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김준수 노조위원장, 선거 불출마…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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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김준수 노조위원장, 선거 불출마…Why?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6.11.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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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반도체시절부터 17년 장기집권…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 엇갈려
차기 위원장, 현 노조 집행부 단독 입후보 전망…노사관계 요동치나

10대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5년간 노조위원장을 맡은 김준수(56) 노조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오는 23~24일 선거를 앞두고 단독 입후보가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SK하이닉스의 노사관계가 어떻게 형성될지, 노조운영에는 어떤 변화가 불어올 지 관심을 모아지고 있다.

▲ 사진설명-김준수 SK하이닉스 노조위원장이 차기 위원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15년간 위원장을 해 온 김 위원장이 불출마 선언한 배경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준수 위원장은 도내 노조위원장 중 대표적인 장수 위원장이다. 2000년 5대 노조위원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된 이후 5선에 성공하며 2016년까지 15년간 노조위원장을 맡았다.

금성반도체 시절 입사한 김 위원장은 현대반도체로 합병된 1999년, 청주공장 초대 지부장을 맡기도 했다. 사실상 만 17년간 노조를 이끈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조직장악력은 한마디로 막강했다. 지난 다섯 번의 선거에서 단 한 차례도 상대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다니 알만하다. 관계자들은 나오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다고 입을 모았다. 2011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는 찬반투표 평균 찬성률이 97%라고 밝혔다.

 

장기집권,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이례적

현실적이지 않은 찬성률이다. 더욱이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노조원 규모가 비슷한 LG화학의 경우 직선제 이후 단 한 차례(주명국 전 위원장)만 재선 위원장이 탄생했고, 모두 새 얼굴로 교체됐다. 노조의 특성상 집행부에 대한 무한신뢰나 절대적인 만족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임단협에서 좋은 결과를 도출해내고, 재임기간 동안 작업환경을 향상시켰다고 평가받는 위원장도 모두를 만족 시킬 수는 없다. 불만족한 이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조직 장악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조직 장악력은 세월이 더해지면서 더욱 단단해졌고, 그 배경에는 SK하이닉스가 겪은 우여곡절들이 작용했다.

노조원들의 지지와 사측의 신뢰를 얻었지만 김 위원장의 장기집권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사측으로부터는 신뢰할 수 있는 노조로 일관된 평가를 받았지만 노조 내부에서는 불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부에서는 ‘직업이 노조위원장’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다.

그런 그가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에 대해 여러 추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측에서 김 위원장 체제를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며 원인을 사측에서 찾기도 하고, 장기집권에 따른 노조 내부의 갈등에서 찾기도 한다. 김 위원장이 불출마 결심을 한 후 노조원에게 보낸 이메일 속에도 아쉬움이 가득하다는 점에서, 자의에 의한 퇴진이 아니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M8라인 활용방안이 갈등 원인?

김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보낸 편지에 “최근 이런저런 소문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계신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 힘을 합쳐 M8을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떠나는 게 못내 아쉽다”며 M8라인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고, “3년 전 9대 위원장에 당선된 이후부터 저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곳저곳에서 적지 않게 흘러나오면서 저에게 많은 부담이 되었고, 어느 땐 가슴에 못이 되기도 했다”며 장기집권 비판에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이 글과 관련해 취재진과 통화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입장에서는 이익이 나지 않은 사업장을 정리하고 싶을 것이다. M8라인의 미래와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 속이 상한다”고 답변했다. 한때 매각 위기를 겪었던 M8라인이 또 다시 쟁점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M8라인 활용방안을 놓고 사측과 갈등이 시작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불출마 결정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회사와 불편한 관계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들에 따르면 차기 위원장 선거에는 현 집행부 상근간부 중 한명이 단독 입후보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내가 답변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집행부에서도 나오고,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나올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노조 집행부와 불편한 관계가 됐을 것으로 짐작하기도 했다.

퇴임 후 거취와 관련해서는 현장 복귀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는 “지금 생각은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서도 “나이도 있고, 현장을 떠난 지 오래돼서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현장 복귀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현장을 떠난 기간이 긴 데다 정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 전직 위원장에 대한 예우까지 더해 현장보다 근무여건이 좋은 부서로 옮겨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도내 최장수 노조위원장은?

이영섭 정식품 위원장, 1996년 당선돼 현재까지

도내 최장수 노조위원장은 누구일까. 그 주인공은 2000년대 초 민주노총 충북본부장을 지내기도 한 이영섭(52) 정식품 노조위원장이다.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 본부장과 사무처장을 역임하는 등 지역 노동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2003년 하이닉스 비정규직 투쟁을 이끄는 등, 한때는 노동계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장기집권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도 공존한다.

2014년 12월 진행된 선거에서 이 위원장은 경선을 통해 상대 후보를 누르고 7선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2017년까지 노조위원장을 맡게 된 이 위원장은 충북도내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 가운데 최장수 위원장을 기록(?) 중이다. 김준수 하이닉스 위원장이 이번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이 위원장의 최장수 기록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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