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표지판은 시민들이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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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표지판은 시민들이 외면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4.12.18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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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만 빽빽하고 그림 하나 없는 관광안내 표지판 ‘어떻게 읽으라고’
‘웰컴 투 충북’ ‘흥덕경찰서 표지판’ ‘청주자랑 10선’ 등 교체 필요
▲ 흥덕경찰서 홍보표지판. '간첩, 산업스파이 신고는 113'이라는 문구가 아직도 있다.

청주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면 불친절한 표지판들이 너무 많다. 표지판은 시민들이 가장 자주 만나는
안내도이다. 여기에 인포그래픽 개념을 도입하면 친절한 표지판이 될 수 있으나 아직 잘 안되고 있다
. 서청주IC를 빠져나오면 바로 ‘웰컴투 충북’이라는 표지판과 만난다. 충북도가 세운 이것은 청남
대·직지·청주국제공항이 어지럽게 배열돼 있어 청주시를 찾는 외지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
다는 평이다. 주변의 표지판도 복잡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 무심천 호우시 진입금지 표지판.

또 청주역 안에는 청주자랑 10선이 걸려있다. 직지부터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까지 사진 10장을 붙여
놓았으나 정보제공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저분하고 칙칙한 것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다. 기차를 타고 청주를 찾는 외지인들이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리 만무다.

무심천에 세운 ‘청주시민이 선정한 청주의 자랑 10선, 무심천’ 역시 교체해야 할 때가 됐다. 글씨
만 빽빽해 가독성이 없는 표지판은 전혀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또 무심천에는 ‘호우시 진입금지
’라는 표지판이 있는데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 청주시는 최근
무심천에 안내도를 세우면서 교체해야 할 것을 그대로 방치, 다소 혼란스럽다는 게 시민들의 말이다.
최근에 세운 것은 인포그래픽 개념을 도입해 보기 좋으나 전부터 있던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때
문.

▲ 낙가산 초입에 있는 표지판.

시내로 들어오면 흥덕경찰서가 언제 설치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고인쇄박물관과 직지 아래 ‘튼튼한
국가안보 활짝웃는 나라경제’ ‘범죄신고는 112, 간첩·스파이신고는 113’이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아직도 이런 표지판이 시내에 버젓이 있다는 게 놀랍다. 시민 이수영(50· 청주시 우암동) 씨
는 “‘튼튼한 국가안보 활짝웃는 나라경제’는 70년대 표어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간첩·스파이신
고는 113’이라는 것도 옛날에 보던 표현이다. 하루빨리 철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수녕양궁장 뒤 낙가산 초입에는 ‘청풍명월 내고장 깨끗한 청주’라는 표지판이 있다. 내용
은 재활용품을 모으고, 쓰레기를 되가져 가자는 것이나 얼굴 표정부터 몸짓이 ‘깨끗한 청주’를 만
들자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한 시민은 “얼굴표정이 무섭다”며 “시대에 맞는 그림과 글을 붙
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관광안내 표지판도 글자만 빽빽하고 그림이나 이미지 컷 하나 없는 수
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당산성이나 문의 문화재단지 안내 표지판 역시 읽을 수 없게 만들어 놓았
다.

▲ 서청주IC 앞에서 만나는 표지판.

충북도는 지난 2007년 이미지 통합을 위해 디자인 매뉴얼을 만들었다. 심벌마크부터 명함, 봉투, 뱃
지, 결재판, 수첩, 신분증, 각종 안내표지판, 쇼핑백, 티셔츠까지 이미지를 통일시키기 위해 매뉴얼
을 제작했으나 정작 완성된 뒤에는 예산이 없다며 시행하지 않았다. 예산부서에서 ‘배부른 소리’라
며 거부하는 바람에 일부만 바꾸다 말았다는 게 도 공무원들의 말이다. 지자체는 도민서비스를 위해
친절하고 한 눈에 알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함은 물론 내부정리도 해야 하나 필요한 시점에는 이
렇게 예산부족을 이유로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앞서가는 경기도 ‘인포그래픽 전용공간’ 마련
충북도 인포그래픽 담당자 채용···내년부터 본격 개발

▲ 경기도에서 만든 인포그래픽.
경기도는 홈페이지 ‘소통과 참여’라는 코너에 인포그래픽을 저장해놓은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았다. 여기 저장된 인포그래픽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경기도는 그동안 ‘경기도가 100인이 사는 마을 이라면’(사진 왼쪽) ‘소통의 관점을 바꾸자’ ‘2층 버스, 경기도에 적합할까’ 등 도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기 사를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해 호평을 받고 있다. 기사로 빽빽하게 썼다면 재미없을 내용을 그림과 도 표로 보기좋게 표현한 것. 충북도는 아직 이런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충북도는 지난 4월 처음으로 인포그래픽 담당자를 공개 채용했다. 선정된 사람은 청주대 디자인학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전영국(34) 씨로 현재 공보관실 소속이다.

전 씨는 “인포그래픽을 만들어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의 SNS상에서 도정을 홍보하고 있다. 내년에는 경기도처럼 홈페이지에 인포그래픽 난을 마련하고 누구든지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아울러 각 과에 서 요청하는 인포그래픽도 제작할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인포그래픽을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자신을 귀찮게 해달라고 공개 요구한 그는 “인포그래픽은 보는 순간 무슨 의미 인지 이해되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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