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희·유영경·윤여일·이재숙·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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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희·유영경·윤여일·이재숙·이현주
  • 충청리뷰
  • 승인 2018.08.0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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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청주시의회 초선 의원 5명이 주민숙원사업비를 거부했다. 이 소식을 듣는 순간의 그 청량함이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같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 한 가지를 이심전심으로 느꼈다. 역시 ‘변화’는 사람이 바뀌어야 가능하다는 것, 그들이 초선이기에 이런 변화를 몰고 온 것이다.

당사자들은 시중의 한껏 고조되는 여론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큰 일을 해 냈다. 다섯명의 기습적인 거사(?)가 아니었다면 이같은 결과는 절대로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예의 지루한 말의 성찬만 부추겨지다가 다시 슬그머니 덮여졌을 공산이 크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의회 내부의 정상적인 공론화를 무시한 소아적 영웅심리의 발로라는 혹평과 함께 의원 개개인이 민주적 절차를 거쳐 얼마든지 합목적적으로 관련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데도 지방의회를 무데뽀로 매도했다는 것 등이다.

그동안 숱한 논란을 야기한 주민숙원사업비가 정상적인 공론화와 민주적 절차를 거쳐 결정되고 집행됐다면 이런 지적은 백번이고도 맞다. 과거 의원재량사업비가 지금의 주민숙원사업비로 명칭이 바뀌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절대로 그렇지가 않다는 데 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최근 이웃 전북에선 아주 상징적인 사건이 불거졌다.

지방의회의 주민숙원사업비 비리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전북 사례는 이를 압축해서 실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전주지검이 소문으로만 나돌던 주민숙원사업비의 일탈을 수사했는데 그 결과가 가관이었다. 전·현직 도의원 4명과 현직 시의원 2명 등 총 21명이 형사처벌됐는데 그 실태를 보면 충격적이다. 현직 도의원은 자신에게 할당된 재량사업비를 특정학교의 환경개선사업에 몰아주고선 다시 브로커를 통해 2600만원을 뇌물로 받았다가 구속됐다.

박완희·유영경·윤여일·이재숙·이현주 의원 (왼쪽부터)

또 다른 도의원 역시 재량사업비를 특정 업체의 의료용 온열기 설치사업에 올인해준 후 그 대가로 500만원을 수수했다가 적발됐다. 당시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지방의원과 브로커, 공사수주업체간 금품이 오고간 연결고리는 대규모 비리사건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밖으로는 주민숙원사업비가 소액이고 또 말 그대로 주민들의 자잘한 민원을 해결해주는 것으로 인식되며 당위성이 강조되지만 안에선 이같은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지금 청주시민들은 나머지 시의원들이 과연 어떻게 나올 건지 목을 빼고 궁금해하고 있다. 들리는 얘기로는 나머지 의원들은 주민숙원사업비를 받아들인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한 사실은 이번 사안은 그 성격상 쉽게 묻혀지거나 희석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래서 앞으로도 끊임없이 불거지며 이슈화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민선 7기 청주시의회는 문을 열자마자 다섯 명의 초선들로 인해 졸지에 버겁기 그지없는, 그러나 아주 맛깔스런 과제를 안고 고민하게 됐다. 그 숫자로 보아서야 아직 의사표시를 안 한 의원들이 대세이겠지만, 그러나 여론의 대세는 이미 확고하게도 이들 다섯 명을 향하고 있다. 때문에 나머지 의원들이 여기서 벗어나는 언행을 보이게 되면 그 당사자들은 두고두고 씹힌다.

다섯 명이 성명을 통해서도 밝혔듯이 주민숙원사업비는 우선 예산편성 자체가 불투명하고 합리적이지 못하다. 이번에 추경을 통해 의원 1인당 5000만원을 편성하고 내년 본 예산엔 1인당 1억5000만원씩을 반영한다는 것인데 엄밀히 따지면 이 돈은 집행부가 의원들한테 나눠주는 쌈짓돈이나 다름없다. 그 1차적 상호관계에서부터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집행부 입장에선 의원 길들이가 되고 의원 입장에선 이에 순치되어 떡값을 받는 것이라는 혹평마저 제기된다.

주민숙원사업비라는 제도에는 분명 장점도 있다. 우리나라 관료체계를 감안하면 주민들의 민원해결이 용이할 수가 있고 행정 사각지대를 효율적으로 돌볼 수 있는 특단의 계기도 된다. 행정과 주민간 거리를 좁혀줌으로써 자치의 활성화라는 이점도 기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의원 개개인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일종의 눈먼 돈이라는 점에선 부조리 발생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안을 수밖에 없다. 집행에 있어서도 차기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이나 사적 이익에 휘둘릴 공산이 크다. 궁극적으로는 의회의 집행부 견제에도 이완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자치단체의 급이나 규모에 따라 수천억에서 수조원 대의 예산을 주무르는 집행부와 비교해 의회에 이 정도의 예산 재량권을 주는 것에 대한 동정론을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주민숙원사업비의 편성 자체가 의원편의를 위한 편법임을 잊지 않는다면 예산권의 남용임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방의원의 입장에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주민숙원일 경우 공식 절차를 거쳐 사업을 구상, 상정하고 그에 따른 예산을 수립하면 그만이다.

이번에 의기투합한 의원들이 5명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시중에선 이들이 초선임을 들어 다섯 명의 전사(戰士)라고까지 표현한다. 여기엔 앞으로도 흔들리지 말고 지방의회 개혁에 나서줄 것을 바라는 기대감이 내심 깊게 배어 있다.

아무리 초선이라도 다섯 명이 함께 하면 안 될 일이 없다. 숫자 5는 최상의 조화와 완결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인간의 오감(五感), 역학의 오행(五行), 우리 몸의 오장(五臟), 손가락 발가락의 5개 등이 모두 그렇다. 만물의 완성체가 숫자 5로 상징되는 것이다.

그 뜻을 안다면 이들 다섯 의원들이 앞으로도 똘똘 뭉쳐 청주시의회를 지방의회의 가장 완전체로 만들고 더 나아가 그동안 각종 비리와 비위로 얼룩졌던 청주시라는 집행부까지도 정상적으로 되돌려 놓는데 선도적 역할을 했으면 한다.

아울러 이들의 의기가 타 시 군 의회는 물론 충북도의회에도 쓰나미로 덮쳐 지방의회의 체질변화에 획기적인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다섯 명의 결행은 다름아닌 그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기에 어떤 찬사를 받는다 하더라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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