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불가 방침에도 조합원 모집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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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불가 방침에도 조합원 모집 ‘여전’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6.10.1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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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리지역주택조합추진위, 체육용지에 ‘아파트 짓겠다’ 논란
청주시, 잇단 민원에 “제안서 제출해도 불수용” 선제 발표

오창 과학단지 내 체육시설용지에 지역주택조합아파트를 추진하고 있는 각리지역주택조합추진위가 지난 5일 청주시의 불허 발표 이후에도 조합원 모집을 지속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청주시의 설명처럼 아파트 건설이 불가능한 토지인데도 방문객들에게 여전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어 시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 주말 청주 곳곳에는 오창과학단지 내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모집 홍보물이 부착됐다(사진 참조). 아파트단지 한복판인 청원초 옆 부지로 3.3㎡당 500만원대에 분양한다는 안내문이다. 안내문대로라면 그야말로 횡재다. 10년 전 지어진 부지 주변 아파트가 3.3㎡당 700만원대 초반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지에 아파트가 건설될 가능성이 요원하다. 이곳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현재의 토지용도를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주거용지 등으로 변경해야 하는데 청주시가 선제적으로 불가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 사진설명-오창 과학단지 내 지역주택조합아파트 추진과 관련해 청주시가 지난 5일 불가 방침을 밝혔지만 추진위는 이후로도 조합원 모집을 위한 홍보활동을 지속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용도변경은 특혜, 변경 불가

지난 5일 청주시는 이 토지의 현재 용도인 ‘체육시설용지’ 외 변경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안성기 청주시 도시개발산업단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부지(오창읍 각리 639-14번지)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체육시설 및 그 부속용도로만 허용된다”며 “이 용지는 공공성이 강해 건축물 용도를 지정해 분양한 부지이며, 주민 편의를 위해 공동주택지, 근린공원 등과 연계 배치해 체육시설로 위치와 용도가 결정됐기 때문에 변경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안 단장은 또 “조합 추진위가 용도 변경 승인 권한이 있는 충북도에 사업 계획 등을 제안해도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청주시가 지역주택조합 설립 신청도 하지 않은 추진위를 상대로 불가 방침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지속되는 데다, 시민들의 피해가 우려돼 청주시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진위는 지난달 30일 추진부지 인근에 홍보관을 개장했다. 개장 첫날 방문객들이 줄을 이었고, 조합원 가입 계약도 적지 않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청주시가 불가방침을 밝힌 5일 이후에는 방문객이 현저히 줄었다. 취재진이 찾아간 10일 오전 11시부터 12시 사이에는 단 한명도 방문하지 않았다.

홍보관에서 만난 추진업체 관계자는 “5일 이후에도 조합원 가입 계약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청주시의 발표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궁금한 점은 인허가 기관인 청주시가 ‘절대 불가’ 방침을 밝혔는데도 조합원 모집을 계속하는 이유다. 홍보관 책임자는 “이미 적지 않은 사업비가 투입됐다. 이 정도 법적 검토도 없이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았다”며 서류를 건네 보였다.

서류는 서울 소재 지구단위변경전문업체에서 작성한 문서였다. ‘오창 각리 주상복합개발사업 추진 소견서’라는 이름의 해당문서에는 적정한 기부채납 등을 통해 ‘당초 체육시설용지를 주상복합 건축이 가능한 일반용지로 변경할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변경 사례있지만 상황 달라

업체 관계자는 “청주시는 불가 방침을 밝혔지만 전국적으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한 예가 적지 않다”며 남양주시와 평창군, 광주광역시 등의 예를 들었다.

확인결과 평창의 경우 일부 체육용지를 평창올림픽에 대비해 2014년 주거용지로 전환한 사례가 있었다. 광주시의 경우 2011년 광산구 하남동 아파트 단지 내 학교용지를 공동주택용지로 변경한 사례가 있다. 당시 광주시는 “행정여건 변화로 장기간 개발이 지연되면서 생활환경 저해요소로 전락했다”며 변경 이유를 밝혔다.

이러한 전례에도 청주시는 해당 부지가 변경될 가능성은 없다고 재확인시켰다. 청주시 도시개발과 담당자는 “변경하려는 부지마다 특성이 다르다. 지구단위변경을 위해서는 우선 체육시설 용도를 폐기해야 하는데 그럴 근거가 없다. 해당 지역을 조성할 때 체육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정된 부지고, 일반부지보다 저렴하게 분양됐다. 현재 해당 지역에 체육시설이 넘치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주민들이 체육시설 필요없다고 하는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재차 설명했다.

개발업체에 검토의견을 제시한 도시계획기술사도 본보와 통화에서 “인허가기관인 청주시가 최종적으로 불수용 통보를 한다면 현재로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당장은 사업을 진행할 수 없지만 또다시 수년간 공터로 방치될 경우 개발명분이 생겨나 재추진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청주시가 완강하게 불가입장을 밝힌 현재는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없다는 것이 업체에 소견서를 써준 전문가의 판단이기도 하다.

 

시민피해 뻔한데 왜 고발 못하나?

 

청주시가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시민들의 관심은 개발업체의 조합원 모집행위로 쏠리고 있다. 한 시민은 “한마디로 사기 아니냐. 질 수 없는 곳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는데, 청주시가 나서서 모집 행위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검찰 고발 등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 직접적인 고발이나 고소를 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수차례 공문을 보내 청주시의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청주시에 따르면 개발업체가 8월 19일 업무추진계획을 보내온데 대한 회신을 보내면서 ‘주택건립이 불가하다’는 점과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확정된 후 조합원 모집을 해달라’는 내용을 적시해 공문으로 발송했다는 것이다.

이후로도 업체 측에 조합원 가입과 관련해 피해예방대책이 있는지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안성기 단장이 브리핑한 이튿날인 6일에도 용도변경 계획이 없다는 점을 재차 밝히며 이후로도 조합원 모집을 지속할 경우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냈다는 게 청주시의 설명이다.

청주시의 피해예방대책 요구에 업체는 안심보장확약서를 제출했다. 업체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에게 현재 문제에 대해 설명하도록 지도했다.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되지 않고, 2017년 5월까지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라가지 않으면 전액 환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업체는 조합원 가입비로 정액 1000만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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