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전문가와 대중 평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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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전문가와 대중 평가 엇갈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7.10.2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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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만명 관람객 다녀가 흥행…미디어 아트 전면에 등장
운영위원회 3회 만에 해산, 조직위 기존질서 따르지 않아

2017청주공예비엔날레 폐막
빛과 그림자

 

'핸즈 플러스(HANDS+) 품다'를 주제로 열린 2017청주공예비엔날레가 지난 22일 폐막했다. 올해는 관람객이 지난해보다 4만명 더 많은 35만명으로 집계됐다. 18개국 78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4천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는 기획전, 세계관, 공예페어, 아트페어·아트청주, 청주 디지털 공예 실험실, 학술심포지움, 공예 워크숍, 충북도지정무형문화재워크숍 등으로 구성됐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횟수로는 10회, 세월로는 20년을 보냈다.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만큼 많은 말들이 나온 적이 없다. 올해는 파격에 가까운 실험을 했고, 전시의 콘셉트도 미디어 아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공예비엔날레는 횟수로는 10회, 세월로는 20년을 보냈다.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만큼 많은 말들이 나온 적이 없다. 10회, 20년의 세월이 갖는 의미도 있겠지만 올해는 파격에 가까운 실험을 했고, 그 결과를 두고 의견은 엇갈린다.

이번 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이하 비엔날레 조직위)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행사인 ‘비엔날레’의 공식적인 문법을 따르지 않았다. 예술감독을 두는 대신에 지역인사들로 꾸린 10명의 공동감독제를 두었고, 전시의 콘셉트도 미디어 아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사실상 가동이 중단됐다. 해마다 진행해오던 공예공모전도 개최하지 않았다. 초대국가관도 기존 1개관에서 9개관으로 늘렸다. 시설 대행사를 따로 선정하지도 않았다. 이쯤 되면 기존의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라는 명칭에서 ‘국제’ 단어를 뺀 것은 얘깃거리도 아니다.

이에 대해 비엔날레 조직위 관계자는 “국제공예공모전은 내년부터 다시 진행할 것이다. 공모전 상금만 1억원이 넘는다. 예산절감 의도도 있었다. 운영위원회가 무산된 것은 운영위원 한분의 성격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3번 정도 진행은 했었다”라고 설명했다.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인사는 “서울에서 회의를 열었는데 김호일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총장과 최공호 운영위원장의 말다툼이 있었다. 그 후 해산됐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연락이 없어 그냥 나만 빠졌는지 알았다. 운영위원회가 아예 해산됐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그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20년 된 행사

 

비엔날레 조직위는 “1999년 조화의 손이라는 주제로 처음 시도했던 청주공예비엔날레가 9회를 거치며 수준 높은 공예·디자인 작품이 전시되어 다양한 문화 예술로 거듭났다”며 “공예가 우리 일상에 변화를 제공할 수 있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믿음을 보여준 행사였다”고 자평했다. 비엔날레 조직위는 관람객 수가 늘었다는 점에서 ‘흥행’이라고 분석했다. 행사기간 40일 중 18일이 휴일이었지만 특히 추석 연휴에만 10만 여명의 관람객이 비엔날레를 다녀가기도 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부터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중간고사가 끝나고 체험 학습과 현장학습 장소로 인기를 끌었다. 전시장 내 휴게공간이 늘어났고, 야간개장이 확대되는 등 관람객의 편의를 고려한 진행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충북참여연대에서는 400명을 대상으로 전시 만족도에 대한 샘플 조사를 진행했다. 오창근 충북참여연대 팀장은 “아무래도 설문에 응해주는 사람들이 20~30대가 많다.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화려한 이미지가 좋았다는 답이 많았다. 반대로 비엔날레를 여러 번 왔던 사람들은 평이 좋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번 비엔날레에 대한 최종보고서 작성은 충북연구원의 김양식 박사가 맡았다.

 

“안정적인 운영” 자평

 

거칠게 말해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미술계의 평가는 냉혹했다. 특히 2005년 총감독을 맡았던 디자인 평론가 최범 씨는 “청주공예비엔날레에는 공예가 없다. 모터쇼라고 초대장을 돌려서 가보니 에어쇼였다. 그 에어쇼마저 진짜 비행기는 없었고 화면으로만 비행기를 보라고 하더라. 조직위는 에어쇼인지 모터쇼인지 구분도 못하고 있다. 공예작품을 놓고 화면을 번쩍번쩍 쏘아대면 미디어와 공예의 결합을 보여주는 것인지, 더 이상 논평을 할 수도 없을 만큼 최악이었다”라고 혹평했다.

이어 그는 “쉽게 시장에서 10마리의 오징어를 판다고 해서 와보니 예전에는 5마리 안팎만 진짜였는데 지금은 1마리도 찾기 어려웠다. 공예가 현대미술의 범주에 들어온 것 자체가 오류인데, 이번 비엔날레는 이 오류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런 상태에서 11회 비엔날레를 할 수 있겠나. 11회 비엔날레 때 차라리 지금까지 한 것을 다 꺼내서 보여주고 해산하는 게 어떠한지 청주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경주문화재단에서 온 한 큐레이터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청주비엔날레를 보러왔는데 이번에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좋았다, 나빴다라고 평을 하기 전에 너무 달라서 의문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총 예산은 57억원이었다. 예년에 국비를 15억 4000만원을 받던 것에서 9억원으로 줄었다. 국제행사를 7회 동안 연속지원받아 일몰제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시비 28억원, 도비 5억, 자부담 15억원으로 행사를 치렀다. (보조금 예산 사용 내역서 참조 )

비엔날레 조직위 관계자는 “전체 예산이 줄다보니 규모면에서 축소된 느낌이 있을 것이다. 올해 대행사를 선정하지 않은 것도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다보니 실제 업무량은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수의계약을 비롯한 입찰을 모두 분리발주로 진행했다. 이로 인해 예산을 적어도 30%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자부담 15억원은 비엔날레를 통해 벌어들이는 실제 수입이다. 35만명이 관람했지만 실제 유료 입장객 수입은 6억 5000만원이다. 입장료가 성인 기준 1만원, 청소년 5000원이라고 따져도 숫자에 차이가 난다. 비엔날레 조직위 관계자는 “법적 장애인과 병역면제자, 노인 등 무료 관람객들이 생각보다 많다. 입장료 수입과 공예페어 부스 임대비, 교육체험비, 도록판매비, 기업 후원 등이 수익으로 잡히는 데 15억원 정도다. 도내 축제 중에 15억 정도를 버는 데가 어디 있나. 비엔날레는 안정적인 재정구조를 갖고 있다. 비엔날레 조직위의 노하우가 그만큼 쌓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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