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지정 예술단인데 관객이 10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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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지정 예술단인데 관객이 10명이라니…”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11.28 09:1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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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5000만원 받은 ‘노현식무용단’, 관람객 부풀리기에 자료 짜깁기까지
이옥규 충북도의원 지적…“도는 거액의 보조금 주고도 모니터링 안했다”

충북도 지정예술단인 ‘노현식무용단’에 대한 보조금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충북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이옥규 도의원은 지정예술단 가운데 노현식무용단의 보조금 집행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노현식무용단은 2017년에 1억 3000만원을 받아 11회, 2018년에 1억 5000만원을 받아 14회를 공연했다.

하지만 올해 공연 내역을 보면 한 눈에 봐도 이상한 부분이 많다. 도 지정예술단은 도민의 문화 향유권을 도모하기 위해 공연작품을 제작, 도내 순회를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올해는 노현식무용단 외에도 극단 청사, 극단 꼭두광대가 예산을 받았다. 10회 이상 공연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노현식무용단이 제출한 자료<도표 참조>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진천중, 진천중앙시장, 청주문화원, 청주리안무용원, 청주수곡중, 내수 비상초, KBS어린이합창단, 싱가포르 국립 드라마 센터, 청주아트홀, 영동 상촌중학교, 오창호수 공원에서 공연을 했다.

이 가운데 청주문화원, 청주리안무용원, KBS합창단 공연은 참석자가 10명이라고 올렸다. 하지만 청주리안무용원의 경우 이미 2008년 문을 닫은 곳으로 현재는 A무용학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청주문화원과 KBS합창단은 안무자가 따로 있었던 자체 기관의 프로그램인데 마치 노현식무용단이 지역민을 위한 강습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뿐만 아니라 관람객 숫자도 부풀렸다. 전교생 589명인 진천중에선 650명이, 전교생 47명인 보은회인초에선 200명이, 전교생 440명인 청주수곡중은 600명, 전교생 75명의 청주비상초는 100명, 전교생 30명인 영동상촌중에선 100명이 각각 관람했다고 밝혔다.

현재 무용단이 공연을 했다고 한 진천중학교에선 5월 17일 이날 무용이 아닌 연극 공연이 있었다고 답한 상태이고, 수곡중학교 또한 6월 29일엔 무용공연이 없었다고 답했다. 수곡중학교 공연에 대해서는 노현식 무용단 측은 충북도에 “날짜를 잘 못 기입했다. 공연을 한 것은 맞다”라고 해명했다.

 

한 시간 차이로 2회 공연했다고?

 

노현식무용단은 올해도 지정예술단에 선정돼 억대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사진은 지난 9월 오창호수공원에서 열린 공연모습. 무용단은 이날 2시에 500명, 3시에 800명이 왔다고 보고했지만 사진을 보면 채 50명도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 이옥규 도의원 제공

같은 날 한 시간 간격으로 공연을 한 뒤 2건의 행사를 치렀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9월 28일 영동 산촌중학교에선 10시와 11시 두 번 공연을 했다고 실적을 잡았다. 또 9월 29일엔 오창호수공원에서 2시와 3시에 두 번 공연을 했다고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오창호수 공원에는 각각 500명, 800명이 왔다고 기록했지만 실제 사진 자료를 보면 숫자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피하기 힘들다.

이옥규 충북도의원은 “무용단으로부터 해명자료를 받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도민의 혈세를 이렇게 낭비하는 데 그동안 충북도에선 아무런 감사도 안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오창호수공원에서의 공연 사진은 참석자가 50명도 채 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2017년 자료도 허점이 많아 보인다. 자료를 분석중이다. 노현식 무용단에 대한 특별 행정사무감사를 벌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무용단이 낸 해명자료 또한 오류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6월 22일 보은 회인초에서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찾아가는 문화공연 K-DANCE 페스티벌’을 했다는 증거로 낸 사진자료와 7월 18일 청주 비상초에서 했다는 사진자료가 동일하다. 보은 회인초 사진을 흐리게 처리해 청주 비상초에서 공연을 했다고 올렸다”라고 설명했다.

6월 22일 보은 회인초에서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찾아가는 문화공연 K-DANCE 페스티벌’을 했다는 증거로 낸 사진자료(사진 위)와 7월 18일 청주 비상초(사진 아래)에서 공연했다는 사진자료 일부가 동일하다. 보은 회인초 사진을 뿌옇게 처리했다. 사진에 등장하는 공연팀(흰옷 4명)은 댄스팀 '패션'이다. 이날 노현식 무용단의 의뢰를 받고 공연비를 따로 받아 공연을 열었다. 노현식 무용단과는 무관한 공연팀이라고 패션 측이 밝혀왔다.

/사진 이옥규 도의원 제공

해명자료조차 오류투성이

 

싱가포르 공연 또한 의혹이 제기된다. 노현식 무용단은 싱가포르 공연 건으로 따로 충북문화재단으로부터 2018충북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국제교류분야에 선정돼 75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싱가포르에 초청돼 창작신작인 <블랙가든>을 공연한다는 내용으로 Drama Centre Theatre, National Library Building에서 8월 23일, 24일 극장리허설을 하고 8월 25일 오후 3시와 8시 2회 공연을 한다고 올렸다.

동일한 공연을 지정예술단체 공연 실적으로도 올렸고 1400명이 왔다고 보고했다. 9월 21일 청주아트홀 공연 또한 관람객이 700명이었다고 했지만 이에 대해 공연관계자들은 “1,2층을 다 채워도 700석이 안되는데 누가 보면 웃을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 문화예술산업과 관계자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노현식무용단에 대해 보조금 부정 집행 등이 확인되면 규정대로 보조금 환수 및 각종 지원사업에서 배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고발에 대해서는 “아직 다 밝혀진 게 아니라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황당한 것은 예술단에 억대의 예산을 주면서 충북도는 어떠한 사후 모니터링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문위원회에서 1년에 단 한번 실적보고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기만 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자문위원들이 심사를 한 차례 했다. 공연은 공연단들이 자유롭게 하도록 했다. 모니터링을 따로 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공연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노현식무용단이 도 지정 예술단에 선정된 것도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대표를 맡고 있는 노 씨는 현재 창원시립무용단 상임안무자 겸 예술감독이다. 또 청주시무용협회장이다. 이에 대해 공연계 관계자 모 씨는 “노현식 씨가 지정예술단체를 맡은 것부터 잘못됐다. 자문위원들과 충북도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충북문화재단 사업의 경우 소액 예산을 지원해도 모니터링을 꼭 한다. 이렇게 부실하게 운영돼 왔다는 것이 기가 막히다”라고 지적했다.

지정예술단은 2011년부터 운영해 왔지만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여론이다.

지역문화계 모 씨는 “솔직히 지역의 예술단체 가운데 받을만한 곳들은 다 받았다.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작품을 생산하지도 못했고 그냥 예술단체 밥벌이만 해줬다.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예술감독을 공모하고 오디션 제도를 활용해 지역의 예술인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역성을 담보로 한 작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체제를 바꿔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노현식 씨는 현재 청주시무용협회장 직을 내놓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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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 2018-12-09 08:59:56
잘나가면 배가 아프니 트집을 잡는구나
1회 공연 작품도 적어도 예산이 5000정도 들고 인건비 까지하면 적어도 7,8000드는데 1억 5000 에 10회 공연 노예계약인가??
예술하면 배고프다고 웃픈현실
뮤지컬 한편하면 예산 1억이상 드는데 알지도 못하면서 참쉽게 말하고 쉽게 기사 쓴다

? 2018-11-28 23:24:37
오창호수공원? 저렇게 손잡고 억대를 받았다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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