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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정은 평안하십니까?기존 가족관계를 다르게 보는 정희진의 <아주 친밀한 폭력>
오정란해피마인드 심리상담소장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이라는 말에는 ‘행복한’이란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는다. ‘행복한’데에는 심리·정서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어린이날 하면 엄마·아빠 사이에서 아이들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이미지가 그려진다. 아마도 이것은 우리 사회가 4인 가족 중심, 양부모 이데올로기가 정상 가족으로 장려했던 사회이기 때문이다.


정희진의 책 <아주 친밀한 폭력>은 사랑의 그림자인 가정폭력의 이야기다. 내용은 가족관계에서 벌어지는 가정폭력이라기 보다는 가장 사적인 관계인 부부관계, 곧 남편에 의한 아내 폭력 이야기다.


우리 사회에서 가정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남의 집안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었다. 유독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사회이기에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일은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로 치부됐고 정작 옆집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서는 침묵했던 것이 우리 사회의 예의이기도 했다. 비바람은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법은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1998년 가정폭력방지법이 만들어지기까지 저자는 연구자이면서 피해자, 여성 운동가로 피해 여성을 대상화시키지 않으며 그 고통을 함께 아파했다. 우리는 가족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한 몸처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한다. 가족을 한 단위로 묶는 것은 성별과 연령에 따른 가족 구성원들 간의 권력 관계를 은폐하고 실제로는 가정폭력에 대한 외부의 중재를 방해하여 폭력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했다.

아주 친밀한 폭력정희진 지음교양인 펴냄


가족은 서로 사랑하는 관계이며 설령 아버지가 어머니를, 부모가 자녀를 때려도 그것은 맞을 짓을 해서 스스로 원인을 제공했기에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소 불합리한 것이 있더라도 우리는 같은 피를 나눈 한 몸이기에 가해자의 처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아내 폭력은 언제나 아내(여성)에 관한 폭력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폭력으로 환원된다. 우리 사회가 가정폭력에 관해 관심을 두는 것도 가정이 해체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부부 사이에 자녀가 있으면 더더욱 가족 해체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가정폭력에서 여성(아내)의 인권은 없다. 때리는 자의 인권과 아동, 노인에 대한 인권은 있지만 여성에 대한 인권은 없다. 이러한 현실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가부장제이다. 가부장제는 공기와도 같다. 숨을 쉴 때마다 우리의 내면으로 쌓여 가치를 형성하고 이를 위반하는 것은 죽음을 각오할 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된다.


세 가지 진지한 질문
남성의 폭력적 행동은 여성을 너무도 격렬하게 사랑해서 열 번 찍어서 넘어뜨려야 하거나 침묵한 남편이 술을 마시면 돌변하는 억압된 감정의 분출로 이해되는 사회에서 폭력은 우리들의 일상일지도 모른다.


<아주 친밀한 폭력>에서는 세 가지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한다. 왜 가정폭력이 아니라 아내 폭력인가이다. 이 물음에 동의가 된다면 다시 묻는다. 아내를 때릴 수 있는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다시 이 물음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피해 아내(여성)들은 왜 가정을 떠나지 않는가. 혹은 폭력 가정 속으로 다시 돌아가는가이다.


모든 남성이 여성을 때리지 않는다와 50%가 넘은 여성들이 폭력을 경험한다 사이에서 모든 남성이 때리지 않는다는 말은 ‘좋은 남자도 많아, 왜 맞고 살아?’ 라는 말로 아내폭력을 덮어버린다. 나쁜 남자를 벌주기보다는 나쁜 남자가 더 매력적이라는 인식 문화는 남성성은 성적인 정복과 폭력성이라는 핵심을 반영하고 있다.


때리는 남성에게는 분명 문제가 있음에는 동의하나 그것은 때리는 남성의 개인적 특성으로 이해되거나 때리는 남편과 사는 여성은 무언가 맞을 짓을 했거나 또는 그 틀을 깨지 못하는 것 역시 매 맞는 아내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유포한다. 공/사 구별이데올로기는 ‘사적’ 공간으로 가정을 두고 있으며,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한다. 공적 영역은 남성들의 세계이며 남성만을 주체로 세운다. 모든 사회구조가 남성을 중심으로 남편을 보호자로 두고 있는 세상에서 더 큰 폭력이 승인되는 사회라면 여성은 다시 가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모든 인간관계는 힘의 관계이다.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 힘을 평등하게 쓴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그러나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우리 집은 행복해’라거나, ‘우리 집은 아무 문제없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누군가는 참고 있거나 현실을 회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정희진의 <아주 친밀한 폭력>은 기존 가족 관계를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을 우리에게 제공하며 진정 친밀한 관계에 대해 섬세하게 질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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