들을 더 분열시키고 있다. 문신의 여러 색깔을 통해 분열되는 사회현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사안마다 국론분열 현상이 가속화됐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역대 어느 정권보다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많았다는 점도 사실이다. 결국 소통과 통합의 정치가 흔들리면서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 아닐까? 충북도의회도 똑같은 의문부호를 던질 수밖에 없다. 다수당이 뒤바뀌면서 소통과 통합이 사라진 것 아닌가? 도의회 내부갈등을 벗어나 이젠 민간 예술사회단체까지 이분법적으로 나누려하는 것 아닌가?

지금 경기도는 지방자치제의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새누리당 남경필 지사가 야당 추천의 부지사를 임명해 권력분점을 꾀하고 있다. 분열과 반목으로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지역 역량을 하나로 모아 지역 경쟁력을 높이자는 의도다. 우리 도의회도 편가름식 구태정치를 부끄럽게 여겨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도의회가 '아랑곳하지 않고 해야할 일'은 지역발전을 위한 용광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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