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에는 굴 먹고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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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에는 굴 먹고 힘내자
  • 충청리뷰
  • 승인 2018.11.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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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은 생굴·굴국밥·굴전·굴튀김 등 다양한 요리 즐길 수 있어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밤낮으로 일교차가 심해지고 날씨는 점점 더 쌀쌀해지는 요즘이 나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밤에 음식물쓰레기 수거업체인 사회적 기업 ‘삶과 환경’에서 현장 수거원으로 12년째 일하는 중인데, 11월의 쌀쌀함도 잊을 만큼 김장쓰레기 수거 일로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는 시기랄까?

매년 되풀이 되는 일인데도 적응하기보다는 점점 더 피폐해져가는 느낌이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 쯤 연락도 없이 불현듯 통영굴이 상자 째로 배달되어 온다. 인천 사는 누나가 11월 늦가을이면 어김없이 보내주는 굴이다. 보냈다고 생색을 낼만도 한데 언제나 메시지 한 줄 없이 턱하니 굴을 한 상자 보내준다. 먹고 힘내라고.

누나가 보내는 굴 한 상자
보통 감당하기 버거운 일들을 맞이할 때 누구나 마음이 약해진다. 내가 계속할 수 있을지, 이렇다가 잘못 되는 게 아닌지, 행복한 다른 일들이 있지 않을지 등등의 잡념이 많아지기도 한다.

이런 생각은 꼭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만 겪는 게 아니다. 소위 활동가들도 추워지는 이 시기만 되면 다양한 평가 작업들이 몰려오다보니 제대로 활동했는지, 나는 과연 활동가가 맞는지, 활동가의 삶이란 게 지속될 수 있는 일인지 등등의 고민들을 자의반 타의반 강요받게 된다.

이럴 때 활동가의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등등의 이야기는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든든한 한 끼 식사, 어떤 말도 첨가하지 않고 턱하니 던져주는 맛있는 요리처럼, 작지만 끊임없이 기댈 수 있는 작은 버팀목 정도만 되어주어도 충분히 이 어려운 계절을 견뎌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누나의 굴 한 상자는 내가 너무나 자주 잊고 살아가게 되는 가족이라는 관계의 소중한 인연들을 되새기게 해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도 그저 묵묵히 지켜봐주는 것만으로도 가끔은 괜찮은 날들이라는 기분을 선사해주는 지도 모르겠다.

나는 생굴을 좋아한다. 요리를 좋아하다보니 웬만한 식재료는 지지고 볶고 튀기는 편이지만 굴만은 그냥 날것으로 먹는 걸 좋아한다. 가끔은 생굴을 거의 한 대접씩 혼자 먹을 때도 있을 정도로 좋아한다. 하지만 이렇게 한 상자나 굴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요리를 하게 된다.

보통 굴은 굴 국밥으로 많이 해먹거나 가끔은 청양고추를 채 썰어서 고명으로 얹은 굴전을 주로 해먹는다. 하지만 가끔은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에 번거롭지만 굴튀김을 하기도 한다. 굴튀김은 두 가지 방식과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우선 술안주용이거나 생굴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먹을 때는 깨끗하게 손질한 생굴을 그대로 사용한다.

하지만 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가령 어린아이와 함께 먹어야 할 때는 손질한 굴을 한번 데쳐서 사용한다. 생굴을 그냥 사용하면 굴 특유의 맛과 향이 강하게 남는 편이지만 데쳐서 사용하면 요리가 훨씬 간단해질 뿐 아니라 굴 향이 많이 잦아들기 때문에 어린아이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소스에 따라 여러 가지 요리 가능
튀김도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보통의 한국식 튀김과 빵가루를 이용한 튀김이 있다. 우선 식어도 바삭한 맛을 내려면 손질하거나 데쳐낸 굴을 전분가루, 계란 물, 빵가루 순으로 묻혀서 튀겨낸다. 보통 돈가스 튀김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듯이 바삭함과 굴 맛을 동시에 즐기기 좋다. 소위 한국식 튀김은 튀김가루에 계란과 물을 넣어서 걸쭉한 튀김옷을 만들고 손질한 굴을 넣어 옷을 입힌 후에 튀겨낸다. 소위 분식집 튀김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튀김은 매우 익숙해서 맛있다. 빵가루만큼 바삭거리진 않지만 요리 자체는 훨씬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한국식 굴튀김은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소위 튀김을 이용해서 다양한 소스를 얹어먹는 모든 요리가 가능하다는 거다. 가령 탕수육처럼. 하지만 소스 만드는 것이 귀찮으면 그냥 튀김옷에 청양고추를 채 썰어 넣어서 매콤하게 만들기도 하고, 양파나 감자, 고구마처럼 다양한 야채를 함께 넣어서 튀겨먹어도 좋다. 솔직히 요리하기도 훨씬 편하다.

누나 덕에 간만에 맛있는 굴 요리를 즐겼다, 최근 공룡 활동가들은 정신없이 바쁜 일정들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보니 제대로 얼굴보고 식사 한 번 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누구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사수 상영운동을 하느라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고, 일본 교토와 오사카에서 활동가 어셈블리에 참여하느라 열흘 넘게 자리를 비운 활동가도 있고,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정리하느라 바쁘게 보내는 친구들도 있다.

그렇다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만 보탤 뿐 제대로 챙기며 살기 힘들었는데, 누나 덕에 공룡 활동가들의 따뜻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저 특별하지 않은 작은 식사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버텨낼 힘을 얻는 게 아닐까 ? 그래서 이 가을철 굴은 바다의 보양식, 바다의 우유라고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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