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입장객 1만명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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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입장객 1만명의 역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4.2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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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청주시민들 ‘또’ 어린이회관·동물원
낡은 시설·안전우려에도 4월 입장객만 10만명

나들이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봄의 전령 벚꽃은 어느새 이별을 알리고, 도심 곳곳은 초록으로 물들었다. 아름다운 봄, 아이와 추억을 쌓고 싶은 젊은 부부는 집을 나서지만 이내 고민에 빠진다.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상습 정체 탓에 먼 길을 떠나기는 부담스럽고, 주변은 둘러봐도 마땅치 않다. 결국 향하는 곳이 상당산성 아니면 우암어린이회관과 청주동물원이다. 100만 도시로 성장하는 청주에 걸맞는 도심 속 휴식·문화·오락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우암어린이회관과 청주동물원에는 9261명의 인파가 몰렸다. 시민들은 낡은 시설에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랜드관리사업소가 집계한 지난 주말 우암어린이회관과 청주동물원 입장객수는 각각 6574명과 9261명이다. 특히 일요일에 관람객이 집중됐다. 500면 가량되는 주차공간은 오전에 동났고, 명암약수터까지 이어지는 길은 대형 주차장으로 변했다. 혼잡한 중에도 어린이회관 정문 앞에 주차한 채 영업 중인 ‘바이킹’은 청주랜드의 씁쓸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방문객 해마다 증가

지난 16일 오후 2시, 청주랜드 일대는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단위 관람객들은 동물원과 어린이회관 놀이시설 등을 돌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오후에도 동물원 매표소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날 하루 청주동물원을 찾은 입장객수만 5266명에 달한다. 입장료 수입만 최대 500만원이다.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 4월 한 달 동안 5만 9000명이 동물원을 다녀갔다. 어린이회관 입장객 수까지 더하면 1일 10만명에 육박한다. 통계만 놓고 보면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 시설이다.

하지만 속사정은 전혀 다르다. 자녀와 함께 동물원을 찾은 한 시민은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이 될지 걱정부터 앞선다. 그는 “큰 동물원이 아니니 희귀동물이 있을 거라고는 애초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다”며 “문제는 사육환경이고, 관람환경이다. 요즘 동물원은 개방형으로 운영돼 보는 사람이나 동물 모두 만족도가 높다. 반면 시멘트와 쇠창살로 만든 우리에 사는 동물은 행복해보이지 않고, 그런 모습을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저 저게 호랑이고, 저게 사자라는 것만 보여줄 뿐”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공간도 문제다. 1997년 개관한 청주동물원은 2000년 확장공사를 통해 12만 6900m²로 넓혔지만 포유류와 조류·파충류 등 총 91종 548마리의 동물이 살기에는 비좁다. 관람객들이 먼저 입장료 인상을 제안할 정도로 시설이 낙후돼 있다. 한 관람객은 “입장료를 두세 배 올려서라도 사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청주시도 동물원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계획대로 진행하더라도 2027년에나 이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선적인 시설 보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육환경, 관람환경 모두 시대에 뒤떨어진 청주동물원 풍경. 사진/육성준 기자

2017년에 마주한 1990년대

어린이회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988년 개관한 우암어린이회관 시설은 안전문제가 우려될 정도로 노후됐다. 그나마 지난 2월 재개관한 통일관이 최신시설이다. 청주랜드관리사무소는 “1950년대 북한의 모습을 전시하던 수준에서 체험위주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2010년에는 24억원을 들여 신재생에너지관을 조성하기도 했지만 시민들의 만족도는 낮은 편이다. 자녀와 함께 방문한 한 시민은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20세기에 와 있는 느낌이다. 함께 갈 때가 마땅치 않아 종종 오지만 극아이들 반응도 해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1992년에 조성된 놀이동산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다. ‘붕붕 우주전투기’ ‘회전목마’ ‘신나게 달리는 공중 자전거’ ‘박치기차’ ‘미니기차’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990년대 만들어진 놀이기구다. 놀이기구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녹이 보이기도 한다.

민간이 임대 운영하고 있는 놀이동산은 1000원 안팎의 싼 이용료가 장점이지만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외관 탓에 이용이 꺼려진다. 정문 앞 사설 바이킹에 손님이 있는 이유다. 한 시민은 “초등학생도 흥분되지 않는 놀이기구가 놀이기구냐”며 “따분한 놀이기구만 있으니 안전검사 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 바이킹에 자녀를 태우는 것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혼잡한 중에도 어린이회관 정문 앞에 주차한 채 영업 중인 ‘바이킹’은 청주랜드의 씁쓸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진/육성준 기자

한편 청주시는 청주랜드 외에도 가족단위 봄나들이 코스로 청남대와 문의문화재단지, 문암생태공원 등을 꼽았다. 청주시 관계자는 “청남대 봄꽃축제인 영춘제가 15일 개막했다. 5월 7일 폐막까지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또 10만 송이 튤립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문암생태공원도 봄을 느끼기에 적절한 장소”라고 설명했다.

/ 오옥균 기자 oog99@hanmail.ne

 

동물원 이전, 최소 10년은 더 기다려야

 

청주시가 추진했던 동물원 이전 문제가 국비를 확보하지 못해 더 늦어질 전망이다. 최근 청주시는 청주동물원 이전사업을 장기과제로 분류했다. 청주시는 일단 자체예산을 들여 동물원을 이전하고, 나머지 시설은 민간자본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전될 장소는 상당구 낭성면 관정리이다. 시비 511억원을 투입해 29만4000㎡ 부지에 동물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12만 6900㎡보다 2배 이상 크다. 동물 수도 180종 800마리로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여기까지가 1단계 계획이다.

2단계는 민간투자를 유치해 조성하는 사파리와 열대 식물관, 전시관, 놀이시설 건설이다. 2단계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업비 민자유치에 성공해야 한다. 예상 사업비는 974억원이다.

시는 행자부에 청주동물원 이전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행자부가 이를 수용하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의뢰해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시 관계자는 “국비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재원 마련 방안 등을 수정했다”며 “올해 타당성 조사를 마친 뒤 내년 초에는 기본·실시설계 등 추진을 위한 행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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