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당선만 되고 보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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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당선만 되고 보자’ 안 된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7.11.1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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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도내 단체장 총 11명 중도 낙마
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대개 부실한 선거캠프에서 비롯
이승훈 전 시장의 2014년 지방선거 운동 모습

부도난 청주시
단체장 법 위반 관행 뿌리 뽑자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충북에서 중도 낙마한 단체장은 몇 명이나 될까? 무려 11명이다. 낙마한 순서대로 적어보면 김환묵 전 괴산군수, 변종석 전 청원군수, 이건용 전 음성군수, 이건표 전 단양군수, 한창희 전 충주시장, 김재욱 전 청원군수, 박수광 전 음성군수, 우건도 전 충주시장, 유영훈 전 진천군수, 임각수 전 괴산군수, 이승훈 전 청주시장 등이다. 청주시에서는 이 전 시장의 불명예 퇴진이 처음이다.

민선6기 들어서는 유영훈·임각수·이승훈 외에 이근규 제천시장, 홍성열 증평군수, 정상혁 보은군수,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선거법 혹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3명은 낙마했고, 길고 긴 재판을 거쳐 정 군수와 김 교육감은 직위를 유지하게 됐다. 정 군수는 얼마전 살아났고, 김 교육감은 임기 초반 법원·검찰을 들락거렸으나 혐의를 벗었다. 이근규 시장과 홍성열 군수는 초반에 아무 일 없이 끝났다.

선거 한 번 하고 나면 시민들은 1년 이상 재판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단체장이 만일 1년간 검찰에 불려 다니면 임기의 1/4을 바치게 되는 것이다. 긴 시간임에 틀림없다. 당선만 되고 보자는 식의 무리한 선거는 이렇게 뒷 탈을 남긴다. 그러나 이런 선거가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중간에 불명예 퇴진한 단체장이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뒤 이를 회복하자마자 유권자들에게 심판을 받겠다며 다시 출마하는 것도 꼴불견이라는 지적이 많다. 피선거권의 법적 해석은 선거에 입후보하며 당선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법적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는 6개월 이므로 법원은 소를 제기받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업무상 배임혐의나 정치자금법 위반혐의 등에 관한 것은 이런 단서조항이 없어 마냥 길어진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장이 법의 심판을 받더라도 임기는 채우는 모순이 발생한다.

 

시끄러웠던 이 전 시장 선거 캠프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찰수사는 선거홍보 대행업체 수사로부터 시작됐다. 선거법위반이나 정치자금법위반 등으로 법적 심판을 받는 정치인들을 보면 선거캠프에서 문제가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이 전 시장은 2014년 자유한국당 후보로 청주시장에 출마했다.

그는 경선 때 후보 4명 중 열세그룹에 속했으나 예상을 깨고 공천을 받았다. 이 후에도 당선을 점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정치신인인데다 후보가 지역기반이 없어 선거 캠프 조직하기가 어렵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모 씨는 “일 할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들다보니 중심되는 인물이 없어 주도권다툼이 잦았다고 한다”며 “이후에는 선거공신들의 인사개입설과 이권개입설 등이 끊임없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홍보 대행업체 검찰수사도 캠프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간에 내분이 생겨 누군가 제보한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은 깨끗한 선거를 치러야 주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 이를 ‘금과옥조’처럼 지켜야 한다”고 적극 주장했다. 또 “당선돼 시간을 질질 끌며 재판하다보면 임기 절반 이상 지난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봐야 하는가. 내년 선거 때는 정확하게 옥석을 가리자”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취임 얼마 후 수사를 받기 시작했지만 최종 결론이 난 것은 임기 7개월여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민선6기 시정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시장의 공약이행 평가, 현안사업 평가, 2018년 신년사업 계획수립 처럼 상시 해오던 것들도 의미가 없어진다.

한 시의원은 “앞으로 2조원에 달하는 청주시 본예산을 합리적으로 잘 집행하고 이를 감시하는 게 과제다. 그런데 집행부에는 시장이 없고, 시의원들은 내년 선거 준비로 바쁘다. 안 그래도 지방선거가 있는 해는 레임덕이 오고 감시가 느슨해지는데 청주시는 훨씬 상황이 좋지 않아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지금은 고개 숙이고 사죄해야 할 때”
이 전 시장 부인 천혜숙 교수 출마설 ‘뒷말’ 무성

천혜숙 교수

이승훈 전 시장의 부인인 천혜숙 서원대 석좌교수의 출마설을 놓고 뒷말들이 무성하다. 이 전 시장의 대법원 판결 전부터 천 교수의 출마설이 시중에 나돌았다. 이 전 시장이 시장직을 잃으면 천 교수가 대신해 출마한다는 시나리오였다. 실제 이를 부추기는 그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전 시장은 대법원으로부터 직위 상실형을 받은 다음 날인 지난 10일 천 교수의 청주시장 출마설과 관련 “일반인들에게는 개인 ‘천혜숙’이 아닌 ‘이승훈의 부인’으로 알려져 아내가 손해를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출마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 교수는 이 전 시장의 부인 자격으로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시민들에게 알려졌다. 취임 후에는 공식 석상에 등장해 얼굴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학계나 경제계 쪽에서 대단한 활동을 해서 이름이 난 게 아니었다. 그는 미국 금융계에서 활동했으나 어디까지나 미국에서 한 것이었다. 만일 천 교수가 출마한다 하더라도 이 전 시장의 부인이라는 수식어를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천 교수는 선거 때는 물론이고 선거 후에도 이 시장을 대신해 행사장을 샅샅이 훑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이 전 시장은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범법자로 시장직을 잃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부인이 대신 출마한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여론이다. 이 전 시장은 “시민들과 함께 일했던 공무원들에게 상처를 줘 죄송하다”면서도 부인 출마설에 대해서는 고민중이라고 말해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청주시 공무원들 마저도 “출마설이 헛소문인줄 알았는데 이 전 시장이 그렇게 말해 놀랐다.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지역인사 모 씨는 “가족이 대신해 출마하려면 보편 타당한 이유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 이 시장 부부는 출마를 논할 게 아니라 시민들 앞에 고개 숙이고 사죄해야 한다. 청주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을 져야지 지금 출마 얘기를 꺼낼 때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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