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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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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선 꿈꾸는책방 점장 <문학소녀> <소로의 일기> 등 소개
어니스트 헤밍웨이 동상 앞의 정도선

휴가철에는 읽자
정도선의 추천도서 5

 

전혜린과 여성들의 ‘분열’ 들춰보기
문학소녀/ 김용언 지음/ 반비 펴냄

 

우리는 아직까지도 종종 ‘여류 작가’란 표현을 쓰고 듣곤 합니다. ‘남류 작가’는 없으면서 말이죠. 이 표현 하나에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지와 ‘폄훼’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아직도 남성중심적인 사고에 묶여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여성이 글을 쓰는 행위자체를 조롱하는 모양새가 만연합니다. 지금도 이런데 과거에는 어땠을까요?

이 책 <문학소녀>에서는 부잣집 철부지 문학소녀로 불린, 여류 작가의 아이콘인 전혜린의 삶을 경유해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읽기와 쓰기, 여성 문인들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범주화한 남성 지식인들의 언어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그의 개인사를 조명하여 당시 여성 지식인들이 겪어야만 했던 분열을 짚어냅니다. 또한 저자는 세간에 알려진 전혜린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향해 반기를 들고 용감히 싸웁니다. 오직 자신의 글쓰기로 투쟁한 예술가로서의 전혜린, 지금에서야 받는, 이미 많이 늦은 재조명일지라도 여전히 너무나 눈부십니다.

아니, 이런 서점들도 있어?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드 색스 지음/ 어크로스 펴냄

서점이라는 단어는 ‘쇠퇴’ ‘죽음’ ‘종말’ ‘사양산업’ 이라는 수식어와 등장하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헌데 2년여 전부터 놀라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동네구석구석에 작은 책방들이 늘어나고 있는 거죠. 맥주를 파는 서점부터, 시(詩) 전문서점, 미스테리 전문서점, 게다가 숙박까지 가능한 북스테이(Bookstay) 서점도 여기저기 생겨났습니다. 잠깐의 유행으로 그칠 것 같았던 서점 창업의 붐은 현재에 와서 더욱 폭발적입니다.

청주만 보더라도 꿈꾸는책방을 비롯해 최근에 마이 페이버릿 띵스(상당구, 수동), 질문 하는 책들(흥덕구, 복대동), 앨리스의 별별책방(흥덕구, 복대동)등이 생겨났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이 시대에 책방들이 생겨나는 건 도대체 무슨 경우일까요?

이것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서점부터 시작해 레코드샵, 사진관 등 아날로그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편리함보다는 직접 가서 LP판이나 책을 고르는 행위, 그것을 소유하는 기쁨을 찾는 고객층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주목하고 심도 있게 취재 분석합니다. 점점 디지털화 되어가고, 각박함에 지쳐가는 분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소식 및 책입니다.

언제 봐도 좋은 데이비드 소로우
소로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갈라파고스 펴냄

 

1906년, 소로우의 일기를 14권으로 발간한 미국의 조류학자 브레드포드 토레이는 바깥에서 사람들을 보며 지내기를 즐겼던 몽테뉴와 달리 소로우는 주로 자기 안의 사색과 고독을 즐겼다고 합니다. 물론 자신의 이런 면모를 두고 두어 차례 스스로를 꾸짖기도 했다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자기 안의 맑은 고요를 즐겼던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렇다 보니 그의 삶과 생각을 이해하고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그가 남긴 일기는 무엇보다 중요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가 노트로 남긴 39권의 일기 가운데 20세부터 34세까지 젊은 날의 기록을 담았습니다. 또한, 국내 최초로 브레드포드 토레이의 편집자 서문과 평생의 동반자였던 시인 에머슨의 <소로 소전>을 담고 있어 그를 기억하고자 하는 국내 독자들에게 큰 반가움이 되었습니다. 마침 소로우 탄생 200주년이 된 2017년. 하지만 소로우를 탐독하지 못하신 분들이라면 이번 여름휴가에는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유쾌 통쾌한 반격이 가득한 책
가난뱅이 자립 대작전/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메멘토 펴냄

 

서점에서 일하다 보면 가끔 “어떻게 이런 걸 책으로 만들었지“ 라며 놀라는 책들이 종종 있습니다. 대개는 고마움에 놀라는 것이지요. 예컨대 눕기의 기술(‘눕기가 인간의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가‘란 주제의 책), 연필 깎기의 정석(장인의 혼이 담긴 연필 깎기의 이론과 실제를 다룬 책) 같은 책들은 펄쩍 뛰어가며 환호성을 지르기도 합니다. 이런 사소하고 어처구니없는 소재,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을 분야라도 소수를 위해 희생하듯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분들에게 한없이 고맙습니다.

지금 소개하는 이 책도 저 책들에 뒤지지 않습니다. <가난뱅이 자립 대작전>은 자본주의에 대항해서 공짜로 살아가는 기술과 반란의 노하우를 가공할 유머로 전달한 <가난뱅이의 역습>의 저자 마쓰모토 하지메가 썼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가난뱅이 자립 대작전>은 살아남기 능력에서 최강이라 할 그가 20년간 갈고 닦아온 자립의 노하우를 전격 공개한 책입니다. 전작이 돈을 안 쓰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기술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에는 돈을 벌면서 기똥찬 반란을 일으키는 방법을 시전합니다. 뭐든 같이하는 든든한 동료 만들기부터 시작해, 무점포 영업 기술, 소방서, 건물주, 민원인을 상대하는 포복절도할 잔기술까지. 우리 삶에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하고 통쾌한 기술들. 대리만족이란 무엇인가를 확실히 보여주는 책입니다.

 

우리는 모두 환자이고, 또 환자일 것이다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봄날의책 펴냄

 

저자가 자신의 암에 대해 쓴 에세이입니다. 이미 세간에 암을 겪은,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질병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깊이를 드러내는 책은 드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질병을 겪은, 겪고 있는, 앞으로 겪을, 다시 말해 질병을 겪든 겪지 않든 모든 사람들이 읽고 공감하고 자신의 삶과 질병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여력을 지닌 책입니다.

특히 저는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에게 이 책을 더 추천합니다. 질병을 갖게 된 환자의 내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너무나도 내밀히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젊은 아내가 암을 앓고 있기에, 더욱더 애착이 가고 소중한 책입니다. 누구나 질병은 얻기 마련입니다. 그때가 오기 전에 이 책으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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