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예비엔날레엔 왜 예술감독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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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공예비엔날레엔 왜 예술감독이 없나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7.10.2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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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인사들로 구성된 공동감독제, 우려가 현실로
전문기획자 부재…결과물 놓고 미술계 혹평도

2017청주공예비엔날레 폐막
앞으로 2년 뒤 과제는

비엔날레의 시작과 끝은 예술감독이다. 누가 감독으로 선정되느냐에 따라 비엔날레의 콘셉트가 정해진다. 스타 감독이 올 경우 그 자체로 흥행요소가 된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10명의 공동감독제를 선택했다. 2012년 광주비엔날레 아시아 섹션에서 나라별 공동감독제를 택한 적은 있지만 이번 경우처럼 전문가 영역인 예술감독을 지역의 인사들로만 꾸린 것은 청주가 처음이었다.

청주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의 위원장은 청주시장이 맡는다. 조직위는 이번 공예비엔날레를 지역의 전문가들과 함께 꾸렸다 사진/육성준 기자.

올해 4월 공연분야 신만식·조용주, 영상분야 안은호·어일선, 미술분야 민병동·사윤택·조송주, 문학분야 박희선·심억수, 건축분야 김영각 씨를 위촉했다. 대표 감독으로 심억수 충북시인협회장이 선임됐다. 기술감독으로 송대규씨가 따로 위촉됐다.

모든 과정은 청주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이하 비엔날레 조직위)에서 주관했다. 위원장은 당연직 으로 청주시장이 맡았다. 보통 예술감독을 뽑을 경우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하게 된다. 운영위원회의 가장 큰 역할은 전체 비엔날레의 방향을 정하고, 예술감독을 선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엔날레 조직위는 이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았다. 실제 운영위원회가 해산되면서 비엔날레 조직위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기획하고 결정하고 실행하게 된다. 비엔날레 조직위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과 직원들, 그리고 이들이 선임한 감독들로 구성됐다.

 

예총‧민예총에서 추천해 구성

 

결국 예총과 민예총에서 장르별로 추천을 받아 지역인사로 꾸린 공동감독제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지역 문화계 인사는 “어느 나라에서 시인이 비엔날레 대표 감독을 맡나. 10명의 감독 가운데 공예 관련 전문가는 단 한명도 없었다. 예총 민예총에서 선발해서 하면 지역성을 갖게 되는 것인지, 정말 납득이 안 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10개월 동안 800만원을 받았다. 공동감독의 권한 또한 불분명했다. 지난 4월 최종 선임된 이들의 당초 역할은 이랬다. 안은호·어일선 영상감독은 홍보 영상 및 기획전 영상 제작을 총괄하고, 민병동·사윤택·조송주 미술감독은 전시실과 야외 공간 등을 조성한다. 박희선·심억수 문학감독은 문학적인 기록을, 김영각 건축감독은 비엔날레 공간 및 동선을 구성한다.

이 가운데 미술감독의 경우만 보면 사윤택 씨만 4개로 나눠진 기획전 가운데 기획전 3의 전시기획을 맡았을 뿐 민병동・조송주 씨가 낸 기획서는 비엔날레 조직위에서 부결됐다. 다른 분야 감독들도 이름만 있는 감독의 권한과 지위를 놓고 갈등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올 여름 공동감독제의 판을 깨려고 했고, 결국 내부 투표까지 거쳤다. 6대 4로 결과가 나와 공동감독제는 유지됐다. 공동감독을 맡았던 몇몇 사람들은 “실제 의견을 내도 반영이 되지 않는 현실이 답답했다. 공동감독제를 하겠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청주시의 문화행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송대규 기술감독 기획전 맡아

 

비엔날레의 메인전시라고 할 수 있는 기획전 1,2,3,4 섹션은 송대규 기술감독이 맡았다. 송 씨는 전주에서 미디어맵핑 회사 30DAYs를 운영하고 있다. 송대규 씨는 홍익대 도예과를 졸업하고 3번의 개인전을 치른 후 약 7년 전부터 미디어 맵핑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이 벌인 ‘청주야행’ 프로그램에서 청주향교에 미디어파사드 작업을 한 그는 이번에 기술감독으로 위촉된 것이다. 송 씨는 커미셔너 1명, 연구원 1명과 함께 이번 14억 규모의 기획전을 총괄했다. 감독료로 3500만원을 받았다. 그는 미술계에서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획전의 결과물을 놓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한 지적들은 잘 알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청주시와 의견을 교류해왔다. 비엔날레 기획은 처음이었다. 현대미술에 들어온 공예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건 맞다”라고 설명했다. 송 감독은 청주공예비엔날레 아카이브 전시도 기획했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문화계 인사는 “10회를 정리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비엔날레가 됐어야 하는 데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행사였다. 그동안 공모전 수상작들도 있을 텐데 그거라도 꺼내 보여줬어야 했다. 공모전을 통해 최소한 현재의 공예 흐름이라도 봤어야 하는 데 그것마저 없었다. 20년 세월을 정리하는 아카이브 전이 영상물 편집에 그쳤고, 공예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공동감독을 했다. 왜 김호일 총장이 온 후 예술감독을 두지 않는 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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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성 담고자 한 노력, 후회 안 한다”

인터뷰/ 김호일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김호일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총장은 사실상 이번 청주공예비엔날레의 기획자였다. 10명의 지역인사들로 공동감독제를 선임한 것도, 국제공모전을 한 해 쉬겠다는 것도 그의 생각이었다. 김호일 총장을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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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예비엔날레의 소회를 밝힌다면.

그동안 공예비엔날레가 너무 어렵고, 재미가 없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 이번에는 대중적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프랑스에서 벌인 ‘빛의 채석장’ 프로젝트를 보고 청주에 적용하고 싶었다. 낡은 공간을 미디어로 채우는 모습을 연출하려고 했다.

 

-공동감독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역의 예술가와 기획자가 청주공예비엔날레에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다고 봤다. 지역의 문화기획자도 기획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우려를 예상하고, 공동감독제를 시도한 것이다. 모든 비엔날레가 도시의 이름을 내걸고 하지 않나. 지역의 힘으로 지역의 기획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지역의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분위기가 존재하는 걸 강하게 느꼈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조직위에서 기술감독을 데리고 왔다. 그 배경은.

송대규 감독은 젊은 감각과 기술을 갖고 있어서 선택한 것이다.

 

-외부에서는 총장이 총감독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기획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나는 3년 된 청주의 자원이다. 자꾸 외부인사로 보는 게 불편하다. 비엔날레를 열면서 도마 위에 오른 생선 같은 기분이었다. 공동감독제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았으면 한다.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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