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 묻는다 “너희들이 돈맛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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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묻는다 “너희들이 돈맛을 알아?”
  • 충청리뷰
  • 승인 2018.03.0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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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검찰의 MB 수사에 있어 국민들을 가장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돈에 대한 그의 한없는 탐욕이다.

스스로가 MB의 부역자였음을 토로하는 정두언조차 “저로서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의 돈에 대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했다. 자본의 탐욕함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명박의 돈 욕심은 분명 정도를 넘어섰다. 현대그룹에서 자연인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걸 다 향유하고 서울시장과 대통령까지 지낸 그가 갖은 꼼수를 동원해 게걸스러울 정도로 축재했다는 사실이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바람에 있다면 그의 돈과 관련된 추문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비록 MB의 검찰소환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한 때 대통령이었다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무너지는 건 그를 뽑았던 국민들로서도 비참한 일이다.

하지만 배신감으로 치자면 이명박은 박근혜보다 훨씬 더하다. 박근혜는 국가통치에 대한 아무 개념이 없어 나라를 망쳤지만 이명박은 그 국가통치력을 사익추구에 악용하는데 너무나도 개념이 넘쳐났다. 사악하다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온다. 정주영이 MB에 대해 유언으로 남겼다는 “그 X은 집안의 머슴으로도 쓰지 마라”와 정두언이 김윤옥 여사를 암시하며 주변에 계속 흘리고 다니는 “경천동지할 사건이 있다” 등 이들 두 언급이 종국엔 국민들에게 또 다른 배신과 상실감으로 다가오지는 않을까 그저 걱정스럽다.

이명박의 숨겨진 돈이 연일 뉴스를 달구자 지역사회에서도 문제의 돈과 부(富)에 관한 여러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존경받는 ‘돈’과 그렇지 않은 ‘돈’의 역학관계를 거론하는 것들이다. 아닌게 아니라 지역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인사들 중엔 부자인 사람이 많다.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이도 있고 개중엔 선대로부터 부를 물려받아 어느덧 오피니언 리더 쯤으로 행세하는 이들도 있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평가가 매우 인색하다는 것이다. 번만큼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나 환원이 미약한 반면 스스로의 입신과 양명에는 남다른 순발력과 기민함을 보인다는 냉소가 주류를 이룬다. 돈을 내세워 권력기관과 유착하고 지역사회의 각종 명예직을 탐하는가 하면 그들만의 이너서클(inner circle)을 만들어 고급정보를 공유하며 특정인의 경우 부동산 투기 등 축재에까지 악용한다는 것이다.

사석에서 이들의 행동적 특징을 진단하는 것도 흥미롭다. 한창 돈을 벌 시기엔 누구보다도 광폭의 대인관계와 사회활동을 보이다가도 일단 돈을 벌었다 싶으면 이를 축소하며 이른바 면피 정도의 대외활동만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외유가 많아지고 아예 해외에 별장 등 주거지를 마련하는 것도 최근 이들의 대세(?)라고 꼬집는다.

지역언론에 30여년 종사한 경험칙으로 봐도 지역사회에서 큰 부를 일궜다는 인물들 중에 일반인들로부터 지속적인 존경과 신망을 받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 것도 근자의 명망가가 아닌 아주 오래된 사람들 뿐이다. 과거 남궁병원을 운영한 남궁윤박사와 한국도자기 창업주 김종호 회장을 위시한 초창기 후계자들, 그리고 현 청주대학교로 대표되는 청석학원을 설립한 김원근·영근 형제들이다.

모두가 아주 오래전에 고인이 됐지만 지금까지도 이들이 회자된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부자들의 사회정의와 도덕성의 빈곤함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한 부작용을 수치로 나타내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그 악영향은 실로 적지 않다. 돈으로 무장해 행세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당장 지역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그들이 가진만큼 누리는 것은 이해되더라도 이를 무기로 각종 특혜와 이권까지 넘보려는 처사는 곧 지역사회의 질서를 깨고 많은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피해의식을 양산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지역사회의 병폐, 즉 ‘남 잘되는 것을 보지 못한다’는 얘기는 기실 가진 자들의 이같은 처세에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지 않나 싶다.
어쨌든 탐욕스러운 MB가 안기는 교훈은 분명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난다는 것이다. MB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국민들이 몰랐을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인간에 대한 역사성이라는 것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특정인의 현재는 과거의 그에 불과하거나 그의 연속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후대에 깨우치기 위해 실로 많은 선각자들이 여러 말들을 남겼다.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이다”(시인 바이런)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역사가 E·H 카) “역사는 사람들에게 과거를 알려줌으로써 미래를 판단할 수 있게 한다”(정치가 토머스 제퍼슨)
이들 명언을 한 인간에 대한 판단의 근거로 삼으려는 것은 견강부회 이른바 억지 논리라는 느낌이 들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결국 사람들의 본질은 이미 그가 살아온 과정에 이미 모든 것이 녹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고 목하 표를 애걸하고 있는 후보들 역시 그 인간 됨됨이와 자질은 그가 살아온 과거에서 일찌감치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비록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이지만 이같은 인간 역사의 본질을 깨달을 때만이 우리는 박근혜같은 허당 대통령이나 이명박처럼 사기(詐欺) 대통령이 아닌 진정한 리더십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자신을 속이고 선택받으려는 사람도 간교하지만 이에 속아 결국엔 당하고마는 유권자들은 더 어리석다.

하여 MB가 “너희들이 돈맛을 알아?”라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면 우리는 “네가 돈의 쓴맛을 알아?”라고 맞장구를 쳐야겠다. 지방선거 후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외치면 “네가 그렇고 그런 사람임을 이미 알고 있다”고 응답해야겠다. 그래야 6월 13일 저녁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리더들이 우리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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